1백명이 하루종일 삽질하는 것보다 단 한명이 굴삭기로 1시간 일하는게 훨씬 효율적이다. 기업활동도 마찬가지다. 비용을 줄이고 업무효율을 올리려면 굴삭기같은 장비가 필요다. 기업활동에서 굴삭기같은 역할을 하는게 정보시스템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정보시스템에는 ERP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베이스마케팅 지식관리등이 있다. 특히 ERP가 기업업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nterprize Resource Planning)이라는 다소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는 ERP는 생산 판매 구매 인사 재무 등 기업업무의 전 부문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기존의 업무용소프트웨어가 「삽」정도의 도구라면 ERP는 「굴삭기」에 해당하는장비다.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은 대부분 ERP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약 2만여 기업이 ERP를 기업활동에 활용하고 있다.이들기업이 ERP공급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은 1백억달러 규모다. IBM과마이크로소프트도 ERP를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이다.세계적인 기업들이 ERP를 이용하는 것은 투자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이다. ERP도입효과는 업무스피드와 정확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데 있다. 영업사원이 주문내역을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모든업무가 자동적으로 처리된다. 재고파악, 생산일정조정, 인력선발,자재구매 등 일련의 과정이 자동적으로 진행된다. 모든 직원이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즉시 확보할수 있다는 것도 ERP도입의 커다란장점이다. 이에 따른 비용절감과 생산성향상으로 인한 ROI(투자효과)는 1백%가 넘는다.물론 성공했을 때의 경우다.일본 NEC의 미국법인인 NEC테크놀러지는 지난 1994년부터 매출액이매년 50%씩 증가하는데도 인력충원은 거의 없었다. 사업규모가 증가하는데도 전산비용도 몇년 동안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ERP패키지를 2천만달러를 들여 설치한 결과다.◆ 군더더기 업무 없앨수 있다비용절감효과는 상당하다. 독일 SAP사와 함께 양대 ERP패키지공급사인 오라클사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제약회사인 벡텔샌프란시스코지사는 1백만달러, 제록스는 매출액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감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유럽지역 관리인원을 50%줄였다. 노드롭그루먼사는 전산운영비용을 2천8백만달러에서 8백만달러로 줄였다.생산성향상이야 말로 ERP도입으로 인한 진정한 효과다. 앰프제작업체인 록포드사는 고객주문관리를 위한 입력시간을 50% 줄였고 CNGP사는 같은 인원으로 고객 송장관리를 2배이상 처리한다. 이는 최근들어 정보기술투자의 목표가 비용절감에서 경쟁우위확보로 전환되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군더더기 업무를 없앨수 있는 것도 ERP도입에 따른 눈에 띄는 효과다. 그동안 상당수 기업들은 제품별 부품구성표(BOM)를 판매 생산등 10여개 부서에서 별도로 관리해 데이터관리의 효율성이 상당히떨어졌다.영업 설계 개발 생산 등 각 부서의 데이터가 통합돼 있지 않았기때문이다. 이로 인해 같은 상품의 재고통계라도 영업부서 집계와생산부서의 집계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ERP로 전사적 규모로 시스템을 통합할 경우 기본데이터 단 한번의입력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데이터중복입력같은 낭비를줄이고 업무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결산소요시간과 상품출하시간이 급격하게 준다. 직원들이 시간외근무하는 경우도 감소한다.결산사이클도 획기적으로 준다. DHL의 경우 통합정산된 재무제표완성기간을 7일에서 4일로 줄였고 상세재무제표작업은 11일에서 4일로 줄였다. ABB처럼 규모가 큰 기업도 장부결산을 3일만에 완료한다. 썬마이크로시스템은 연간 재고회전율이 10이상으로 증가됐고견적에서 대금수령까지의 평균소요시간도 2백75일에서 1백일로 단축됐다.국내기업들도 해외 선진기업들처럼 ERP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다. 이미 90년대초부터 선구적인 기업이 ERP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ERP패키지가 도입된 것은 1994년 삼성전자가 BPR를 추진하면서 SAP사의 R/3를 사용하면서 부터다.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 상당수가 ERP를 도입했거나도입중에 있다. 대기업 뿐 아니라 팬택 스탠다드텔레콤과 같은 중소기업들도 ERP를 활용해 성과를 올리고 있다.가트너그룹자료에 따르면 SAP 오라클 바안(BAAN)의 제품이 뛰어난3대 ERP패키지다. 최근에는 JD에드워드의 원월드가 부상하고 있다.중규모 제조업체용으로는 QAD의 MFG/PRO가 많이 쓰이고 있다. 한국하이네트 기업전산원 영림원 ASC 삼성SDS등 국내업체들은 자금력이약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 ERP패키지를 공급하고 있다.그러나 ERP를 도입하는 모든 기업이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소프트웨어 설치단계부터 까다롭기 때문이다. 아직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 도입을 꺼리는 이유다. 능력있는 컨설턴트가 부족한 것도 ERP도입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요인이다. 설사프로젝트를 시작했다해도 예산이 당초계획보다 초과해 프로젝트진행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수많은 실패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지만가장 큰 실패요인은 ERP라는 소프트웨어에 너무 커다란 기대를 한다는데 있다. ERP를 도입함으로써 얻는 이익의 80%는 업무과정을개혁하고 개선함으로써 생긴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소프트웨어는 단지 업무기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