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로 튀어나온 간판은 더럽혀지기 쉽다. 자동차 매연이나 먼지로인해 수시로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이내 때가 낀다. 간판으로서의구실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이미지를 구기기도 한다. 그러나 마음을 다져먹고 막상 청소를 하려면 무척 어렵다. 특히 간판이 높은곳에 설치돼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워시맨 동대문점의 김남혁씨(28)는 이렇듯 간판 때문에 고민하는사업주들의 고민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간판을 전문적으로 청소하고 고쳐준다. 또 요청만 하면 유리창은물론이고 가로등, 도로표지판 등을 세척하는 일도 한다. 김씨 스스로 자부하듯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김씨가 일종의 3D업종으로 꼽히는 간판 청소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형이 운영하는 전자대리점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다 업종을 바꿔 독립을 했다. 육체적으로는 약간 힘이 들지만 자기일을 할 때라는 판단이 들어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업종을 간판청소업으로 선택한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창업비용이 아주 적게 들어 경제적인 부담이 가볍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본사에 내는 가맹비 8백만원을 비롯해 필수장비인 크레인과 차량을구입하는데 총 2천만원이 들었다. 차량과 크레인을 사는데 드는 비용의 일부는 할부로 돌려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을 약간 줄였다. 청소용역업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현장에서 직접 뛸수 있는 업종이라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원래 가전제품 영업을 했던지라 현장영업에는 자신이 있었다.◆ 고객에 꼼꼼한 A/S 제공창업은 상당히 순조로웠다. 사무실은 전농동 네거리에 있는 형의가전대리점 한켠을 빌려 사용했다. 여기에 영업에 필수적인 전화기와 컴퓨터 한대씩을 들여놓았다. 또 업무의 특성상 2인1조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친구 가운데 한명을 직원으로 썼다. 요즘도김씨는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 친구와 둘이서 현장에 나가 직접 일을 한다.김씨가 창업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영업이다. 업무의특성상 사업의 성패는 영업이 좌우할 것으로 판단, 고객확보에 모든 힘을 쏟았다. 특히 아직은 간판청소업에 대한 인식이 낮아 직접개척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인근 지역을 부지런히 누볐다. 먼저오전에는 홍보용 전단을 만들어 간판이 붙어있는 업소에 일일이 돌렸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동대문구 전역을 돌아다니며 형광등이고장났거나 글자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등 문제가 있는 간판을 파악한 다음 그 다음날 직접 전화를 걸어 약속시간을 잡은 다음 방문해 간판에 대한 상담을 해줬다. 전화를 이용해 상담을 할수도 있지만 효과가 그리 높지 않아 직접 찾아갔다. 고객만족 차원에서 애프터서비스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일단 고객으로 등록된 곳에 대해서는 언제든 연락만 주면 달려가 문제점을 해결해줬다.창업 초기부터 앞만 보고 열심히 뛴 덕에 김씨는 요즘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 고객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 수입도 만족할만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월매출액이 7백만원쯤 되고 인건비와 재료비 등경비를 빼고도 약 60%는 자신의 순수입으로 남는다. 그러나 김씨는지금보다는 다가올 3월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봄이 되면 대대적인 봄단장이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일거리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김씨의 다짐에 더욱탄력이 붙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