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론을 제시했던 서울대 이면우교수는 최근 발간한 「신창조론」(한국경제신문사발행) 서문에서 『IMF는 역사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단언했다. 「IMF」가 국민들 사이에서 가장 스트레스를많이 주는 용어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교수의 이 주장은 액면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그러나 그의 논리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IMF는 우리에게 고통이아닌 선물임을 금방 깨닫게 된다. 그는 먼저 우리 경제와 국민을중병이 든 환자에 비유했다. 병세가 위독했음에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방만한 생활을 해오던중 IMF가 훌륭한 의사로서 중병사실을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IMF는 「고통」과 「치욕」이아닌 「선물」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이교수의 논리를 따라 한국경제가 IMF를 선물로 승화시킬 방안은없는 것인가. 그 방안은 단 하나다. 중병이 든 한국경제의 유일한탈출구는 수출 뿐이다. 이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경제계, 학계등 사회 각분야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너나할 것없이 수출드라이브에 나서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형성된 적이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수출열기는 드높다.이렇게 수출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것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경제상황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갚아야할 총외채규모는 지난해 12월기준으로 1천5백60여억달러.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고 원금 및 이자를 순차적으로 갚아나가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년에2백억달러 정도의 무역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말이 2백억달러 무역수지흑자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국민 모두가 「수출전사」로 거듭나지 않으면 안된다. 국민들은외제면 다 좋다는 사고에서 탈피,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한편 정부, 금융권은 기업들의 수출전의를 북돋워 주는 보급기지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먼저 수출확대를 위한 금융권의 대각성이 필요하다. IMF구제금융이후 한국경제의 살길은 수출밖에 없다며 모두가 야단법석일 때 금융권은 자기 살길에 바빴다. BIS기준을 맞춘다는 명분아래 대출자금의 조기상환을 재촉, 수출기업의 목줄을 죄고 수출환어음과 수입신용장 개설을 기피했다. 수출입관련 금융시스템자체가 마비됐을 정도였다.◆ 정부, 세일즈맨 시각에서 수출정책 펴야이로인해 기업들은 자금회전이 안돼 극심한 자금난을 견디다 못해좌초하는가 하면 수출용 원자재를 조기에 확보하지 못해 제때에 수출물량을 선적하지 못하기도 했다. 2월들어 김대중대통령당선자와비상경제대책위원회가 금융권을 닦달, 수출입관련 금융시스템이 상당히 개선되기도 했다.그러나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여전히 춥다. 전자 및 자동차부품을 수출하고 있는 제일엔지니어링 박경하재무팀장은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종금사의 지급보증으로 은행권에서 상당한 자금을빌려왔다』면서 그러나 은행권은 종금사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를당하게 되면서 종금사 지급보증 대출분에 대해 담보를 요구, 이를해결하는데 정신이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또 피혁용 염료수출업체인 진웅산업 이종명사장은 『IMF체제이후금융권은 재무구조 건전성에 상관없이 수출입신용장개설에 난색을표했다』며 이로인해 재무구조가 견실한 자신들의 회사도 덩달아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기업들의 수출 마인드도 변해야 한다. 아무리 수출드라이브만이 살길이라고 하지만 과거 70년대식 출혈덤핑수출은 지양해야한다. H그룹 계열 종합상사 한 임원은 『철강,석유화학분야에서는 최근들어출혈덤핑수출조짐이 없지 않다』며 이런 방식으로 나아가다가는 통상마찰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다고 우려했다.중소기업이 열어놓은 수출시장을 뒤늦게 대기업이 뛰어들어 훼방을놓는 구태도 사라져야한다. 콘덴서수출업체인 한성전자가 최근 이런 황당무계한 경험을 했다. 이 회사는 태국에 상당한 물량을 수출하고 있었는데 올해초 S그룹 계열사가 느닷없이 진출, 현지 바이어들에게 악소문을 퍼뜨려 큰 곤욕을 치렀다. S그룹 계열사는 덤핑으로 치고들어오는 것도 모자라 거래업체가 조만간 부도가 날 것이라며 자신들의 회사로 거래선을 바꿀 것을 은근히 요구했다는 것이다.정부도 수출세일즈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행정관료들은 수출을 구호로 외치기만 했지 직접 현장에 나가 수출기업들의애로사항파악은 사실 등한시했다. 정부가 세일즈맨의 시각에서 수출정책을 펴줄 것을 업계는 지금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 과거 고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은 TGV를 팔기 위해 자신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고 마하티르 말레이시아대통령은 투자를 원하는 외국기업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직접 나서 지원책을 설명하고담판을 지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가 「수출전사」가 되어야 한국호의 부활은 가능하다. 그렇게될 때 IMF는 고통이아닌 선물로 오래오래 기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