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자동차가 시운전을 끝내고 정식레이스에 들어갔다. 삼성자동차는 17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이건희회장등그룹임직원과 각계인사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차 「SM 5시리즈」발표회를 갖고 자동차업계에 공식데뷔했다. 자동차산업진출 3년만에숙원을 푼 셈이다.삼성자동차는 당초 그룹창립일인 다음달 하순경에 첫차발표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국내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논의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돌아 첫차발표회시점을 한달가량 앞당겼다. 빅딜의 주대상으로 삼성차가 시중에서 거론되는등 의혹의 눈초리를 첫차 조기출시를 통해 불식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이런 필요성에 의해 조기에 선을 보인 「SM 5시리즈」는 SM520, SM520SE, SM520V(6월출시), SM525V등 2차종 4개모델이다. 일본 닛산의 맥시마를 기본모델로해 2천1백억원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갔다.닛산의 기존 V6 VQ엔진은 물론 알루미늄 블록의 16비트 전자제어엔진을 국산화하는 등 「SM 5」는 맥시마를 뛰어넘은 거의 삼성독자모델이라는 것이 삼성자동차의 설명이다.「SM 5시리즈」는 고품격의 중형차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우선 외양이 보수적이면서 중후한 이미지를 풍긴다. 유행에 민감하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타도 싫증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곡선과 직선을 적절히 조화시켜 디자인한 점이 돋보인다.◆ 포드자동차 합작제휴 추진외양못지않게 성능이 뛰어난 엔진과 서스펜션도 「SM 5시리즈」의자랑거리이다. 주력모델인 SM525V에 장착된 V6엔진은 미국 자동차부품 평가기관인 워즈(Wards)로부터 4년연속 최고 엔진상을 받은닛산의 VQ엔진과 같다. 순간발진력과 가속력이 뛰어나며 엔진소음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서스펜션은 닛산의 세계특허기술인 QT서스펜션을 채택했다. 이 서스펜션은 인체 관절처럼 수축작용을 통해자동차에 전해지는 지면의 충격을 완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커브길이나 험한 길에서 몸의 쏠림이 적어 안전운전을 할수있다.삼성의 첫차는 이처럼 첨단장치를 갖추고 선을 보였으나 별다른 장애없이 레이스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국내자동차시장상황이 너무 안좋다. 올들어 국내 자동차업계는 IMF한파가 몰아치면서 판매량이 지난해의 40%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거의 차가팔리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차가 소형차 아닌 중형차로 승부를 걸었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은 올해는 일단 8만대를 생산, 판매하고 차츰 생산량을 늘려 간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경기전망은 어둡기 그지없어 24만대생산라인이 풀가동될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삼성자동차는 자동차공장으로서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는 앞으로 투자를 계속해야 하는데 이 또한 큰 부담이다. 삼성자동차는 차기개발 차종으로 소형차를 선정하고 현재 닛산과 협의중이다. 문제는투자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인데 국내경제상황을 고려할 때자금조성은 낙관을 불허한다.그래서 삼성자동차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합작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포드사는 기아자동차의 대주주로 합작이 성사될 경우 기아자동차 또한 자연스럽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첫 차 출시를 계기로 최대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될 경우에는 레이스를 계속할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또다시 구조조정이라는 태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