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외환특감이 한창 진행중이다. 국가경제가 부도위기에까지몰린 원인은 무엇이고 누가 잘못했는가, 이런 것이 특감의 주안점이다.외환위기가 초래된 원인에 대해서는 그동안 수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총체적인 부실이라는게 결론아닌 결론으로 나와 있다. 방만한 기업경영, 금융부문의 무책임한 자금운용,미흡한 정책 대응, 흥청망청한 국민 등 어느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말할 수 없다.그러나 외환위기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계기는 있다. 잇단 대기업부도와 정부의 잘못된 외환운용이었다. 특히 대외지급준비로서의 보유외환운용에 문제가 있었고 그 자세한 내역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정부와 한국은행이 숨긴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었다. 당시 정부는 외환보유고가 3백억달러를 넘기때문에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었다. 통계숫자로만 보면 그것도 틀린얘기는 아니다.외환보유고(외환보유액)란 한 나라의 통화당국, 즉 정부와 중앙은행이 보유한 대외지급준비 외화자산을 말한다. 여기에는 외화자산뿐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이 해외 또는 국내에 가지고 있는 금(金)도 포함된다. 요즈음의 금모으기운동에서 수집된 금을 한국은행이 사주겠다는 것도 금이 외환보유액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민간은행이나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환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때문에 공적외화보유액이라고도 한다. 물론 외환집중제가 시행되던때에는 국내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외화도 계상했지만 국제수지가흑자를 보였던 지난 88년부터 지금과같은 공적보유개념으로 바꿨다.외환보유액은 필요한 경우 통화당국이 언제든지 대외지급에 사용할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유동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가치변동이심하지 않은 안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외환위기과정에서 문제가 된것은 이 부문이다.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말의 외환보유액은 3백5억달러였다. 외환보유액이 얼마가 적정한가에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너무 적으면 대외지급준비금으로서의 기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많이 가지고 있어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투자 등을 통해 자산증식을 할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금이 사장(死藏)된다는 얘기다. 그런 관점에서흔히 적정외환보유액을 연간 해외수입액의 35%, 즉 3~4개월분의수입액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던 근거도여기에 두고 있었다.문제는 국내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불거진 것이다. 환율안정을위해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다 보니 실제 활용할 수 있는외환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중 많은 금액이 국내은행의 해외지점에 대출된 상태여서 곧바로 회수해 쓸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금액이 11월말에는 1백69억달러에 이르렀다. 물론 해외 채권자들이 외채상환연장을 해주지않고 회수하는 바람에 그대로 놓아두면 부도가 날판이어서 한국은행이 지원에 나선 것이다.그렇지만 이 자금은 외환보유액에 잡히기 때문에 전체 규모만 보면그 심각성이 가려지게 된다. 한마디로 당장 쓸수 있는 유동성이 없었던 셈이다. IMF관리시대에 접어들면서 그같이 국내은행의 해외점포에 예탁된 돈을 제외하고 당장 쓸수 있는 돈만을 계산한 것이 소위 가용외환보유액이라는 개념이다. 이 기준으로 지난해 11월말에는 72억달러, 12월말에는 88억달러였다. 정부는 올해말까지 가용외환보유액을 4백7억달러까지 높이겠다고 밝힌바 있다. 경상수지흑자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같지는 않지만 쉽지도 않을 전망이다.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벌어들이는 것보다 외국채권자들의 단기외채만기연장이 얼마나 되느냐이다. 국제신인도 회복이 최대과제라는것도 그래서 나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