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상승을 주도해온 외국인 투자가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순매수를 나타냈던 외국인 투자가 돌연 순매도로 돌아서고 있다. 매도와매수를 합친 주식거래규모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위축되는 기미를 보이자 주가도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12월27일부터 순매수 행진을 지속해온 외국인 투자가 50일만에 순매도로 돌변하면서 증시의 향방을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최근 50일간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규모는 4조2천2백3억원. 국내증시가 외국인장세라 불릴만큼 외국인의 투자는 절대적인 영향력을행사해왔다. 국내투자자들이 이들 외국인투자자들의 행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전망과 투자패턴」에 대한 증시전문가들의 분석을 정리한다.◆ 외국인들이 순매도 우위로 돌아선 이유외국인의 순매도는 최근 주가가 많이 올라 평가익을 어느 정도 얻은데다 환율이 하락하면서 환차익의 메리트가 없어진 점이 작용한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염수영 대한투자신탁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두달만에 60% 정도 올랐다. 환율이 1천5백원대로 낮아지면서 달러가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됐다.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한 일부 외국인들이 고가의 종목을 내다파는 형국』이라고 분석한다.김성권 한화증권 리서치팀장은 『외국인들이 순매수에 나섰던 때의환율이 1천6백~1천7백원대로 환율이 1천5백원대로 떨어지면 원화고평가, 1천8백원 이상은 원화 저평가로 상정된다』고 말한다. 그는 국내 정치권의 갈등도 외국인투자를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으로지적한다. 여야간 대립으로 그동안 추진해온 개혁작업이 느슨해질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이원기 동방페레그린신탁운용 상무도 『외국인들은 그동안 순매수에 주력해온 결과 경제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의 종목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한 것같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인 순매도현상이일어나기 3일전 미국증시에서는 아시아 비중이 높은 인텔사의 수익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가 하락했다. 아시아경제가생각보다 좋지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거대기업인인텔의 수익이 하락했다면 아시아경제가 더 악화된 것이고, 이에따라 미국경기도 하강국면으로 돌아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밝힌다.◆ 외국인투자자금 한국을 떠나고 있나그렇다면 매도에 치중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익을 챙겨 국내증시를 떠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이원기 상무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잠시 장세를 관망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것이다. 염수영 펀드매니저도 『현재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투자자금은 헤지펀드가 10%, 역내펀드(regional fund) 가 20%, 뮤추얼펀드가 40%, 외수펀드(country fund)가 나머지 30%를 차지하고있다. 이번 매도에 나선 외국인투자자들은 주로 홍콩과 유럽계의헤지펀드와 역내펀드들이다. 이들 펀드들은 어느 정도 이익을 실현한데다 아시아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있어 매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뮤추얼펀드와 외수펀드가 그대로 투자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태는 아니다』라고분석한다.◆ 향후 외국인 투자 변수외국인 투자 향방은 환율, 무역수지동향, 구조조정의 진행상황이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환율은 무역수지에 직접적인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율에 대해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염수영 펀드매니저는 『환율과 신정부의 개혁에 대한 신뢰성 제고정도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다. 환율은 상반기중 1천5백~1천7백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전망이다. 환율이 1천7백원대로 기울어지면 외국인들은 매수에 나설 것이다. 반면 1천5백원대로 향하면매수는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이어 『개혁을 추진하는 신정부의 신뢰성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신뢰성이 올라가면 6백선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뢰성이 떨어지면 4백선도 붕괴될 수 있다』고 말한다.이원기 상무도 『IMF체제에서 진행되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점차 지지부진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일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가 조심스런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외국인투자 확대시점외국인들은 종합지수 5백대가 깨지는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매수에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원기 상무는 『3월동안은 지수가 5백~5백60, 70선의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박스권에서 주가가올라가면 매수에 나서고 내려가면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특히 3월의 무역수지가 지난 2월처럼 호조를 나타낼 경우 다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설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염수영 펀드매니저는 『환율이 올 상반기 동안 1천5백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반기에는 1천3백원대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 측면만을 볼때 하반기에는 외국인들이 매도할 가능성이 크나 경기회복 정도에따라 매수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환율이 외국인들의 매수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다른 변수도 많다고 본다』고 말한다.김성권 팀장은 『환율이 적정수준을 유지하여 외국인들이 환차익과주식시세 차익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시점과 국제신용평가기관의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외국인매수확대의 시기가될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동안 외국인이 매수한 주요종목외국인들은 작년 12월11일 외국인 투자한도가 55%로 확대된 후에도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당시 IMF와 차관협정을 맺었지만 금리와 환율이 급등하고 외환위기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외국인매수세는 지난 12월24일 저녁 G7국가들이 한국을 지원하기로결정한 다음날부터 본격화됐다. 올해 1~2월중 외국인들의 매수가집중된 종목은 삼성전관과 삼성전자. 삼성전관은 이 기간중 2백40만주가 매수돼 한도소진율이 50%에서 96%로 급등할 정도였다. 중소형주에서는 에스원 메디슨 영원무역 신도리코 등 재무구조가 우량한 중소형주가 집중적으로 소진되었다.2월 중순부터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중공업 대우중공업 국민은행신한은행 순으로 외국인의 매수가 집중됐다. 중소형주 중에서는 새한정기 동양전원의 한도소진율이 큰만큼 외국인매수가 증가했다.주로 수출유망종목에 집중됐다.◆ 앞으로 외국인이 매수할 종목염수영 펀드매니저는 앞으로 외국인매수 유망종목으로 △삼성전자포항제철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종목 △삼성전자 대우중공업영원무역등 수출관련 종목 △국민은행 등 업종내 대표주 등 3가지로 분류한다. 김성권 팀장은 자본금이 적은 우량중소기업주와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국제경쟁력을 지닌 우량대기업을 손꼽는다.이원기 상무도 수출종목을 중심으로 한 우량종목에 외국인들의 매수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코스닥종목과관리종목 가운데서도 외국인이 투자하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도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 그는 『외국인들의 투자대상은주로 수출 및 M&A관련 종목들이지만 M&A주에 대한 관심은 재료주로서의 의미에 한정될 것』이라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