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기업구조개혁의 첫 조치로 계열사 지배조직으로 지적돼온 기조실(종조실, 비서실)의 개편방안을 속속 확정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계열사의 경영권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쳐온 기조실을 과감하게 축소, 개편해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물론 신정부의 경제개혁에적극 동참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비서실 축소개편의 기본방향은 기조실을 해체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해 핵심기능만을 주력사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형식적으로는 경제활동의 단위가 그룹에서 개별기업중심으로 바뀌게 된다. 그룹의 울타리안에서 안주하는 기업은 설자리를 잃게된다. 그룹내에서 우량기업과 부실기업간 희비도 크게 엇갈리게 된다.기조실 축소개편은 그룹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를 맡아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서실의 기능이 대폭 축소될 경우 복잡한 주식소유를 통한 계열사경영권지배와 계열사 간 내부거래 등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삼성, 주총전후 윤곽 나올듯그러나 일부에서는 그룹 회장앞에 수북하게 쌓인 숙제를 풀기 위해서 참모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핵심주력기업을 선정하고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문제도 쉽게 풀릴문제가 아니다. 전담반을 만들어 온갖 아이디어를 내도 간단히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룹 장기비전을 마련하는 것도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는 핵심참모들이 나서는게 유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조실 임직원들은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이안타깝게 여겨진다. 순기능을 무시한 채 역기능만을 부각시키는 여론몰이가 원망스럽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기조실 해체내지 축소는 이제는 재계의 큰 흐름이 됐다. 싫든 좋든 대세를 거스르지 말자는게 그룹들의 기본 입장이다.현대그룹은 종합기획실, 문화실을 사실상 해체키로 방침을 정했다.종기실내 4개팀을 재무팀중심으로 통합하고 이를 현대건설에 넘길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정주영명예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회사이다. 종기실 인력은 80명에서 40명으로 줄고 나머지는 그룹 계열사로 보낼 계획이다. 문화실도 조직을 해체수준에 가깝게 줄이고금강기획에 해외홍보 등 불가피한 기능을 맡길 방침이다. 현대그룹은 이를 위한 비서실 직원의 계열사 배치를 매듭지은 상태이다.삼성그룹도 비서실 조직을 대폭 축소한 후 주요 계열사에 핵심기능을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비서실 조직(5개팀)이 여러개의 계열사로 분산될지 한개의 계열사에 둘지 결정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절반이상의 비서실 인력이 줄 전망이다.삼성의 비서실 개편은 주총을 전후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LG그룹 역시 서너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중이어서 회장실 직원들이속을 앓고 있다. 회장실 일부 직원들은 회장실 축소를 기정사실로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대우그룹은 3월말께 비서실을 완전 해체할 계획이다. 1백여명의 비서실 임직원들은 불투명해진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주)대우 소속으로 있던이들은 계열사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비서실 관계자는 『비서실해체를 계열사의 자율경영이 자리잡는 계기로 삼겠다는게 김우중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SK그룹은 연말까지 경영기획실을 폐지키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6개팀 96명이던 경영기획실 조직을 4개팀 54명으로 줄였다.이 과정에서 경영기획실 직원들의 자리를 마련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이밖에 한진그룹은 경영조정실을 40%가량 줄여 대한항공으로 옮기고 쌍용도 비슷한 방식으로 쌍용양회에 종합조정기능을 맡길 방침이다. 대부분의 다른 그룹들도 기조실 조직 해체와 관련, 나름의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