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이 한창 대결을 벌이던지난 2월14일. 일반인들의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그날 한국기업의 M&A를 촉진시키는 기업구조조정 관련 법들이 대거 국회에서 통과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대로 기업인수합병(M&A)을 가로 막아온 각종 규제를 철폐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자는데는 여야간 이견이 없었던 탓이다. 당초 정부는 기업의 구조조정을쉽게 하기 위해 구조조정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을 놓고 심각하게고민했으나 결국 증권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각종 법령을 개정하는선에서 마무리짓기로 했다.M&A와 관련된 법규 개정의 기본방향은 크게 세갈래로 나뉜다. 첫째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회계기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내재가치를 명확히 판단한 다음에야 기업을 사고 파는 매매가 형성될 수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에도공격비용과 기업가치간 손익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기업 경영성과에대한 분석이 돼야 한다. 특히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이 부분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요구를 했던 것도사실이다.둘째 M&A를 가로막는 직접적인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지원 등을 통해 M&A를 쉽게 하자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폐지하고 각종 세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M&A를 어렵게 했던걸림돌들을 대부분 이번 법규개정을 통해 제거했다.셋째로는 M&A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다. 기업을 사고 파는 우호적인 M&A는 물론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적대적 M&A에 있어서 공격(매수)자나 방어(매도)자 모두 공정한 시장경쟁의 틀에서 거래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M&A 규제를 제거하는 것과 같은 측면에서 경영권 방어를 가로막는 규제들도 철폐하자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M&A 걸림돌 제거지난해 12월 외국인의 종목당 주식투자 한도가 55%로 확대된데 이어 10%이상 취득시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외자도입법도 33%이상 취득시로 완화되면서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의 길은 트였다. 그러나 정부는 외자도입법의 시행을 대통령이 정하는 기간부터 하도록 결정해 적대적 M&A의 전면적인 시행시기는 다소 늦춰지고 있다. 반면 기업인수 희망자에게 부담을 지워 M&A를 억제해온의무공개매수제도가 폐지돼 우호적 M&A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이같이 지분소유와 관련된 규제 외에도 사실 외국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살 때 현실적인 애로사항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은 계열사간상호지급보증 해소와 인원감축 등의 문제다. 이런 애로들도 장기적으론 풀릴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대기업 집단간 신규 채무보증을 금지해 개별 기업의 매각이 쉽도록했으며 상장법인과 비상장 법인간 합병시 비상장법인에 가해지던각종 규제도 대폭 완화됐다. 정리해고제도 곧바로 도입해 부실기업이나 사업부문에 대한 매각을 쉽도록 했다. 대신 순자산의 25%로제한되던 대기업그룹 출자총액 한도를 폐지하고 구조조정을 위한기업매각 및 인수의 경우 독과점 규제에서 다소 자유롭도록 했다.이와 함께 M&A활성화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도 마련됐다. 사업용 고정자산 교환시 법인세 특별부가세 등을 과세이연하고 취득세 등록세는 면제키로 했다. 합병 등 구조조정을 위한 자산양도시 양도세와 특별부가세를 50% 감면키로 했고 대주주가 주식양도방법으로 기업을 인수할 경우 손비를 인정키로 했다. 기업 합병시 합병차익에대한 법인세 과세를 이연키로 이미 97년 관련규정을 개정한데 이어합병 등록세를 면제키로 했다.기업가치의 적절한 판단을 위해서는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하고 외부감사인 선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게했다. 또 증권거래소 상장규정을 개정해 상장법인에 대해서는 전체이사의 4분의 1을 사외이사로 선임,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토록 했다. 소액주주의 경영참여 및 감시를 유도하기 위해 대표소송을 제기할수 있는 지분율을 현행 1%에서 0.05%로 낮췄다. 회계장부열람권 주주제안권을 0.1%로 완화했고 이사 감사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요건도 대폭 완화했다.한편 적대적 M&A에 대해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자사주 취득한도가 현행 10%에서 33.3%로 확대됐고 상장기업간상호주보유한도도 1%에서 5%로 늘었다. M&A 걸림돌을 제거하는 대신 경영권 방어를 가로막는 규제들도 함께 완화해 M&A가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향후 M&A관련법 개정 방향정부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개정한 상법의 재개정을추진중이다. 재개정에선 합병으로 없어지는 회사가 존속하는 회사에 비해 규모가 작을 경우에는 존속 회사의 주주총회를 생략토록할 방침이다. 또 합병후 발생하는 신주의 총수가 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5%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 주총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합병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와함께 회사분할제를 도입해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회사를 분할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회사에 흡수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분할합병도 인정할 예정.증권거래법 보다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주주대표소송요건도 완화되고 이사 선임때 누적투표제를 도입해 경영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마련중이다. 소액주주의 경영참여를 늘리기 위해선 주총시 서면투표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경영권 방어를 위해서 기관투자가의 의결권을 부활키로 하고 투자신탁업법과 은행 신탁재산 운용지침의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지주회사의 설립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업계에서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상 1%에서 5%로 다소 완화된 상호주 보유한도를 상법(10%)으로까지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신주의 3자발행금지 규정도 미국에는 없는 제도여서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학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M&A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대해선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역차별을 해소해야 공정한 M&A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지적이다.김&장 법무법인의 박준 변호사는 『최근 M&A 제도가 상당부분 개정되기는 했으나 부채의 출자전환 허용이나 주식과 분리된 신주인수권 증서제도의 도입 등 보완해야할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