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전문중개 회사인 아시아M&A의 조효승 대표는 요즘 일거리가넘쳐 흘러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연일 브리핑과 미팅은 물론업무섭외에다 원매자(Buyer)와 기업매각 희망자(Seller)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바이어인 외국인들이 묶고 있는 서울시내주요 호텔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란다. 그가 이렇게바빠지기 시작한 건 작년말 IMF구제금융 신청 직후. 이른바 M&A업계의 「IMF특수」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조대표에게 회사를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곳은 부지기수.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팔 물건은 그런대로 있었는데 사려고 하는 원매자를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IMF시대가 되자 사정은 달라졌다. 우선팔겠다는 매물이 엄청나게 쏟아졌다. 개인적인 친분 등 여러 루트를 통해 외국인의 「사자」문의도 빗발쳤다.조대표가 올해 제1영업전략을 해외 네트워크 구축으로 잡은 것도이때문이다. 미국의 레버리지바이아웃펀드(LBO)인 ECI사와는 지난 1월 이미 업무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월27일에는 미국의 M&A전문업체인 C그룹과 업무제휴계약을 맺었다. 또다른 미국의 다국적기업과도 접촉중이다. 해외유수의 인베스트먼트뱅크나 헤지펀드등 그가 접촉하는 해외 제휴선은 다양하다. 조대표는 『외국인들의한국기업 인수는 물론 부동산매각 자본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M&A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물론 IMF특수를 맞은 것은 아시아M&A뿐 아니다. 한국M&A 코미트M&A삼정M&A파이낸스 프론티어M&A 세종M&A 유나이티드M&A 등 그동안국내외에서 신뢰를 쌓아온 M&A 전문회사들은 IMF시대를 맞아 유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미 매력있는 매물들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이들은 외국인 바이어를 잘만 만나면 「한 건」하는 건시간 문제다. 이들은 모두 저마다 수십여건의 M&A건을 실제 진행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중개업체마다 수십여건씩 추진중외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업종도 다양하다. 정보통신 자동차부품 금속 호텔 금융 제약 등 가지가지다. M&A회사들마다 전문업종도 형성돼 있지만 외국인들로부터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매수를 요구받고있다. 유나이티드M&A 김태형사장은 『정보통신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외국인 M&A도 약 10건 진행중이다. 이중에는 조만간 성사될 만한 건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M&A 최종원사장도 『미국의 유수한 회사로부터 생활용품회사와 기간산업체를 매수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이처럼 외국인 바이어와 진행중인 M&A협상은 한두건이 아니다. 이때문에 과거에는 원맨비즈니스(One Man Business)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조직적으로 움직여야할 상황이다. 4~5명에 불과했던 M&A부티크(소규모중개업체)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부티크는 M&A전문인력을 많이 끌어들여 전문인력이 수십명에 달한다. 기업을 사고파는 것을 중개해주는 복덕방 수준에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M&A중개전문회사로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코미트M&A는사무실이 좁아 좀더 큰 사무실로 이전할 예정이다. 세종M&A는 외국인 M&A전문가 1명을 포함해 3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다. C사의 경우입사원서가 수북히 쌓여 있다. 월급을 받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할테니 받아달라는 사람들도 있다.이같이 확보된 인력으로 외국인 M&A를 중개하고 있지만 이들의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외국인들은 꼼꼼하게 여러가지 조건을 따진다. 투자희망 규모도 적게는 1천만달러 많게는 5억달러 규모의 딜(Deal)을 원하는경우도 있다. 그러나 원하는 업종을 원하는 규모에 맞춰서 매물을구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 일부 외국인들은 매물에 대한 조사만해간뒤 소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외국인의 국내기업인수는M&A관련제도가 완전히 정비된 뒤 하반기께나 가시화될 것이라는게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기도 하다.◆ ‘한번 쓴 기법 다시 쓰지 않는다’ 불문율외국인들이 국내기업을 사고 싶다며 접근하는 통로는 여러가지다.외국상공회의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 갖가지 통로가 있다. 그러나 외국인이 가장 먼저 인수의사를 밝히는 곳은 로펌(법률사무소).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본 뒤에 인수작업을진행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로펌과의 업무제휴도 M&A부티크의 주요과제다. 물론 인수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할 수 있는 회계법인과제휴계약을 맺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요즘은 M&A업무를 담당하는 로펌이나 회계법인들의 움직임도 부산해졌다.그러나 원매자와 매각희망자를 동시에 접촉하며 M&A를 주도하는 곳은 역시 M&A전문 중개업체. 외국인이 법률사무소에 인수의사를 밝히지만 로펌은 원매자만 확보하고 있을뿐 매각 희망기업에 대한 정보는 약하다. 따라서 M&A전략가들로 구성된 M&A부티크의 도움을 받는 게 일반적인 형태다. 소수주주권을 확보한다든지 그린메일링을하거나 공개매수 프락시파이트 등 갖가지 기법에 대한 자문은 M&A부티크 몫이다.이 때문에 M&A부티크들마다 새로운 매수전략을 짜기에 바쁘다. 프론티어 M&A 성보경사장은 『국내에 소개된 M&A사례는 수십가지밖에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는 수천 수만가지의 전략으로 M&A를 성사시킨다』고 말했다. 공개매수나 그린메일링 프락시파이트 등은 고전적인 기법이 될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개발해야 M&A부티크로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한번 쓴 기법은 다시 쓰지 않는다』는 M&A의 불문율도 그래서 생긴거다. M&A는 21세기 최대 수익률 게임으로 일컬어진다. 투자게임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나 IMF시대를 맞아 구조조정의 효율적인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더욱크다. 구조조정기를 맞아 바빠진 M&A 전문중개기관들의 발걸음은한국기업들의 IMF탈출을 위한 몸부림에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