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된 여타 주제를 다루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으나 워낙 구조조정 문제가 긴박한 상황이라서 사족이 될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한번 IMF 문제와 관련된 몇가지 사안들을 거론해 보기로 한다.IMF 지원에 따른 구조조정과정에서 제기되는 가장 긴박한 정책과제는 두말할 나위없이 실업대책이다. 정부발표에 따르면 3월중 실업자규모는 1백5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기에 현존하는 수백만명의 불완전 고용집단을 고려한다면 실업문제는 그 파장을 예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휘발성을 갖고 있음을 쉽사리예견할 수 있다. 게다가 임금의 동결내지 삭감, 지속적인 물가상승및 조세부담에 따른 실질 가처분소득의 감소 등은 우리네 살림살이를 더욱 고달프게 하고 있다.단순히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면서 사회적 불안이 해소되기를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업자들을 포함한 사회적 한계집단의 불만이 표출되는 경우 우리사회는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이러한 상황의 긴박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표류하고 있다. 여야간의 대치 정국속에 국회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과 미증유의 인사이동에 따른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전망이다. 기왕에 마련된 일련의 실업대책이나 고용안정대책 등은한시라도 서둘러 시행돼야 한다. 정책이란 항용 시차를 두고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실업과 관련된 정책들은 「실기(失機)의 사치」를 허용하지 않는다.정(政)과 사(使)는 노사정합의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하여 노(勞)를 포함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해야 한다.근로자들에게도 문제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가령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추가 고용창출이나 실업의 감소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물론 노동시간의 단축이 추가 고용창출이나 실업의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그러나오늘의 실업문제는 단일 정책수단으로 그 해소를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효과가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근로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의 하락이라는고통을 감수함으로써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의식을 발휘할필요가 있다.IMF의 구조조정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역시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말의 IMF 협약을 지나치게 「절대시」하여구조조정을 빌미로 국민경제를 감당하기 어려운 침체의 나락으로빠지게 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령 기업의 목을 조르고 있는 고금리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협상과 설득이 필요하다. 재정정책에 있어서도 정책적 행동반경을 제고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해외의 전문 인사들역시 IMF가 한국에 대해 불필요하게 재정정책의 자율성을 제약하고있다는 비판을 제기해온 터이다. 한국의 경우와 같이 저축률이 높고 GNP에 대한 공공부문이나 재정적자의 비중이 낮은 국가에서 현재와 같은 과다 긴축정책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정부지출의 구조 역시 중장기적 시각에서 보면 문제가 없지 않다.긴축기조를 위해 불가피하다 하여 가령 사회간접자본(SOC)이나 과학, 기술개발 등과 같은 분야의 투자가 축소되는 경우 이는 미래의성장잠재력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그러한 기초자본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IMF에 따른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다 해도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마지막으로 위기극복의 핵심적 전제조건은 사회적 「컨센서스」를확보하는데 있다. 정부의 대대적인 조직 인사개편에 따른 불안을해소하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미증유의 사회 경제적 진통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는데 보다 적극적 홍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당면한 위기의 배경과 내용, 우리의 사회경제가 새롭게태어나는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진통에 대한 사회적 수용의지, 그리고 새로운 정책의 당위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