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가 산학협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정리하고있다. 대학(서울대 산업공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기업들과 연계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교수로서 우리기업에 대해생각했던 부분을 가감없이 써내려갔다. 특히 저자는 IMF체제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와 기업을 중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 비유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를 극복해야만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얘기를 들어본다.「IMF체제는 역사가 주는 선물이다. 우리의 몸 상태는 이미 나빠질대로 나빠져 있는 중병환자와 같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흥청망청대며 소비에만 열을 올렸다.IMF는 이렇듯 분수를 모르던 우리에게 중병사실을 통보해준 의사에지나지 않는다.그렇다면 중병의 증세는 어떠한가. 미국시장에서 우리 수출품이 차지하는 시장 점유율 변화를 보면 우리 산업이 밀려나는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88년도에 우리제품은 미국시장에서 4.6%를 차지하고있었으나 97년 6월조사에 의하면 2.6%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중국은 우리의 절반도 안되는 2%에서 시작하여 97년 중간집계에 의하면 6.5%에 도달하였다. 우리의 산업이 해외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증상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재벌기업은 마치 잡화상을 연상시킨다. 필사적으로 외형경쟁을 벌인다. 이들에겐 오로지 기업의 크기가 가장 중요한 잣대다. 자연 우리의 제조업은 단봉낙타와 같다.제조업은 대략 10단계의 업무를 거쳐 진행된다. 즉 기술정보, 상품기획, 연구개발, 설계, 설비계획, 부품조달, 생산, 판매기획, 판매, 사후관리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동안 우리 제조업은 상품기획과 연구개발은 해외기술의 도입에 의존하였고 판매 및 사후관리단계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기대어왔다. 우리손으로 직접 담당한 것은 생산부분이다.그러므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생산기술은 낙타 등의 가장 높은중앙부분이고, 전반부의 기술정보-상품기획-연구개발과 후반부의판매기획-판매-사후관리는 낙타 등의 양쪽 끝과 같이 아직도 낮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경영철학도 베끼는 등 모방의 후유증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이런 중병을 치유하려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중증을 근본적으로 고칠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산업현장에서 느낀 바에의하면 지난 75년부터 독자적인 연구개발체제를 정착시키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했어야 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치우친 육성정책으로 중소기업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물론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산업을포기하기가 수월치 않은 까닭이다. 정부 역시 산업육성 체제를 민간이 주도하는 정책으로 바꾸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모두의 사고의 대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수 없는 것이 지구촌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구체적인 치유방안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먼저 국제화를 이루어야한다. 혼자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민족성의 재발견도 필요하다.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이런심성을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민족심성을 발화시킬 수 있는 점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점화장치는 무엇인가? 잠들어 있던 창의성을 일깨우는 것이다.치유방안 못지 않게 재활방안도 중요하다. 학생들과 개발을 추진하고 벤처의 성공요인을 연구하면서 느꼈던 점은 한국형 벤처모델의필요성이다. 이의 첫 단계로서 전국의 대학, 전문대학의 모든 교수와 학생들은 벤처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이 네트워크는 국내외대학은 물론이거니와 해외 벤처 투자가들과도 교류를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형 벤처모델은 난장터의 자유분방한 토론정신을 본받아야 한다.이제 또다시 중병에 걸리는 불행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국가의 비전이 새로이 설정되어야 한다. 새로운 국가비전이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리의 비전은 자부심을 부활에서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몇가지 철칙을 준수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사회정의와 도덕성을 찾아야 한다.또 국가경영 철학을 확립하고 역사의식, 고유사상, 문화예술의 창출로부터 산업발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이밖에 창조를 국가발전의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하며 국가의 지도자는 반복되는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이면우 지음● 한국경제신문사/1998/310쪽/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