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하는 바와 같이 공개시장조작, 재할인 및 지급준비율 정책은통화가치안정을 정책목표로 하는 각국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3대 정책수단이다. 이들 중 20세기 후반 들어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자리 잡게된 것이 공개시장조작인데 이는 중앙은행이 유동성이 높은 증권을 공개시장에서 매매하여 은행의 지급준비금을 증감시킴으로써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수단을 말한다. 우리나라의경우 이러한 공개시장조작의 주요 대상증권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이다.그런데 최근 재계 일부에서는 과거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여 기업이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돈을 흡수하였으니 지금과 같이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때에는 통화안정증권을 상환하여 돈을 다시 기업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한국은행이 왜 비싼 이자를 물어가면서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통화안정증권이 어떻게 발행되는지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통화안정증권은 특정부문의 자금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특별유통증권이다. 즉 시중유동성이 적정수준을 유지하려면 한쪽에서 통화가 과다하게 공급될 경우 다른 쪽에서는 통화가 적절히 환수되어야 하는데이것이 금융시장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한국은행은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게 된다.물론 일찍이 국채시장이 발달된 미국 등에서는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를 시장에 매각하여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처럼 국채의 발행물량이 크지 않고 특히 본원통화 증발압력이장기간 기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에서는 설사 중앙은행이 상당량의국채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곧 소진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공채매각에 의한 유동성흡수에는 한계가 있다.통화안정증권은 80년대 후반에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수출호조 등으로 해외부문을 통한 통화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업들이 수출에서 벌어들인 자금으로 은행대출금을 상환하는 대신 기업의 확장이나 부동산투자 등의 자금으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통화량이 크게팽창한데 기인하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IMF 체제하에서 금융산업 구조조정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본원통화가 대규모로 공급됨에 따라 과잉유동성 흡수를 위해 통화안정증권 발행의 대폭적인 증가가 불가피하였다.통화안정증권은 거의 전액이 은행 등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발행되므로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기업자금이 직접 묶이는 일은 없다.오히려 통화안정증권이 발행될 경우 은행 등의 가용자금이 무차별적으로 흡수되므로 대기업보다는 자금조달을 주로 은행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이 더 어려움을 겪게 된다.또한 통화안정증권은 그 자체가 통화증발요인을 안고 있으므로 통화안정증권의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현재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30조원에 이르고 있고 발행금리가상승해 중앙은행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본원통화 공급분을 다시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통해 수속하여야 한다.그러나 아무 대책 없이 통화안정증권을 상환할 경우 엄청난 통화팽창을 야기하므로 이 또한 곤란하다. 통화안정증권을 줄여나가기 위하여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차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으로 통화팽창압력이 줄어들어 통화안정증권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또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한 비용은 재정에서 비인플레적인 방법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은행이 현재와 같이금융산업 구조조정 등과 관련하여 정부보증채를 계속 직접 인수하게 되면 본원통화가 증발되어 다른 한편으로 통화안정증권 발행을늘릴 수밖에 없다.이와 같은 기업의 구조조정이나 비인플레적인 정부채권 발행 등은단지 통화안정증권 발행 축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체질강화를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매우 긴요한과제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