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들고 발 부르트게 뛰었다지난해 12월말 어느날.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 경리부장으로 있었던최윤 부장(44)은 해고통보를 받았다. 대학 졸업 후 지난 15년간 경리통으로 한우물을 파온 최부장으로서는 앞이 캄캄한 순간이었다.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얼굴이 차례로 떠올랐고 그동안 고생만 해온 부인에게는 무슨 말로 설명을 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러나 회사측의 방침은 확고했다. 조직 통폐합 차원에서경리부가 다른 부서에 통합되는만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최부장은 집에서 며칠 쉬며 마음을 다져먹은 후 새로운 직장을 찾아나섰다. 소규모의 사업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으나 경기가 워낙 불황이라 승산이 없어 보여 포기했다. 각종 기관에서 개최하는 취업박람회와 노동부의 인력은행에 들러 정보를 수집했고 각 구청의 인력알선 창구에도 가보았다. 또 각종 신문을 열심히 뒤적이며 취업코너를 스크랩했다. 집에 앉아서 재취업할 곳을 구하기보다는 직접 돌아다녀야 더욱 생생한 정보를 얻을수 있다고 판단했다.그러던 지난 2월 20일 최부장은 마침내 재취업의 기회를 잡았다.한국경제신문과 SBS가 공동주최하고 있는 「재취업을 도웁시다」행사장에서 문구제조업체인 화신공업이 경리부장을 뽑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지원했다. 마침 화신공업측에서는 부사장과상무를 현장에 파견, 직접 면접을 실시했다. 1명을 뽑는데 무려 20여명이 몰려들어 경쟁이 치열했으나 운좋게도 회사측의 낙점을 받았다.그렇다면 최부장이 험하디 험한 재취업의 관문을 무난히 뚫을 수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최부장은 기본적으로 경리분야에 해박한데다 공인중개사와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전산업무에도 상당히 밝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꾸준히 전산을 공부, 수준급실력을 갖추고 있다. 결국 최부장은 준비된 재취업자로서의 자질을골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좌절하지 않고 만반의 준비를 한채 부지런히 일거리를 찾아다녔다.재취업이 확정된 당일에도 그의 안주머니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들어 있었다. 최부장은 『경리업무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일정한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력서 등을 챙겨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뛰어다닌 덕분에 일자리를 쉽게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