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해소냐 자산디플레냐부동산가격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부동산시장을 두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가장 많은 논란은 계속된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가격하락으로 부동산에 얹혀있던 거품(Bubble)이 해소됐느냐 하는 것과 자산디플레이션 나아가 복합불황이 올 것이냐 하는 문제다.특히 자산디플레이션 복합불황 등과 관련해서는 부동산시장이 그뇌관역할을 할수도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제기되면서 요즘 부동산시장을 바라보는 눈길에 예사롭지 않은 기운마저 돌고 있다.◆ 부동산가격에서 거품은 해소됐는가?부동산전문가들이 거품을 설명하는데 가장 흔히 이용하는 것은 두가지. 하나는 국민총생산(GNP)대비 지가총액의 비율이며 다른 하나는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배율(PIR).GNP대비 지가총액으로 거품을 설명한 삼성경제연구소 김갑성 수석연구원은 『지난 91년만 해도 최고 50%의 거품이 있었으나 그후계속된 가격하락으로 지금은 약 30% 정도의 거품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도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즉 거품은 자산가치의 과포장이며 지가총액이 GNP의 적정수준에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ERA코리아 강정임 실장도 『공시지가 기준으로지가총액이 GNP의 4배 정도로 아직도 거품이 많이 있다』며 『지금까지 빠진만큼 더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손경환 연구위원은 거품을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배율 즉 주택가격에서연소득을 나눈 비율로 설명한다. 『부동산가격폭락을 거듭한 일본의 PIR가 4배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국평균 4.5배』라는 손경환 연구위원은 『PIR가 보통 3배 정도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거품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거품에 대한 이견도 없지 않다. 강남대 사회과학부 노태욱교수(부동산 전공)는 『거품을 말할 때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식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예전에 「전국적 시장」에서「감각적」으로 느껴졌던 초과가격을 나타내는 것이 거품이라면 지금은 수요-공급에 충실해지려는 국지적 시장으로 거품의 의미가미미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을 달구었던 가수요나 투기성 수요가 지배하는 「덩달아」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러나 이같은 거품에 대한 정의나 추정방식과는 별도로 대다수의부동산전문가들은 아직도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즉 「적정하다고 생각되는 부동산가격보다 아직도 비싸다」는 것이다. 김갑성 연구원은 『IMF로 실질구매력이 반으로줄었는데 부동산값은 왜 반으로 안떨어지느냐』며 IMF를 겪은 멕시코를 예로 들었다. 멕시코의 경우 IMF로 30% 정도 부동산값이하락했는데 우리는 아직 그 정도의 하락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더 떨어질 소지가 많다는게 김연구원의 말이다.◆ 자산디플레이션과 복합불황은 올까?거품이 과장된 자산인플레이션이라면 자산디플레이션은 개인·기업등이 가진 자산 즉 부동산이나 증권 등의 가치하락을 뜻한다. 최근거론되는 자산디플레이션은 부동산과 주가의 동반하락, 부동산매매·임대가격의 하락, 도산기업의 증가와 그에 따른 매물누적 등이지속되면서 나온 말로 많은 전문가들이 자산디플레이션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김갑성 연구원은 『최근 거론된 자산재평가도 땅값이 떨어져서 재평가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기업들이 많이 있다』며 『지금 자산디플레이션은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예전에 시가 10억원짜리 부동산으로 7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 5억원밖에 받지 못한다면 그게 바로 자산디플레이션으로, 현재 상황이 그렇지 않느냐는게 김갑성연구원의 지적이다. 손경환 연구위원도『자산디플레이션이 진행중』이지만 『아직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가격이 단기간에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다면 경제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큰 문제를 일으키겠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서서히 부동산가격하락이 진행되고 구조조정이 잘만 이뤄지면 생산력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게 손경환 연구위원의 말이다. 노태욱 교수도 『지금 명목적 화폐가치의인플레 즉 환율하락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자산디플레이션이 이뤄진 셈』이라고 말했다.이처럼 자산디플레이션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부동산가격하락과기업도산이 잇따르면서 복합불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에서나오고 있다. 복합불황은 개인이나 기업의 연쇄부도로 인한 부동산매물증가-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적-기업재무구조 악화-기업투자위축의 악순환으로 생기는 『금융과 실물부문 양쪽의 불황』.(손경환 연구위원) 지난 90년부터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IMF 구제금융을 받기 전에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신한종합연구소 등 일부 연구기관에서 잇단 대기업들의 부도와 부동산경기의 침체가 맞물리는 상황을 바탕으로 복합불황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었다.그러나 지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복합불황가능성에 대해서는 「그정도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노태욱 교수는 『부동산시장이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이 아니고 아직도 부동산소유의식이 많이 남아있어 복합불황을 야기시킬 정도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도 『토지 주택 등 부동산가격이지난해말 기준으로 40% 이상 떨어지면 복합불황 가능성이 있지만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