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준비하고 닻 올려야 순항누군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한발 앞서 창업했다가 쓰러져간 업체들의 실패를 꼼꼼히 분석해보면 의외로 쉽게 성공법칙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찾아내 그런일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위험요소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성공사례는 물론이고 실패사례에서도 얼마든지 귀중한 경험을 얻을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벤처기업을 창업했다가 실패했던 사례들을 유형별로 소개해본다. 벤처기업을 운영하거나 준비중인 사람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형 1 - 인적구성의 부조화벤처기업은 흔히 기술력만 뛰어나면 성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기술만이 전부는 아니다. 벤처기업도 분명히 하나의 조직이다.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어야 잘 굴러간다. 특히 인적구성원이 탄탄하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동통신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S테크놀러지사 역시 지난해말 직원들 사이의 알력으로 기술력이 뛰어난데도 불구하고 쓰러졌다. 지난 94년 설립된 이 회사는그동안 이동통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괜찮은 장사를 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무엇보다 학교 선후배이자 사장과 부사장을 맡고 있던 공동설립자끼리 회사의 노선을 둘러싸고 틈이 생기면서 회사가 겉돌았다. 두 사람은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일으켰고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직원들도 모래알처럼 응집력이없어졌다. 결국 구성원들 사이의 이런 반목은 영업부진으로 이어졌다. 죽자살자 식으로 뛰어도 될까말까한 판에 서로 헐뜯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들어 영업실적마저 나빠지면서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그러다가 급기야 해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절차를 밟았다. 더 이상 회사를 이끌어나갈 힘도, 명분도 없었던 셈이다.◆ 유형 2 - 무리한 투자무슨 일이든 지나치면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특히 돈문제는 더욱그렇다. 돈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거나 정도를 지나쳐 쓰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와 해를 끼친다. 벤처창업도 마찬가지다.규모는 작지만 명색이 사업인만큼 처음부터 적잖은 돈이 들게 마련이다. 또 창업을 한 다음 운영이나 연구개발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항상 규모에맞는 적정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사의 규모나 생산성은생각하지도 않은채 무턱대고 돈을 끌어다가 쓰다간 언젠가 반드시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소프트웨어 업체인 I사도 이런 케이스로 지난해 12월 부도를 냈다.I사는 대학 동아리 멤버들이 주축이 돼 지난 95년 만들어졌다. 회사를 만들기전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업계에선 이미 유명인사로 통했던 이들은 졸업 후 약 1년여의 준비 끝에 벤처기업을 만들었다.일부 대기업에서 이들이 대학 때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판권에 욕심을 내기도 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직접 창업했다. 회사는 처음부터순조롭게 운영됐다. 불법복제로 피해를 보기도 했으나 꾸준히 팔려나가는 바람에 첫해에만 수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었다. 돈이 벌리자 젊은 창업자들은 거칠 것이 없었다. 번 돈에다 추가로 대출을 받아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했다. 그러나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지 않았고 자금사정은점점 어려워졌다. 급기야 지난해 들어서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했다.대출받은 자금의 이자를 갚기에도 급급했고 겨우 버티다가 부도의희생양이 됐다.◆ 유형 3 - 파트너 잘못 선택벤처기업들은 흔히 무역 관련 일은 전문 오퍼상에 맡기는 경우가많다. 일정한 계약을 맺은 다음 수출을 전담시키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념한다는 차원에서 무역 부분은경험 많은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일의 효율성 면에서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주의할 점이 있다. 파트너를 잘못 만나 큰 손해를 보고 쓰러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동차용 부품이 주력인 S엔지니어링을 들수있다. 지난 93년 설립돼 1년전 부도로 사라진 이 회사는 처음부터무역업무는 외주를 주었다. 설립 당시만 해도 자본이 부족해 수출을 담당할 인력을 고용할 수 없는데다 효과적으로 해외시장을 뚫기위해서는 전문인력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그러나 이는 오산이었다.오퍼상 사장의 본성이 드러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기회만 닿으면 농간을 부렸다. 특히 툭하면 수출 길이 막혔다며 제품에 퇴짜를 놓았다. 게다가 가격도 가능하면 많이 깎으려 들었다.S엔지니어링측은 처음에는 정말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 그런줄 알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오퍼상이 좀더 많은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부린 수작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기술을 개발해도 소용이없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그 주인이 먹는 격이었다. 참다못해 거래관계를 청산했지만 그때는 이미 회사가 거의 기운 상태였다.◆ 유형 4 - 장기적인 안목 부족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읽는 일이다. 자칫 앞으로의 전망을 잘못 읽었다가는 고생만 실컷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자진 폐업한 인터넷서비스 전문회사인 G사도 마찬가지 케이스로 돈만 까먹고 사업을 포기했다.G사는 3년전 의욕적으로 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먹거리와 볼거리 관련 각종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띄웠고 기업체들을 상대로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홈페이지를 대신 제작해주기도했다. 당시 회사측은 한두해 정도 고생하면 인터넷시장이 크게 커져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그러나 인터넷시장은 별 변화가 없었다.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너무 일찍 덤벼들었던 셈이다. 특히 인터넷광고 시장의 경우 거의 움직이질 않았다. 광고를 따려해도 주는 기업체가 없었다. 결국 G사는 3년간 약 3억원의 돈을 까먹고 문을 닫았다. 도저히 수입이 나지 않아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