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집게 마케팅으로 '단골' 관리미국의 슈퍼마켓에선 기저귀매장 옆에 맥주를 같이 진열해 둔다.부인의 심부름으로 기저귀를 사러 슈퍼마켓에 들른 남편은 짜증도나고 해서 맥주나 마시자고 이를 함께 사가기 때문이다. 1년전에반코트를 산 사람은 다음해에 롱코트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 돈이 모자라 코트라고 사기는 했지만 롱코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못하기 때문이다. 코트회사는 그래서 반코트를 산 고객주소를 찾아내 이들에게만 DM(직접우편) 등을 보내 집중적인 롱코트 판촉공세를 가한다.고객의 구매정보를 모아 잘 분석해보면 그들의 구매행동을 알수 있다. 고객의 구매정보를 컴퓨터에 모아놓은 큰 정보창고가 고객데이터베이스다. 이 고객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물건을 살만한고객에게만 접근하는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새로운 판매기법으로떠오르고 있다.기업들이 TV나 신문 잡지에 광고를 내고 불특정다수인 대중에게『우리 물건 사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종전의 매스마케팅은 IMF이후 이제 「지는 해」가 됐다. 광고판촉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효과도 전같지 않다. 그래서 물건을 살만한 고객한테만 홍보하는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새로운 해」로 떠오른다.베트남전에서 미국은 수십대의 폭격기를 동원해 수천개의 폭탄을쏟아붓는 융단폭격을 가했지만 결국 전쟁에 패배했다. 그러나 91년이라크전에서는 레이저유도장치를 이용해 단 몇십개의 스마트폭탄으로 주요격납고와 전화국 굴뚝까지 정확히 폭격했다. 그동안 대중매체를 이용한 매스마케팅이 월남전방식이었다면 유망고객에게 화력을 집중해 곧바로 구매를 유도하는 걸프전방식의 마케팅이 바로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라 할수 있다.지난 80년대이후 미국은 사상 최대의 재정적자와 극심한 경기침체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마케팅도 비용이 많이 드는 매스마케팅대신 비용이 덜 들고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데이터베이스마케팅으로전환했다. 「매스마케팅은 죽었다」는 선언이었다. 예컨대 제너럴모터스는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GM카드를 만든뒤 고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여기서 고객을 유형별로 분류해 카드소지 고객이스포츠카에 관심이 있다면 GM판매부는 스포츠카에 대한 정보를우편으로 보냈다. 고객과 1대1로 대화하겠다는 것이다.국내에서도 이런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삼성카드는골프용품이나 골프여행패키지를 팔때 광고를 하지 않는다. 대신 회원중 골프장에서 카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고객한테만 DM을 발송한다. 대우자동차는 95년11월 「에스페로 품질평가단」 1백명을모집했다. 응모자 43만5천명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잠재고객데이터베이스를 작성했다. 이들을 상대로 집중적인 마케팅을 했다. 1년도 안돼 1백명의 평가단중 95명이 에스페로를 샀고 43만5천명의잠재고객중 1만5천명이 대우자동차를 구매했다.데이터베이스마케팅이 왜 이처럼 유행하는가. 우선 IMF시대를 맞아 기업들은 광고비를 줄이는 추세다. 그렇다고 광고 등을 통한 마케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따라서 비용은 적게 들면서도 꼭 살만한고객만을 공략하는 「쪽집게마케팅」이 기업들의 눈에 뜨인 것이다. 또 시장이 성숙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규고객창출보다단골고객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중 상위 20%가매출액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은 이제 마케팅에서 진리가 되고 있다. 이들 단골고객은 또 구전효과를 통해 다른 손님을물고 오는 영업사원이 되기도 한다. 이른바 MGM(Members GetMembers)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의 우량고객관리가 그만큼중요해진 것이다.미국등 선진국에선 지난 80년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이 많은금융기관 항공사를 중심으로 DB마케팅이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현재는 유통업체에서 식품회사를 포함한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전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베이스마케팅중 가장 활발히 이용되는 텔레마케팅이 현재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90년 현재 미국내의 텔레마케팅업체수는 약 3만개다. 고용원만도 1천8백만명이고 연간 매출액은 4천억달러다. 텔레마케팅 상장회사수가 늘고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스미스바니증권사가 추산한 자료에따르면 95년5월 1개였던 상장회사가 1년반만인 97년1월에는 13개로늘어났다. 상장주식가치도 8천4백만달러에서 1백1억달러로 급증했다.기업들도 텔레마케팅 등 데이터베이스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96년 한해동안 미국기업들이 마케팅에 소비한 2천4백80억달러가운데 58%가 다이렉트마케팅에 들인 돈이었다. 91년부터 6년동안미국에서 다이렉트마케팅에 의한 판매량은 1조2천억달러로 연평균7.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95년 다이렉트메일에만 지출한 비용이 3백12억달러로 10년전인 85년에 비해 약2백%의 신장률을 보였다.◆ 텔레마케팅텔레마케팅은 표면적으로는 전화권유판매로만 보인다. 그러나 그뒤에는 컴퓨터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컴퓨터전화통합체계(CTI: Computer Telephone Integration)가 자리잡고 있다. 이런CTI를 이용한 텔레마케팅본부가 콜센터다. 콜센터에는 수십대에서수백대의 전화를 설치하고 전문전화상담원인 텔레마케터가 고객과커뮤니케이션을 한다.전화를 거는 방향에 따라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인바운드(inbound)텔레마케팅과 고객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전화를 거는 아웃바운드(outbound)텔레마케팅이 있다. 인바운드 텔레마케팅은 신문잡지에 광고를 내고 무료전화인 080서비스를 이용토록 유도한다. 고객이 전화를 걸어오면 집중적인 설득작전으로 구매로 바로 연결시킨다. 대중매체광고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 소비자가 판단한 다음에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데 대개 반응이 너무느린게 흠이다. 그러나 광고한 상품에 관심이 있어 자발적으로 전화를 걸어온 고객은 5분만 설득하면 그 자리에서 구매여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인바운드 서비스는 「낚시」로 비유된다. 한편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은 고객에게 먼저 전화해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는방식이다. 텔레마케터는 데이터베이스에 쌓여있는 잠재고객명단을뽑아 정교한 전화대본을 바탕으로 물건을 사도록 권유한다. 그래서이 방식은 「사냥」으로 비유된다.텔레마케팅은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소비자텔레마케팅과 기업체텔레마케팅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소비자텔레마케팅은 일반고객을 상대로 벌이는 활동이고 기업체텔레마케팅은 산업재를 구매하도록 기업체 구매담당자에게 판촉을 하는 활동이다. 기업체상대 마케팅은그동안 주로 인맥과 안면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IMF이후 회계투명화 순익제고 움직임에 따라 조건이 유리한 제품을 사려는 경향이강해지면서 기업체 상대 텔레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로열티마케팅이 기법은 불황기에는 역시 단골이 최고라는 상식을 좀더 정교화한것이다. 손님이라고 다같은 손님이 아니고 5단계의 충성심 사다리의 한단계에 속한다는 것이다. 가장 충성심이 떨어지는 고객은 잠재고객이고 한번 정도 찾아오거나 물건을 산 고객은 2단계인 구매고객이다. 이보다 충성심이 높은 3단계 고객은 정기적으로 제품을구매하는 보통고객이고 그위의 고객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그 브랜드 제품은 모두 구매하는 단골고객이다. 가장 충성심이뛰어난 고객은 모든 상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주변사람에게 이제품을 사도록 권유하는 옹호자 고객이다.이탈리아 경제학자 비프레도 파레토는 이중 20%를 차지하는 왕단골고객들이 회사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20대 80의 법칙」을발견했다.로열티마케팅은 이 20%의 로열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별도로 관리한다. 가전제품대리점에서 수백만원짜리의 냉장고를 구매한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가득 채워서 배달해 주거나 몇개의 비디오테이프를 함께 배달해준다면 충성심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