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은 역사책에만 나오는 과거의 전설인가. 경제학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최근 아시아경제위기와 일본 미국 등의 경제동향을 분석하면서 과거의 악몽을 떠올린다. 대공황이 발발할 때와 현재의 경제현상이 여러모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경제의 세계화」「디플레이션」「보호무역주의」등이다.1920년대말 세계경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국제화가 상당히진전돼 있었다. 세계각국의 무역의존도가 높았다는 말이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동시에 공황에 빠진 것도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컸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제의 세계화는 2차대전을 거치면서점차 줄어들다가 1970년대 이후 다시 증가했다는게 한화경제연구원황진우 국제경제팀장의 설명이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다국적기업의 출현으로 이같은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자본과 상품교역이 한층 활발해진 것이다.최근 세계각국의 통화위기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황박사는 지적한다. 즉 지난해 7월이후 태국 바트화→인도네시아루피아화→한국 원화→일본 엔화→러시아의 루블화→라틴아메리카와 스페인의 페소화 순으로 통화위기가 발생한 것도 경제의 국제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게 그의 설명이다.디플레이션 현상은 전문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소다. 1920년대의 대공황때와 유사한 현상이 일본과 미국 그리고 동남아각국에서발생하고 있어서다. 소비지출의 감소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이것이 금융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가 또다시 나빠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담보로 연결돼 있는금융과 실물부문이 동시에 불황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게 삼성증권리서치센터 김승식 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1990년초부터 이같은 현상이 심화돼 왔다. 미국도 「뉴이코노미(NEWECONOMY)」라며 전례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미국증시도조만간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보호무역주의의 대두도 경계의 대상이다. WTO(세계무역기구) 등다자간 자유무역기구가 발족됐지만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은 각종 관세·비관세장벽을 통해 자국시장을 보호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지적이다. 이같은 경향은 금융시스템의 혼란이 실물경제를 위태롭게 할때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이같은 공통점을 거론하면서 전문가들은 일본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3가지 현상이 가장 집약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국가로 지목한다.특히 최근 「부동산가격하락」등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통화주가 금리 등 「트리플약세」가 현저히 나타나고 있어서이다. 또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 동남아 각국에 대한 대출회수와 8천억달러 규모의 외화자산을 매각하여 세계경제에 미칠 여파가 크기때문이다. 가령 미국채권의 환매는 금리인상과 주가하락을 가져와미국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수도 있다.지난 4월초 다우존스지수가 9천포인트를 넘는 등 금융부문의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상이다. 아무리 실물경제가 호황을 누린다고 하더라도 한 번쯤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그럼에도 대공황이 실제로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미국의 호황은 기존의 경기순환이론을 뛰어넘는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증시의 활황은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이뒷받침되고 있어 「거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87년 블랙먼데이」에 대처할 때 입증된 것처럼 미국의 통화 금융정책이 과거보다 훨씬 세련됐다고 주장한다. 재정정책도 다양하게 개발됐다.대공황 때는 없었던 「서킷 브레이크(Circuit Break)」등 증시폭락을 방지할 장치도 마련돼 있다. 이밖에도 선진국간에 「어떤 식으로든지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그렇지만 20년대의 대공황을 당시 경제학계의 주류인 「고전학파」가 예견하는데 실패, 대비책을 마련할 수 없었던 것처럼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해도 불필요한 작업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 아시아 경제위기를 「용의 추락」「아시아적 가치의 몰락」등으로 간주하던 미국과 유럽에서도 그 여파가 몰려오자 차단방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