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자산담보부증권(ABS, AssetBacked Security)의 발행을 적극 검토하겠다.』(3월23일 박태준 자민련 총재)『성업공사가 사들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담보로 외화표시ABS를 발행, 외국인에게 매각하겠다.』(3월17일 김원길 국민회의정책위의장)최근 여권의 핵심경제통들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ABS를올해안으로 발행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동산 등을 근거로 증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해서 기업의 구조조정촉진과 부실금융기관의 정상화를 도모하겠다는게 발언의 요지다.이를 위해 ABS발행을 어렵게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금융전문가들도 ABS시장이 활성화되면 정부당국이 의도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BS가활성화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증권시장을 한단계 끌어올렸고 일본에서도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다고 설명한다.ABS는 글자 그대로 부동산 할부요금 전화요금 등 재산가치가 있는 자산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이다. 은행의 예금시장의 주식이나회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던 방식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회사나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에 최대한 유동성을 부여하여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ABS중에서도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발행, 주택자금을 장기저리로 제공하는 증권을 MBS(Mortgage Backed Security)라고 한다. 1995년미국의 MBS 발행액은 1조7천4백90억달러. 최초의 ABS는 지난1970년 미국의 정부저당금고(Government National MortgageAssociation)가 발행한 주택저당채권. 이후 취급기관과 증권화 대상물이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대출 뿐만 아니라 소비자대출(가전할부금 자동차할부금 등) 신용카드매출 등으로까지 확대됐다.국내에서도 ABS시장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는게 전문가들의진단이다. 무엇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다. 또 기업은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데 도움을 받는다. 30대재벌이 올해안으로 처분할 부동산만 19조원 가량 된다. 이들 부동산을 소화하는데 ABS가유효한 수단이란게 증권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전문가들은 ABS가 발행되면 ABS투자경험이 많은 외국인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도유익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담보 부동산 해소 도움증권전문가들은 자산담보부증권이 순조롭게 발행되면 총67조원에달하는 국내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해결하는데 기여할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여신이 많은 은행은 항상 위험자산 증가에 따른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다』면서 『이를 해결하는 방안중 하나가 바로 ABS의 발행이다』라고 말했다. 즉 최원장은 『위험자산인 매출채권을 담보로증권을 발행, 현금을 조달하면 부실자산비율을 낮춰 BIS기준을 충족시킬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김선주 연구원은 『시티은행의 신용카드사업부문이 ABS를 발행하여 ROE(자기자본투자수익률)를 1.11%개선시켰다』며 『국내은행도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ABS는 또한 금융기관의 자산운용기간불일치에 따른 위험도 줄일수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자금대출은 10년이 넘는 장기대출이 주류를 이루지만 대출자금은 1년미만의 단기자금으로 조달된다. 그러므로 단기로 조달해서 장기로 운용하는 기간불일치 문제가 발생한다.담보로 잡은 주택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기업들도 원활한 자금운용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회사나 자동차 가전회사의 경우 통신요금이나 할부금을 담보로 자금을조달해서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세계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사는 지난 95년 전화카드를 담보로증권을 발행, 9억3천만달러를 조달했다. 전화카드중 우량카드를 선발해서 메릴린치증권사에 담보로 제공했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S&P사는 AT&T사의 전화카드담보 증권에 AA등급을 부여했다.그런 다음 메릴린치 증권은 ABS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AT&T사는 은행차입이나 회사채 발행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ABS의 장점중 하나는 신용등급이 높은 보증기관을 이용할 경우정크본드 수준의 업체도 해외차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증권을 발행하기가 사실상 어려운국내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996년 2월 멕시코 국영전화사인 TELMAX는 뉴욕증권시장에서 ABS를 발행, 2억8천만달러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당시 IMF구제금융을 받고 있던 멕시코는 투자부적격등급을 받고있었다. 그러나 TELMAX사는 미국의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Duff & Phelps Credit Rationing Co.」사로부터 AA의 신용등급을 받고 「뱅커스트러스트」를 주간사로하여 증권을 판매하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뱅커스트러스트를 비롯한 주간사들은 멕시코의 신용등급이 아닌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을 믿고 증권을 인수, 판매했던 것이다. 이처럼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확실히 받으면 자체 신용과는 무관하게 해외차입이 가능하다.이밖에도 ABS의 활성화는 국내증권시장의 판도를 크게 변화시킬것으로 보인다. 국내증권사는 ABS를 인수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이를 편입한 펀드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수있다. 증권사의 사업영역이 다각화되면서 수익원도 새롭게 창출되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기존 증권보다 다소 위험성은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새로운 투자대상을 발견하게 된다.이같은 의의를 갖고 있는 ABS지만 여권핵심들의 의중대로 조기에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담보 부동산을 인수하여 증권을 발행,자금을 조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게 증권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성업공사의 자금과 인력으로는 이를 수행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산업은행의 출자회사나 공사형태로 인수기관을 설립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증권전문가들은 신용평가기관과 보증기관의 역할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유신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현재와 같은 신용평가기관과 보증기관으로는 ABS시장의 발전을 촉진할 수 없다고주장했다.『ABS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보증기관과 신용평가기관이 제대로발전해야 한다. ABS는 채권이나 주식보다 위험이 높아 정확한 가격산정을 요구한다. 또 개인이나 기관투자가들이 안심하고 증권에투자할 수 있도록 보증기관의 신인도가 높아야 한다. 특히 외국투자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담보증권의 정확한 가격책정과 확실한 보증은 필수조건이다.』이밖에도 담보로 잡은 채권을 금융기관에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현행 법률의 개정도 뒤따라야 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ABS가 본격적으로 발행된다면 현재의 금융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하나은행 김연구원은 전망했다.『성업공사 등과 유사한 기관에서 금융기관의 담보부동산을 매각,증권으로 판매한 자금으로 다시 기업체와 금융기관의 부동산을 사들이면 자산 디플레이션을 막아 기업구조조정과 부실금융기관을 정상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