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는 가벼워졌는데 기름 값은 올라 자동차조차 몰고 다니기가 부담스러워진 IMF(국제통화기금)시대. 그렇다고 자동차를 굴리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단돈 몇푼이라도 자동차 유지비를 줄일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은 공장을 돌리는 기업주에겐 더욱 절실하다. 좀더 적은 비용으로 기계를 더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이같은 문제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윤활유 첨가제와 같은 제품에 관심을 가져봤을 것이다. 윤활유 첨가제는 말 그대로 윤활유에 섞으면 윤활 효과가 더욱 높아지는 물질. 자동차 엔진을 비롯, 대형 제조 설비에 이르기까지 쇠로 만든 기계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윤활유의 기능을 강화하는 촉매제인 셈이다. 보통 자동차 정비소 등에서 파는 엔진오일 첨가제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현재 국내 윤활유 첨가제 시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연간 판매액이 1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윤활유 첨가제의 필요성이나 가치를 몰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다. 한데 그나마얼마 안되는 시장도 70~80%를 외제품이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는국내 소기업들이 난립해 조금씩 나눠먹고 있는 실정이다.이렇게 비좁은 윤활유 첨가제 시장에 최근 또 하나의 국내 중소기업이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 있는 유산화학(대표조명수·43). 「미라루브(MiraLube)」라는 이름의 윤활유 첨가제를직접 개발해 만들어온 이 회사는 설립된지 8년이 됐지만 국내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생산 제품 전량을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외국에 수출해 왔기 때문이다.◆ ‘제품 품질 뛰어나다’ 자신감그러나 이 회사가 IMF시대를 맞아 이제 「미라루브」 제품을 내수시장에도 내놓기로 했다. 그동안 해외시장에서 쌓은 공신력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내 시판을 시작하기로 한 것. 설립초기 내수시장 진출을 시도했다가 유명 외국산 제품에 밀려 발도못들여 놓았던 유산화학이 수출시장에서 힘을 보충해 국내 시장 재도전에 나선 셈이다.그렇지 않아도 손바닥만한 윤활유 첨가제 내수시장에 다시 뛰어든유산화학의 1차 목표는 국내 셰어 50% 확보. 그 다음 목표는 윤활유 첨가제 시장을 현재의 5배인 연간 5천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황당한 계획 같다. 하지만 유산화학은 가능성이충분하고 자신도 있다고 밝힌다. 그 자신감 뒤엔 몇가지 이유가 있다.우선 제품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 유산화학은 지난 92년 한양대 연구팀과 공동개발한 「미라루브」 제품이 기존의 다른 윤활유 첨가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기존의 윤활유 첨가제는 서로닿은 금속표면에 기름 막을 형성해 더 잘 미끄러지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이런 첨가제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윤활 기능이 떨어지고찌꺼기로 변해 오히려 기계의 성능을 떨어뜨리기 일쑤다.반면 미라루브는 금속 표면의 미세한 구멍까지 침투해 아예 금속과분자 결합을 해버린다. 화학적 반응을 통해 금속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다른 것처럼 금속에 붙어 있다가 떨어지는게 아니라 금속에녹아 하나가 돼 버리는 셈이다. 그만큼 효과가 오래 간다.』(유산화학 조용관 상무)유산화학은 보통 자동차의 경우 엔진오일에 미라루브를 함께 섞어넣으면 주행거리 2만5천km 정도까지 엔진오일을 갈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95년 승용차에 엔진오일과 미라루브를섞어 넣었다가 다시 엔진오일을 빼낸 다음 서울에서 부산까지를 왕복(1천1km)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무(無)오일 주행 최장기록」으로 96년판 한국기네스북에 기록돼 있다.◆ 미개척지 많아 시장확대 여지 커또 국내 윤활유 첨가제 시장은 아직 개척되지 않은 곳이 많아 시장확대의 여지가 크다는 것도 유산화학이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특히 IMF로 기업들이 갖가지 원가절감 방안을 강구하면서 그동안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윤활유 첨가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기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미라루브를 윤활유에 10%정도 섞어 쓰면 연료소모를 10~15% 줄일 수 있고 기계의 수명도연장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게 유산화학의 설명. 윤활유 첨가제를 쓰면 당장은 추가비용이 들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들인 돈의 몇배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벌써 대우중공업이 미라루브의 효과를 인정하고 4월부터 자기 회사는 물론 협력업체 등에 미라루브를 제공하고 있는게 그 예라는 것이다. 대우중공업은 전국에 있는1백63개 자사 대리점을 통해 미라루브를 판다는 판매 대행계약도최근 유산화학과 체결했다.유산화학은 IMF시대에 주목받고 있는 윤활유 첨가제 내수시장에일단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승부수를 던질 작정이다. 주로 중공업기계 업체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벌여 매년 매출을배 이상씩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수출로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핸 70억~8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것. 또 앞으로 3년안에 매출규모를 6백억원까지 끌어 올린다는당찬 계획도 감추지 않았다. 유산화학은 이를 위해 일산에 있는 월1백50t 생산능력의 공장을 오는 7월까지 충북 진천으로 옮기며 생산설비를 크게 확충해 총 생산능력을 월 6백t으로 늘릴 예정이다.IMF불황을 위기가 아닌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는게 유산화학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