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MF와의 정책 협의라는 테두리 안에서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되 최소한의 유효수요를 확보하면서 위기 극복 이후를 대비, 성장 기반을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많다.그런데 최근 발표된 2월중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아직 경기 회복을 점치기는 너무 이른 것 같다. 우선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가4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1월의 4.2 포인트보다는 낙차가 줄었으나 2월에도 전월보다 2.4 포인트 하락하였다. 보통 경기를 1∼2분기앞서가는 선행지수도 하락세를 그치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의 극심한 침체로 국내 기계수주는 전년동월비 25% 이상 감소하는 행진이지속되고 있고 제조업 가동률도 70% 미만이다. 이런 추세라면 98년중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필연적이 될 것이다. 전년동월대비로 비교한 동행 지표들은 작년 외환 위기가 시작되던 시점과 비교되는연말이 되어야 플러스로 반전될 것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99년에잘하면 2∼3% 수준으로 회복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당분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장기 불황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더욱중요한 것은 경기 지표가 반전되어 불황이 끝나고 경제 위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2000년 이후에도 성장률은 5%를 넘지 못하는 저성장 시대가 뒤이을 것이라는 점이다.이런 상황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실업이다. 정부도 현 내각을「실업대책내각」이라고 규정할 만큼 실업 문제의 해결에 전력하고있다. 한국 경제는 90년 이후 실업률이 대체로 3% 또는 그 이하를꾸준히 유지하여 실질적인 완전 고용 상태를 유지하였다. 그러나이런 「완전 고용」 신화는 불과 3개월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1월실업률이 4.5%로 전월대비 1.4%p 상승하더니 2월에는 다시 1.4%p상승하여 86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5.9%를 기록하였다. 실업자도 1백23만명을 돌파하여 본격적인 대량 실업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경기 추세와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감안하면 98년 평균 실업률은 현재 수준에서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구직 활동을 포기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실업자는 2백만명을 상회하게 된다. 이제 실업은 경제 현상일 뿐 아니라 사회 현상의 하나로접근해야 될 정도가 되었다.적절한 실업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에서 유의하여야한다. 우선은 실업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무리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각 기업과 작업장 차원에서 「직무공유제(work share)」의 광범위한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실업의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두번째는 실업자에 대한 대책이 정부 재정지출에 의존하는 정도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 당국으로서는단기적으로 실업 구제를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려는 유혹이 많을것이다. 그러나 실업 대책 외에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지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상황은 재정 적자를 과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검토되고 있는 실업 구제 및 유효수요 진작을 위한 정책을 가급적이면 외자 도입과 연계하여(예컨대 SOC사업을 외자에 연계하여 추진) 정부 재정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셋째는 기왕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추진하고 있는만큼 노동 중개기능의 제고와 실직자의 재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을 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앞으로전개될 산업구조조정에 따른 부문별 노동력 수급에 맞춰 추진돼야함은 물론이다. 조속한 시일내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제고되지 못한다면 향후 직면할 경제사회적인 부담이 너무도 크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