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은행 영광 기필코 되찾겠다"▶ 「눈물의 비디오」와 「남편기살리기대회」가 은행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제일은행원들의 감회도 남다를 것같은데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상을 소개해 주시죠.지난 2월초 지점장 연석회의에서 첫방영된 「눈물의 비디오」는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제작됐던 것입니다. 한보 기아 등 대형거래업체의 잇단 부도로 은행이 처한 경영난을 직시하고 새롭게 출발하자는의도에서 만든 것이죠. 처음 5천개를 제작했는데 언론에 알려지면서 각 지점과 다른 회사에서 주문이 쇄도했습니다. 또 3월중순 은행 임원들과 본부부장, 서울지역 영업장의 부인이 주축이 돼 「남편기살리기대회」를 열었습니다. 어려운 은행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남편들을 돕겠다고 부인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특히 청담동지점장 부인이 직접 쓴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는 참석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습니다.IMF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동병상련 때문이겠죠.▶ 이같은 움직임이 예수금증가로 연결되고 있습니까.일반 고객과 임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상당히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습니다. 몇가지 예를 소개하자면 우선 서울 세운지점에서 5천만원을 예금하러 왔던 고객이 「눈물의 비디오」이야기를 상담직원과 나눈후 다른 은행에 예치해 뒀던 6천만원까지 가져왔습니다. 이고객은 「비디오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열심히일해달라」는 격려까지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 서울 성동지점에서는 지난해 12월초 35억원을 인출해 갔던 고객이 3월중순 20억원을다시 예치했습니다. 비디오를 보고 제일은행을 도와주고 싶어 다시가져왔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일은행 직원들의 꾸준한 고객유치노력과 다양한 홍보활동이 주효하면서 다시 예수금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감소하던 총수신규모가 지난 3월초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동안 부실은행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구조조정 내역을 소개해주시죠.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인원감축, 임금반납, 점포통폐합 및 자회사 매각 등을 강도높게 추진해 왔습니다. 3월말까지전체 인원의 25%에 달하는 1천8백여명을 정리했습니다. 조직의 군살빼기 작업도 추진해 왔습니다. 이미 전국 48개점포를 통폐합했고올해말까지 70개 점포를 추가로 정리할 계획입니다. 또한 자회사를매각해서 경영정상화를 앞당길 방침입니다. 이미 제일창업투자 등을 팔았고 올해안으로 제일씨티리스 일은상호신용금고 등을 추가로정리합니다. 내년중에는 일은증권과 으뜸투자신탁 등도 팔 예정입니다. 경영진의 자구노력에 발맞춰 직원들도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금을 자발적으로 반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임원 30%,직원 10%의 임금을 반납한데 이어 올해도 동일한 수준에서 임금을반납한다고 합니다. 이같은 자구노력과 정부의 현물출자로 2월말현재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1%로 증가했습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이 은행을 떠났습니다. 최고경영자로서 이들을 내보내면서 마음고생이 컸겠습니다.한마디로 참담함 그 자체였습니다. 제일은행을 평생직장으로 알고지내온 이들을 내보내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40대후반부터 50대를 내보낼 때는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얻기도 쉽지 않은 나이고 자녀들이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이라 인사서류를 보면서 몇번이고 망설였습니다. 그렇지만 6천여명밖에 타지못하는 배에 8천여명 가까운 인원을 태울 수는 없어 결단을 내리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회생시켜야 합니다. 하루빨리 정상화시킨후 이들을 다시 불러 함께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제일은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한보 우성 등 대그룹에 거액의 여신이 물리면서부터 시작된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신운용이 철저하지 못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많았는데 지금은 어떻습니까.국내 기업들이 성장을 계속하던 시대에는 여신운용에 별다른 애로를 느끼지 않았습니다. 사업기회가 많았던 기업들은 항상 자금부족에 시달렸고 은행들은 선별해서 분배하면 됐습니다. 그러나 은행간 과당경쟁과 책임경영체제의 미흡 그리고 자산의 불건전성이 높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특히 은행장 일인에 의한 독단적인 여신제공은 은행의 부실을 가져왔습니다. 은행장의 권위에 여신심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입니다. 최근 저희 은행에서는 이같은 은행장의 전횡을 방지하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전무를 위원장으로 하는 여신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은행장을여신결정과정에서 배제시켰습니다. 단지 사후적으로 보고받고 여신결정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이사회에 회부하는 권한만 갖고 있습니다. 다소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같은 시스템의 구축으로부실여신을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일은행의 향후 진로를 놓고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합니다.현재인수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는 외국은행들은 있습니까.정부는 IMF와의 합의에 따라 오는 11월중순까지 제일은행에 현물출자한 지분을 정리해야 합니다. 감자 등 여러절차를 거친후 공개입찰을 통해 정부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인수의사를 밝히거나 타진해 온 외국은행은 없습니다. 그러나외국은행과 인수협상을 전담할 「민영화추진기획단」을 구성해서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재경부가 금융기관이 파산하더라도 이자는 전액 보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기관의 안정성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말인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입니까.사실 은행간 고금리경쟁은 「제살깎아먹기식」의 비생산적 싸움입니다. 예금의 운용처가 마땅치 않아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그런데도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하려고 한다면 은행권 전체의 공멸을 가져오는 우를 범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은행간 경쟁은 대출서비스 세무상담 등 부대서비스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금융기관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고객중심의 경영을 확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은행은 앞으로 이같은 영업방침을 정한 상태입니다. △수익중심 영업 △생산성 향상△대내외 신뢰도 제고 등이 향후 영업활동의 중심축입니다. 자동이체 카드서비스 등 각종 수수료 수입을 증대하고 여신을 제공할 때도 수익성을 먼저 따지도록 하겟습니다.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과감히 정리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인원감축과 텔레뱅킹 등 전자금융을 적극 추진하여 생산성을 높일 계획입니다.▶ 이같은 구조조정과 영업방침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제일은행의 회생을 낙관해도 되겠군요.사실 제일은행이 안고 있는 어려움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권전체의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보험 리스 투신 종금 등 전체 금융권의 현안이라는 말입니다. 거액의 부실채권이나 낮은 생산성, 담보위주의 여신관행 등 선진금융기관과 경쟁하기에는 힘이 부치는게 사실입니다. 이같은 문제점은 우선 금융기관의 난립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과당경쟁은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심사 등 부실경영을가져왔습니다. 이같은 구조 아래서 우리 은행도 부실화된 것입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도개선과 더불어 임직원들의 의식변화가 정착된다면 조만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봅니다.▶ 어려운 경영형편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년간 본점앞 광장에서 「정오의 콘서트」를 열어 고객들이나 행인들의 호평을 받은 걸로 알고있습니다. 이번에도 본지와 몇개 업체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21세기문화가족」행사에 참석하는 등 문화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있습니다.제일은행은 지난 몇년간 대중예술인이나 사물놀이패 등을 초청하여각종 문화이벤트를 개최해 왔습니다. 도시생활에 쫓기는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여유를 주자는 취지에서죠. 이번에도 문화를 사랑하고 함께 향유하자는 취지에서 「21세기문화가족」사업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IMF로 가뜩이나 위축된 시민들에게 문화와 예술을통해 잠시나마 활력을 되찾아주자는 취지입니다. 이것은 공익기관으로서의 은행의 역할에도 부합되는 사업입니다. 단순히 고객들의여유돈을 중개해서 이자를 챙기는데 급급해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의 일부를 고객들에게 되돌려 주는 사업입니다.▶ 이같은 문화사업을 은행이미지 개선과 영업실적개선으로 연결할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은행영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의 삶을 풍족케 하자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제일은행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고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보답을 한다는 취지죠. 물론 이같은 취지를 이해하고 제일은행과의 거래를더욱 확대해 준다면 우리로서는 일석이조인 셈이죠.▶ 끝으로 제일은행을 사랑하는 고객들에게 한말씀 하신다면.90년대초까지만 해도 제일은행은 국내시중은행중 으뜸가는 은행이었습니다. 자산건전성 수익성 안정성 면에서 몇년간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고객들의 성원에 꾸준히 부응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자만한것이 현재의 어려움을 낳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과거 선두은행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최근 실업자들의 아픔을 함께 할 「실직자후원기금통장」을다른 은행보다 앞서 발매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고객들이 이같은 노력을 좀더 너그럽게 이해하고 사랑해 준다면 새롭게 일어날것으로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