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효율 증대, 기업들 앞다퉈 도입.....일방통행 산정·임금삭각 악용이 정착 걸림돌IMF는 기업임금지급형태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연공서열식 임금지급형태가 사라지고 연봉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것이다. 개인별 능력에 따라 차등화된 임금을 지급받는 연봉제는지금까지 외국계 일부 기업들에서 시행됐으나 올해 들어서면서부터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이 제도 도입에 나서고 있다.연봉제 도입 움직임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확산되고있고 적용범위 또한 과장급 이상 간부직에서 전직원을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다.연봉제는 공무원사회라고 예외는 아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성과급을 확대하고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조만간 공무원사회에서도 연봉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연봉제는 조만간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임금지급형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국내 대기업중에서 연봉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창립 1백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기업문화 조성없이는 재도약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그 상징적인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93년말연봉제를 도입,시행에 들어갔다.두산의 연봉제는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철저히 성과분석을 한 뒤 이에 따른 차등보상을 하는 성과급이 가미된 연봉제이다. 순수한 서구식 연봉제가 아닌 한국형 연봉제인 셈이다.연봉제는 두산그룹이 도입한이후 사실 몇 년간은 기업들사이에서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연봉제 도입에 따른 기업문화가 정착되지않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노사간에 팽배했기 때문이었다. 또 당시기업들은 연봉제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그러나 IMF관리체제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기업경영환경은 급변했다. 목표를 달성하든 못하든 연공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하는 임금체계로는 기업자체가 살아남을 수 없는데다 능력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연봉제 도입을 통해 생산성 배가 필요성이강력히 대두됐다.이렇게 되자 기업들은 앞다퉈 연봉제 도입에 나섰다. 현대 동아 등일부그룹을 제외하고 30대그룹 대부분은 올들어 연봉제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삼성그룹은 이달부터 전계열사 과·부장을 대상으로 5단계 차등을두는 연봉제를 도입했다. 삼성의 연봉제는 실적이 좋으면 같은 직급이라도 20~30% 정도 더 임금을 받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감봉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의 연봉제는 실적을 계속 누적해평가하는 미국식 누적평가시스템과는 달리 매년 그해 실적만을 평가하는 단발평가시스템으로 운용된다.현재 일부 계열사만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 SK그룹은 올 연말에는 전계열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관련 인사제도 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대우그룹도 일단 상반기중 임원급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한 뒤 직원들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전직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화와 금호그룹은 최근들어 과장급까지 연봉제 적용직급을 확대했으며 대상그룹은 대리급까지 적용할 방침이다.일단 연봉제는 관리직 및 영업직을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지금까지 흐름이나 조만간 생산직까지도 파급될 조짐이다. 동국제강 등 일부 기업에서는 노조와의 협상을 통해 연봉제를 생산직사원에까지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연봉제는 우리 기업들 사이에선 새로운 임금지급형태로 자리잡았고이에따라 기업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먼저 온정적인 기업문화가 사라지고 업적에 따른 실적주의 풍토가 조성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 할수 있다. S그룹 한 관계자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서로간의 경쟁은 이제 불가피해졌다』며 이에따른 업무효율 증대효과는상당하다고 말했다.연봉제는 이와함께 합리적인 인사시스템 선진화에도 일조를 하고있다. 연봉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인사고과 및 업적평가제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대기업들은 이 시스템을 승진 등 인사에도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실적보다는 학벌,지연등에 의한 밀실인사가 횡행했는데 연봉제 도입으로 이제는 불가능해졌다.연봉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심각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봉제는경영주가 제시한 등급에 따라 연봉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방통행식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고용자는 자신의 연봉을 능동적으로 제시할 수 없다.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기업들 사이에서 악용되는 사례도 연봉제 정착의 걸림돌이다. 실제로 연봉제를 도입한 일부 기업에서는임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을 일부 삭감한 상태에서 연봉을 책정했는가 하면 높은 성과를 받은 직원에 대해서 연봉을 올려줘야 함에도불구하고 연봉자체를 동결하거나 보류한 사례도 있다. 연봉제가 기업들의 IMF탈출 묘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같은 문제점이 보완될 때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