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사이에 연봉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고액연봉자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비슷한 경력의 동료들보다 2~3배 이상 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사장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들도등장하고 있다. 또 영화나 선진외국에서나 봄직한 연봉 10억원대의초특급 샐러리맨도 있다. 연봉제시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꿈도 꾸어볼 수 없는 이색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연봉제시대의 최고 스타로는 단연 윤윤수 필라코리아 사장(53)이꼽힌다. 그가 쓴 책의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 그의 연봉은 무려 18억원으로 한달에 1억5천만원, 하루에 5백만원을 번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변 사람들이 평가하듯 가히 돈버는 마술사란 별명이 전혀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액수다. 그렇다면 윤사장이 국내 최고의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으로 등극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직장인 기본자세는 정직·성실·공정윤사장은 대학입시에서 삼수를 한데다 대학(외국어대 정외과) 다닐때 1년을 쉬는 바람에 나이 서른에 대학을 졸업할만큼 출발이 늦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단점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했다. 항상 적당히 일한 적이 없다고 공언할 정도로 의욕적으로 일을 했다. 서른일곱에 (주)화승 이사로 승진한 것도, 이탈리아 브랜드인 필라를 국내 정상의 자리에 끌어올린 것도 그의 이런 일욕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윤사장은 직장인의 기본자세에 대해서는 정직과 성실, 그리고 공정을 강조한다. 회사 사훈으로 정해놓고 직원들에게 늘 되새기게 할정도다. 자신 역시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이런 자세를 잃은 적이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운은 굳이 부인하지 않지만 결국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노력하는 사람에게 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양승경 한국능률협회 컨설턴트 실장(43)은 컨설턴트 분야에서 가장많은 연봉을 받는 인물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꿈의 연봉으로 불리는 억대연봉을 받고 있고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약간 인상된 액수로 계약을 했다. 회사 안에서 직원들 가운데 최고의 연봉을 받는것은 물론이고 부회장보다도 많다.지금은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우뚝 섰지만 양실장은 원래 지극히 평범한 회사원 출신이다. 고려대 산업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대한전선과 중외제약의 기획실에서 주로 전략기획 업무를 맡아 일했다. 그러다가 지난 90년초 능률협회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컨설턴트로 변신했고 여기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의 전공과 기업체 근무 시절 부지런히 교육을 받으러 쫓아다녔던 것이큰 힘이 됐다.양실장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면에서 뛰어난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먼저 뛰어난 컨설팅 실적을 들수 있다.능률협회는 회사의 특성상 주업무가 컨설팅인만큼 각 개인의 업무실적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고 이를 각 개인의 연봉을 매길때 그대로 반영한다. 그런 면에서 양실장은 다른 컨설턴트에 비해2~3배 이상의 실적을 올리는 등 그동안 최고의 성과를 냈다. 또 다른 하나는 프로젝트 수주능력이다. 양실장은 현역 컨설턴트지만 프로젝트도 적잖이 따온다.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데다 대외활동도 활발해 기업체에서 그에게 이런저런 일거리를 주는 것이다.여성 고액연봉자로는 유니코 써어치 헤드헌터인 유순신씨(41)가 돋보인다. 한때 스튜어디스와 외국인 회사 오피스매니저로 활약했던유씨는 지난 91년부터 우수인력 전문스카우터로 일하면서 물고기가물을 만난듯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시 억대의 연봉을 받고있고, 그동안 승진을 거듭해 지금은 상무이사 직함까지 움켜쥐고있다.헤드헌터로서 유씨의 가장 큰 무기는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다. 그동안 일을 하면서 접촉했던 수천명이 모두 그의 고객이자 지원자다. 그의 손을 거쳐 취업을 한 고급인력만도 5백명이 넘는데 이들이 지금은 각 업체의 고위직에 있어 인력이 필요할 따마다 연락을해온다. 유씨 역시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인적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 고객관리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음은 물론이다.◆ 헤드헌터 큰 무기 = 인적 네트워크유씨는 인력을 기업체에 소개하는 업무에 종사하는만큼 직장인들이몸값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훤히 꿰뚫고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고 설명한다. 특정분야에 대해 자기만의노하우를 갖고 있어야 대접을 받는다는 얘기다. 특히 자격증보다는그동안 직장에서 쌓아온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며 그래야만 높은 수준의 연봉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외국계 회사들은 학력은변변치 않더라도 전문지식에다 실적만 좋으면 누구든 가리지 않고스카우트해간다는 것.앞서 말한 세사람 외에도 억대연봉자들은 많다. 특히 성과급 연봉제가 완전히 정착돼 있어 약정액이나 수입의 일정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외국계 기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수가 많다. 최근 자주 거론되는 모건 스탠리,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들 역시 철저한 성과급제를 채택하고 있어 억대 연봉자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 외국계 헤드헌터업체들 역시 마찬가지다. 유순신씨가 소속돼 있는 유니코 써어치의경우 헤드헌터로 뛰는 5명 전원이 억대 연봉자다.다만 국내기업들의 경우는 연봉제를 채택하고는 있지만 한국적인특성을 감안해 아직은 연봉에 큰 차이를 두고 있지 않아 연소득이1억원을 넘는 임직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는 연봉제역사가 짧은데다 완전한 성과급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양병무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제 연봉제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산물로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인 연봉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며 『샐러리맨들 입장에서도 앞으로는 회사에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억대연봉자가 될수도 있고, 이와는 정반대로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