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본 메사 사장"남대문시장을 세계 쇼핑 메카로"『패션산업은 인재가 풍부한 우리에겐 매우 유망한 산업입니다. 소비 측면만 보면 우린 이미 선진국 수준에 달했습니다. 낙후되어 있는 생산 수준만 끌어올리면 분명 패션 강국이 될 것입니다. 특히남대문시장은 패션에 관한한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남대문시장을 「세계 패션과 쇼핑의 메카」로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메사의 김재본 사장(40)은 패션산업과 남대문시장에 대한 애정을이렇게 표현했다. 메사는 남대문시장 안에 22층짜리 첨단 쇼핑몰을짓고 있는 대상그룹 관계사. 지난 11일 쇼핑몰 착공식을 가졌다. 김사장은 이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야심찬 젊은 경영인으로 최근 착공식과 때맞춰 대상그룹 계열사인 미성교역 공동대표 겸임발령을받아 주목받고 있다.김사장이 쇼핑몰 건설에 참여한 시기는 5년전인 94년. 그룹 비서실 과장으로서 남대문시장 재개발사업을 맡았다. 그는 이 사업을추진하면서 남대문시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확신이 있었기에 주위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쇼핑몰 건설을 밀어붙였다.◆ 디자이너 지원체계 미리 마련그는 남대문시장을 무척 좋아한다. 남대문시장이 2000년대 세계 패션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남대문 의류상들은 단순히 옷만 파는 상인이 아닙니다. 무한한잠재력을 갖고 있는 패션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은 옷 기획에서 디자인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참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외국 바이어가 샘플을 제시하면 사흘안에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 새 옷을 내놓고 하루만 지켜보면 히트할지 여부를 직감적으로 알아냅니다.』물론 김사장도 남대문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인정한다. 무엇보다 품질관리와 소비자보호가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남대문시장의 잠재력을 발굴, 결집해 주기만 하면 세계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바로 이 역할을 메사가 맡겠다는 것이 김사장의 생각이다.메사는 산 정상의 평지를 뜻하는 스페인어. 남대문시장 재개발을추진하는 회사이름인 동시에 2000년3월 완공될 쇼핑몰의 이름이다.이 쇼핑몰에서 기획·디자인·생산·판매될 의류의 공동 브랜드이기도 하다.메사의 쇼핑몰은 새로나백화점과 삼익패션타운 부근 7백70평 대지에 세워진다. 규모는 지하 9층, 지상 22층이며 연면적은 1만4천4백여평. 건물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까지는 숙녀복 남성복 아동복 수입의류 등을 판매하는 의류상가. 8층엔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 9층엔 패스트푸드점과 이벤트홀, 10층엔 스포츠센터가 들어선다. 12층부터 22층까지는 오피스로, 지하 3~9층은 주차장으로 쓰이게 된다.겉으로 보기엔 최근 수년간 재래시장에 들어선 현대식 상가들과 비슷하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김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단순히 상가를 지어 팔기 위해 쇼핑몰을 짓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는 이 쇼핑몰을 세계적 쇼핑 센터로 키우려는 계획을세워 놓았습니다. 쇼핑몰을 첨단 인텔리전트빌딩으로 짓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김사장 말대로 메사의 쇼핑몰은 인텔리전트빌딩으로 지어진다. 따라서 여느 인텔리전트빌딩과 마찬가지로 실내 온도와 습도는 쾌적한 상태로 자동조절된다. 해외패션정보를 위성을 통해 수신하는 체계도 갖추게 된다. 건물내의 디자인도서관에서 각국 패션정보를 리얼타임으로 받아보게 하기 위해서다. 건물 밖에는 6층까지 곧장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다.보다 중요한 차이점은 디자이너 지원체계. 특히 2층에 들어설 디자이너전문매장이 눈길을 끈다. 메사는 2층 1백80개 매장엔 전문디자이너만 입주시키기로 했다. 이를 위해 4월중 입주 디자이너를 공개채용할 예정이다. 이곳에 입주하는 디자이너는 소정의 임대보증금과 약 15%의 판매수수료만 내면 된다. 김사장은 『이들이 세계 수준의 패션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디자이너 지원 활동은 이미 시작됐다. 메사는 지난해 신인 디자이너를 발굴하기 위해 서울국제패션컬렉션과 서울국제패션디자이너공모전을 개최했다. 다음달에는 남대문시장내에 패션비즈니스칼리지를 연다. 메사는 이곳에서 디자인 패션마케팅 무역 임가공 원가계산 등을 무료로 교육할 예정이다. 교육대상은 디자이너 및 남대문시장 상인들이다.김사장은 『메사를 세계 패션의 메카로 키우려면 우선 남대문시장상인들을 재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남대문 패션은 싸구려」라는 인식을 바꿔놓아야 남대문시장도 살고 메사도 발전할 수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남대문시장과 메사가 공동번영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옷 입는한 ‘사양산업 아니다’김사장은 남대문시장을 체험을 통해 이해하지 않고는 공동번영 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믿고 있다. 그는 『몸으로 느껴보지 않고는확신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사흘 밤을 지하철 회현역에서 신문지를 덮고 노숙했던 것도 남대문시장을 밑바닥부터 이해하기 위해서였다.김사장의 이런 기행은 패션산업에 대한 열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보통사람들과 달리 생각해보는 「역발상」이야말로 창조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특히 『패션과 같이 창조력이 절대적 변수로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역발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따지고 보면 그는 어려서부터 남과 달랐다. 심하게 표현하면 불량학생이었다. 김사장은 『수업시간에 엉뚱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선생님한테 야단맞기 일쑤였다』고 회고한다. 그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엔 「이 아이는 생활태도가 불성실하고 위험한 생각을 많이함」이라고 기록되어 있다.중학교 2학년 때는 비무장지대가 천혜의 관광자원이라고 판단, 개발계획을 만들어 강원도청에 가져간 적도 있다. 도지사 비서들이『이놈 신통하네』, 『여기가 어딘줄 알고 왔어』, 『곤장 한번 맞아 볼래』 하며 놀려대자 『전 포졸들하곤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그런데 김사장이 올들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이런일화 때문이 아니다. 워낙 고속으로 승진했기 때문이다. 그는 금년초 나이 마흔에 메사 대표에 올랐다. 미원그룹(대상그룹 전신)에평사원으로 입사한지 9년만이었다. 게다가 최근 대상그룹 계열사인미성교역 공동대표 겸임발령을 받아 명실상부한 대기업 사장이 됐다.이에 대해 김사장은 『어려서부터 장사를 무척 좋아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커서 유능한 장사꾼이 되자」고 다짐했다』고 얘기한다. 어린 시절 즐겨 읽은 책도 정주영, 선박왕 오나시스, 카네기등 「장사꾼」들에 관한 것이었다. 강릉상고 졸업후에는 붕어빵장사로 돈을 벌기도 했고 우유와 학습지를 배달하기도 했다. 음식점에서 일한 적도 있다. 대학 때는 사업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미술학과에서 경제학과로 전과했다.사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무엇이든 뒤집어 생각해보는 버릇. 이것이야말로 그가 고속승진한 비결이자 패션산업에 매료된 원인인셈이다. 그는 메사 쇼핑몰 착공에 관한 심정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답했다.『패션은 사람이 옷을 입는 한 사양산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패션산업을 발전시키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혁해야합니다. 메사의 첨단 쇼핑몰 건설을 계기로 남대문시장이 거듭나고우리나라 패션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