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태풍이 몰아치는 불황의 시대에는 자격증이 최고다. 언제해고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쯩」이라도 갖고 있으면 든든할 뿐만 아니라 여차하면 이를 바탕삼아 창업도 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하지 않더라도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감원대상 0순위」를 피할수있는 이점도 있다. 실제로 정리해고를 당한 사람가운데 자격증을갖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쉽게 재취업한 사례가 있기도 하다.그래서 최근 학원가에는 자격증을 따려는 정리해고자나 직장인들로북적거리고 있다. 취업전문가들은 자격증은 불황시대 필수요건 1호지만 선별해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기있는 자격증에 도전하기 보다는 「틈새」를 노려 지원하는 안목이 필요하다는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몇년후에 유망한 자격증이나 최근에 신설돼 합격자배출이 많지 않은 자격증에 도전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한다.먼저 전산응용건축제도 기능사가 이런류의 자격증에 해당한다. 지난해에 실시돼 올해부터 자격자가 배출되고 있는 신설자격증이다.종전에는 건축설계사무소 및 건설회사의 설계실에서 모든 설계도면을 수작업으로 했으나 현재는 거의 전부가 컴퓨터로 이뤄지고 있어전망 또한 밝다. 현재 인천 및 경기직업훈련원에서 무료로 3개월과정을 개설중이다.전자계산기기사도 도전해 볼만하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컴퓨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업계 또한 저가격의 컴퓨터개발에박차를 가하고 있어 이 분야 하드웨어를 설계할수 있는 전문인력에대한 수요는 많은 편이다.지난해 12월말 현재 자격취득자는 기사 1급 1천3백여명, 기사2급2천4백여명으로 공급과잉이 아니어서 도전해 볼만하다. 자격증을취득할 경우 데이터통신업무를 운용하고 있는 기업체 및 공공기관,전자계산기 생산업체 및 판매업체, 정보처리대행업체, 전자계산기의 주변장치 및 기기 제작업체에 진출할수 있다. 보수는 기사2급의경우 월 90만원 정도이다.자동차의 원활한 흐름과 효율적인 교통망체계구성,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의 개발 및 보급을 담당할 교통기사자격증도 유망하다.지난해까지 이 분야에서 자격증을 딴 사람은 모두 8백여명에 불과하고 앞으로 교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전망이 좋은 자격증이라고 노동부는 밝혔다. 이밖에 외국계 자격증도 최근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유망한 자격증이라 할수 있다. 미국공인회계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기업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외국계 기업의 투자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기업 또한 선진회계기준에 의한 재무제표작성이 불가피해 앞으로 상당한 수요가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공인회계사자격증은 그동안 국내에서 시험준비를 할수 있는 길이 없었다.그러나 최근 국내에도 학원이 생겨 미국에 유학하지 않고도 공부할수 있게 됐다. 시험은 미국현지에 가서 봐야 한다. 자격증이 항상 재취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때 자격증이 취업을 보장해주는 좋은 수단이었으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자격증〓취업보장」등식이 더이상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급과잉현상이 주요요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관리사라고할수 있다. 주택관리사의 경우 아파트관리소장으로 취직할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응시자들이 몰려 지금까지 배출한 합격자수는 약7천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관련업종에 취직, 활동하고있는 사람은 많아야 1천5백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저 자격증만 따놓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공인중개사 자격증도 극심한 공급과잉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행이후 공인중개사자격증을 획득한 사람은 8만여명에 달하는데 실제로관련회사에 취업했거나 개업한 사람은 1만5천여명에 불과하다. 서울 상계동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2)는 『자격증을 딴 뒤에도 현장에서 몇년동안 경험을 쌓는등 수련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공인중개사의 경우 재취업보다는 창업을 생각해야하는데 이에 대한 비용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비록 공급과잉상태는 아니지만 지난해 4월 도입된 손해보험중개인도 자격증에 대한 환상을 깨야하는 사례에 속한다. 한때 이 자격증은 따기만 하면 억대연봉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이 자격증 응시자격은 보혐사근무경력이 5년이상(영업 및 관리직경우에만 해당) 되거나 일반인으로서 보험연수원에서 85시간이상 교육을 받은 사람등이다.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에 한해 보험감독원에서 실시하는 자격증시험에 응시할수 있는데 자격증을 획득해도 본인의 영업력이 없으면억대연봉은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보험연수원 최수정과장은『우리나라 보험영업의 경우 대부분 연고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면서 이런 영업풍토에서는 생활설계사로 활동하나, 자격증을 따 보험중개인으로 활동하나 큰차이가 나지 않는다고말했다. 억대연봉은 자격증소지여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업력에 의해서 결정될 뿐이라는 이야기다.이와함께 자격증취득의 어려움도 실직자들이 자격증에 대한 환상을버려야 하는 이유이다. 일부 유망하고 전문직종에 종사할수 있는자격증의 경우는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자세로 덤벼들어야 취득이 가능하다.경영지도사나 공인노무사자격증이 그런 범주에 든다. 경영지도사의경우 지금까지 대졸학력에 인사, 재무등 관련분야에서 최소한 10년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협회에서 실시하는 소정의 양성화교육를 마치면 자격증을 취득할수 있었다.그러나 올해부터는 응시자격이 대폭 강화돼 협회에서 양성화교육을마쳤다고 해도 1차시험만 면제될 뿐이다. 2차시험 또한 어려워 합격률은 극히 낮다. 공인노무사역시 한때 각광을 받는 자격증이었으나 합격하기가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협회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