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중앙처리장치)는 과연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길은 무한정계속될 것 같아도 그 끝은 바다라고 하는데, 컴퓨터의 두뇌인 CPU만큼은 끝간데를 모를 정도로 성능향상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개인용 컴퓨터 CPU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인텔은 이달 중순 전세계에서 동시에 350MHz와 400MHz의 클럭 스피드로 작동하는 펜티엄Ⅱ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오는 7월께는 450MHz 펜티엄Ⅱ프로세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독일 하노버에서열린 세빗 전자전시회에서는 무려 700MHz의 속도를 지닌 프로세서를 기술적으로 시연해 보였다. 「기술적 시연」이라는 말은 제품으로 출시한게 아니라 프로세서 성능을 시험해 보이는 과정에서700MHz대의 클럭 스피드를 구현했다는 뜻이다.인텔은 지난 97년 「클라매스(Klamath·코드명)」 계열의 233, 266, 300MHz의 펜티엄Ⅱ 프로세서를 내놓은 이래 올 들어서는 「데슈츠(Deschutes)」 계열의 뉴펜티엄Ⅱ시리즈를 발표하고 있다. 333, 350, 400, 450MHz 프로세서들이 여기에 속하며 이어 「카트마이(Katmai)」라는 코드명 아래 고성능3차원 그래픽을 지원하는 프로세서를 준비중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카트마이는 데슈츠와 마찬가지로 0.25 마이크론 가공기술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래픽 지원용 MMX 명령어수가 2배 이상 늘어난제품이다.◆ 고성능 머세드, 개인용 가능할까「PC는 진보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고성능 프로세서를 계속 개발해내고 있는 인텔은 드디어 내년중 또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 「머세드(Merced)」를 내놓는다. HP사와 공동으로 개발중인 머세드는개인용 컴퓨터 프로세서에 적용되던 인텔의 아키텍처(CPU 구성 설계)를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분야까지 확대한 기술로서 새로운 64비트 컴퓨팅(IA-64)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인텔과 HP는 이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을 위해 지난해 10월EPIC(Explicitly Parallel Instruction Computing·명시적 병렬 명령어 컴퓨팅)이라고 하는 핵심적 토대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EPIC은 명령어를 차례대로 처리하는 기존의 프로세서 방식과 달리 △동시에 여러 명령어를 처리하는 병렬실행 및 △하나의 특정 명령어에이어 다음에 올만한 명령어를 사전에 예측, 실행하는 능력을 향상시킨 기술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테스킹 능력 또한뛰어나게 된다. 가공기술 또한 0.25 마이크론(머리카락 굵기의 4백분의 1)보다 훨씬 세밀한 0.18 마이크론 공정으로 제조된다. 가공공정이 가늘면 가늘수록 프로세서의 속도를 높이는데 수월하며 소비전력은 낮고 제조비용은 적게든다. 예상 클록 스피드에 대해서는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초기에는 600∼900MHz대로 선을 보였다가차츰 1000MHz(1GHz)에 이를 것이라는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이처럼 고성능을 지닌 머세드가 과연 개인용으로 적합할까. 인텔은머세드가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용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고성능 프로세서가 첫선을 보이면서 「워크스테이션/서버용」이름을 달고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프트웨어의 발전과 고급 사용자들의 욕구 증대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면서 고성능 프로세서가 PC용으로 자리잡았던 것이다. 486이 그랬고 펜티엄, 펜티엄Ⅱ 등이 동일한 전철을 밟아왔다. 머세드 역시 틀림없이 똑같은사이클을 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즉 빠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인 사용자도 1GHz급 프로세서 장착 컴퓨터를 맛볼수있다는 얘기다.머세드의 후속으로는 「매킨리(Mc-Kinley)」가 준비중이다. 오는2001년께 모습을 드러낼 매킨리는 1000MHz 이상의 클럭 속도를지니고 있으며 다중 프로세서 기반(여러개의 CPU를 장착한 시스템)의 프로세서로 개발될 것이라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아키텍처와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인텔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한 프로세서 포럼에서 『머세드의 차세대 칩은 그 전세대 칩의 두배에 달하는 성능이 될 것』이라면서 『아마 여러분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소호족 증대도 CPU개발 촉진 이유매킨리 뒤에 대한 계획은 아직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전망은 가능하다. 인텔에서 프로세서 생산을 총괄담당하고 있는 앨버트 유수석 부사장은 세빗전시회에서 한 강연을 통해 향후 프로세서가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에 대한 일단을 드러냈다. 그에 따르면 프로세서의 트랜지스터수가 2006년에는 3억5천만개(현재 펜티엄Ⅱ 프로세서는 7백50만개), 2011년에는 10억개로 구성되며 동작주파수10GHz의 CPU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정수 연산처리능력도200MHz 펜티엄프로를 기준으로할 때 10에 불과하던 것이 2011년에는 2천5백에 달하며 명령어 처리능력은 1백BIPS(1BIPS=초당 10억 명령어 처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미세 가공 기술도 발전해 현재 데슈츠 계열의 0.25 마이크론에서0.1 마이크론으로 진화될 것이라는게 그의 추측이다.10여년 뒤의 전망에 대한 실현성 여부는 접어두더라도 어쨌든 극히가까운 시일내에 1GHz급 CPU를 만나는 것은 확실한 듯 싶다. 그러나 개인 사용자의 입장에서 그처럼 고성능의 CPU를 어디에 쓸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몇가지 해답을 제시한다.우선 소프트웨어가 날로 발전하고 있고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하드웨어가 필요했다는 역사적 경험칙(또는 역으로 고기능의 하드웨어가 나오면 소프트웨어의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다)을 든다. 예컨대 음성·지문·홍채 인식, 완전 동화상, 에이전트 기술 등 새로운 응용기술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CPU 등 하드웨어가 이를 받쳐줘야 한다는「수요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텔측이 네트워킹이나 컨텐츠,3차원 이미지 처리 등을 개발하는 벤처업체에 개발비 등을 지원함으로써 컴퓨터의 신기능을 끊임없이 발굴하고자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수요를 「능동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는 의도라고 볼수 있다.즉 판로를 스스로 창출하는 것이다. 또 최근 들어 소호족(SOHO)이증대하면서 소규모나마 서버급 프로세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CPU 개발을 촉진시키는 하나의 요소라 할 수 있다.명백한 것은 기술 진보와 그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에가깝다는 사실이다. 빌 게이츠가 도스를 개발했을 당시 「컴퓨터의기본 메모리는 1MB면 충분하다」라고 한 엄청난 판단 착오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16MB도 부족하다는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