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개혁 칼자루 쥔 '민간 전위대'청와대 직속의 기획예산위원회 정부개혁실 재정3팀장 옥동석(42)씨.인천대 교수를 거쳐 한화경제연구원에 근무하다 최근 기획예산위의민간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그는 매일 회람되는 보안점검일지를 기록할 때 마다 자신이 정말 공무원이 됐구나 하고 새삼 느낀단다. 외출할 땐 서랍 문을 잠그고 컴퓨터는 반드시 끄며 책상 위의서류는 외부인에 노출 되지 않도록 정리정돈을 잘 하고 등등. 민간경제연구소에선 별로 신경을 안썼던 것들을 꼬치꼬치 체크하라는보안점검일지를 대할 때면 민간인에서 관료로 신분이 바뀐 사실을다시한번 실감하게 된다는 것.옥팀장 처럼 민간 전문가에서 기획예산위 관료로 변신한 사람은 현재 11명. 대학교수 변호사 회계사 컨설턴트 등 각계의 전문가로 활약하던 이들은 4월초 2~5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모두 기획예산위 정부개혁실에 배치돼 있다.앞으로 정부 공기업 산하단체 등 공공부문의 혁신 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 『공무원이 공무원을 개혁할 수 없다』고 강조해온 진념 기획예산위원장이 정부부문 수술의 메스를민간인들에게 맡긴 것이다. 기획예산위는 앞으로 3명의 민간전문가를 더 채용해 모두 14명으로 정부개혁의 「민간 전위대」를 구성할계획이다. 정부개혁실 인원(기능직 제외 32명)의 절반 정도를 민간인으로 채우겠다는 얘기다.◆ 정부와 1년 단위로 계약이번에 채용된 민간 공무원들의 면면은 다채롭다. 공기업 민영화의산실이 될 공공관리단 공공2팀장을 맡은 공성도(37)씨는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출신. 미국 조지워싱턴대와 페퍼다인 법과대학원을 나온 그는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지난 93년부터 96년까지IMF(국제통화기금) 법무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김&장법률사무소에선 기업재무와 통상문제를 주로 다뤘다. IMF 근무시절 알게된 이계식 정부개혁실장(전 KDI연구위원)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권유를 받고 처음엔 사양했으나 이 실장의 집요한 설득으로합류했다고 한다. 『일단 기획예산위에 들어온 이상 민간의 신선한시각으로 정부개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공팀장은 공로명 전 통일원 장관의 장남.행정개혁단의 행정4팀장을 맡게 된 박개성씨(34)는 서울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공인회계사. 안진회계법인과 아더앤더슨컨설팅 등에서 일하다 지난해 다른 회계사 11명과 가립회계법인을 직접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이때 재정경제원과 정보통신부 등에 컨설팅을 해주다 정부개혁의 절실함을 느낀 박팀장도 역시 이계식 실장의 권유로 기획예산위에 들어왔다. 『정부가 안 바뀌고는 나라가바뀔 수 없다』며 의욕을 보이는 그는 재경부와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정리라는 임무를 받았다.박진(34) 행정 3팀장의 경우 정부출연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인 그는KDI에서도 이계식 실장 등과 함께 공공부문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지난 96년엔 당시 이각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주도한「정부 및 출연기관 개혁방안」 마련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물론 당시 방안은 유야무야 됐는데 이번에 그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 셈. 박승 전 건설부 장관(현재 중앙대 교수)의 장남으로 기획예산위에선 건교부 환경부 농림부 등의 산하단체 개혁 책임을 맡게됐다.옥동석 재정3팀장은 민간연구소에 근무했으면서도 드물게 정부의통합재정이나 국책사업 타당성 등을 연구한 재정 전문가. 자신의연구경험을 실제 행정에 실현시켜보자는 욕심에 기획예산위 근무를자원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전 직장을 휴직한 것과는 달리 아예 한화경제연구원에 사표를 내고 나왔다. 그는 『기획예산위에서의 근무로 남들이 못하는 유익한 경험을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이들 팀장 외에도 5급으로 채용된 정용남(34)씨는 청와대 비서실행정관, 행정연구원 주임연구원 등을 거쳤고 권순원(30)씨는 미국컨설팅회사인 부즈 앨런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하며 한국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청와대 해커 출신도 참여행정 3팀에 근무하고 있는 김현석씨(36)는 한국생산성본부 전문위원 출신이고 미국 시카고대 연구소 부소장으로 있다가 이번에 귀국해 기획예산위원회에 온 김종면씨(38)는 서울대 정운찬 교수가 추천서를 써주었다. 서울대 행정연구소 연구원 출신인 김명준(32)씨는독일 통일이후 구 동독의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을 연구한 실적이인정돼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마지막으로 5년전 청와대 전산망 ID를 도용했다가 적발돼 세간의화제를 모았던 해커 김재열(30)씨도 이번에 기획예산위에 들어간민간인 중 한사람. 고졸 학력으로 대우그룹 비서실에 근무했던 김씨의 경우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기대를 걸고 기획예산위가 과감하게 채용한 케이스. 『해커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는 김씨는 공기업 민영화에 일가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어쨌든 정부개혁의 최전선에 배치된 이들 민간인 공무원들이 진위원장의 표현대로 「새로운 세포」로서 얼마나 신선한 역할을 해낼지 안팎의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