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근무하다 올해 초 실직당한 이모씨(42)는 최근 재취업을 포기했다. 지난 3개월여 동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녔으나 모두 허사였다. 특히 40대인 이씨의 나이가 많다며 아예 원서조차 받아주지 않는 기업이 수두룩했다. 또 금융계 출신이라는 점도 별도 도움이 안됐다. 경력을 살려 금융권에 재취업하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봤으나 업계 전체가 워낙 가라앉아 있는 까닭에 경력직을 뽑는 곳이 없었다. 이씨는 요즘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재취업 대신 자영업을 하기 위해 업종선택에 고심하고 있다.이씨와 같은 사례는 흔하다. 특히 나이와 경력 때문에 재취업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재취업 희망자들 사이에는 이런 상황을빗대 35세가 넘으면 할아버지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응시할기회조차 별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영업직을 뺀 나머지 직종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재취업을 도웁시다」(한국경제신문-SBS 공동 주최) 행사에 참여해 사원모집광고를 냈던 1백90개 기업들의 사례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찾는 인재상을 그려본다.먼저 가장 기본적인 자격조건인 나이를 보자.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30대 후반을 넘어서면 응시기회가 아주 적어진다. 조사결과를보면 35세 이상에게 응시기회를 주고 있는 업체가 전체 조사대상기업의 23%에 지나지 않는다. 나이제한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35~39세 8%, 40~44세 8%, 45~49세 6%, 50세 이상 1% 순이다. 물론 나이를 따지지 않겠다는 기업도 22%나 된다. 그러나 이런기업들도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실제로는 연장자보다는 30대전후의 젊은 층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렇다면 기업들이 가장 탐을 내는 연령은 몇살일까. 역시 25~29세가 가장 많은 33%를 차지했다. 급여에 대한 부담이 적은데다 경력도 어느 정도 쌓여있는 까닭에 회사에서 일을 맡기기에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이어 20~24세와 30~34세가 각각 26%, 16%로 그 뒤를 이었다. 20~24세를 선호하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은여성채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졸 학력 44%로 가장 많아나이와 뗄래야 뗄수 없는 경력에서도 마찬가지다. 6년 이하 경력자를 뽑는 곳이 전체의 72%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경력 1~2년과 3~4년 짜리를 희망하는 경우가 33%, 31%로 대부분의기업들이 실무에서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직원들을 채용하고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경력 면에서 7년이 넘어가면별로 대접을 못받는다. 불과 11%의 기업만이 7년차 이상을 선발하고 싶다고 했고, 경력을 따지지 않겠다는 기업은 17%였다.관심을 끄는 학력에 대한 조건은 대졸이 44%로 가장 많았다. 이어전문대졸 30%, 고졸 25% 순이었다. 적어도 전문대 이상은 나와야재취업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졸 이하와 대학원졸 이상을 원하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특히 대학원 이상을 나온사람을 뽑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는 것은 눈길을 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고학력이 재취업의 멍에로 작용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대목이다.모집분야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취업이 잘 되는 유망업종을 짐작할 수 있는데다 기업들의 동향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눈길을 끄는 것은 영업분야다. 무려 26%의 기업들이 영업직을 뽑았다. 이어 무역직이 17%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는 최근 들어 수출이환율문제로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어느 때건 꾸준히 사람을 뽑는 일반사무와 경리직은 각각 13%와 9%의 기업들이 채용공고를 냈다. 이밖에 정보통신 분야(11%), 기술직계통(8%), 디자인(2%) 순으로 채용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실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분야는 채용희망기업이 1%도 안됐다. 금융분야의 재취업이 얼마나 힘든지 짐작케 한다.기업들은 채용공고를 내면서 어학능력이나 자격증 유무를 못박지는않는다. 어학능력이 떨어지고 자격증이 없다고 지원자격을 제한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또 필기시험을 치르는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면접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