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고 성공의 길이 열린다는 미국의 꿈. 지난 4월28일자 워싱턴 포스트지는 「24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던 한국이민자가 바로 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다」고 1면에 크게 보도했다. 주인공은 정보통신 벤처기업 「유리 시스템스」를 일궈내 미국의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러지에 최근 10억달러를 받고 매각키로 한 김종훈(37)회장.유리시스템스 주식 56%를 갖고 있는 김회장은 이번 매각을 통해5억1천만달러(약 7천1백억원)를 벌어 들이게 된다. 그가 지난 92년창업 당시 투자한 자금은 집을 저당 잡히고 신용카드 대출을 받은40만달러. 따라서 단순 계산상 6년만에 김회장은 무려 1천2백배 이상 재산을 불린 셈이다.이로써 벤처사업가 김회장은 선 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 인텔의 앤드루 그로브 회장 등 쟁쟁한 경영인들과 함께 포천지 선정「미국 첨단기업 1백명의 부자」 명단에 오르게 됐다. 게다가 그는루슨트 테크놀러지의 인수에 따라 캐리어 네트워크로 이름이 바뀌는 회사의 사장을 계속 맡게 돼 「통신업계의 빌게이츠」라는 명성을 이어나갈 전망.김회장의 아메리칸 드림은 지난 75년 중학교 2학년(14세)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시작됐다. 고교시절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번 성실함으로 존스홉킨스대학에 장학생으로 들어가 3년만에 학사를 받고 2년만에 응용물리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에도 해군 핵추진장교후보생(NUPOC)프로그램에 지원, 군복무 조건으로 2년동안 매월 1천여달러의 장학금을 받았다.◆ 3년간 매출액 3백85% ‘초고속 신장’해군에 입대해선 하루 18시간씩 악착같이 공부해 핵잠수함 승선장교가 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실패했던 코스였다. 해군을 제대하고 메릴랜드대학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딴 그가 창업한 것은 지난 92년2월6일. 이때 목표는 5년안에 기업을 공개해 2천만달러 이상 돈을 번다는 것. 유리시스템스가 기업을 공개하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은 작년 2월5일. 정확히 목표를 달성했다.초고속 교환기를 만드는 이 회사의 성장은 감탄을 자아낸다. 최근3년간 매출액 3백85%, 당기순이익 4백10%의 초고속 신장을 거듭했다. 『남들이 신경 안쓰던 분야에 먼저 뛰어든 것이 비결』이라고그는 자평했다.유리시스템스가 도전한 비동기전송방식(ATM) 고속교환기는 컴퓨터네트워크에서 데이터는 물론 음성 동영상을 한꺼번에 신속히 전송할 수 있는 최첨단 전자장비. 사실 이것은 90년대 초반까지도 군수용으로만 사용될 뿐 민간에선 거의 쓰이지 않았던 장비. 3년간 핵잠수함에서 근무할 때 최첨단 통신장비를 다루면서 관련 장비의 사업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유리시스템스의 ATM은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인정받으며 현재 세계시장의 28%를 점유하고 있다.그러나 김회장의 성공이 단지 아이템을 잘 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름의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난 몇년동안 1주일에1백시간 이상씩 일했습니다. 또 많이 듣고 많이 물어봤어요. 군대생활을 7년이나 해 비즈니스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래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 똑똑한 사람들 얘기를 귀담아 듣고 자꾸 물어봅니다. 그러면 실수를 안하지요. 운도 좋았구요.』이런 겸손함은 그를 성공한 사업가 이상으로 돋보이게 한다. 지난달 초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만났던 배순훈 정보통신부장관도『김회장은 똑똑한 사업가이기 이전에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라는인상을 받았다』며 『바로 그런 사람들이 벤처에서 성공한다』고극찬할 정도. 그는 앞으로 자신과 같이 벤처의 꿈을 키우는 한국의젊은이들을 위해 매년 1백만달러씩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