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통부 장관에 취임한지 2개월이 되셨군요. 민간기업경영인이라는점 때문에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성급한 것 같습니다. 성과라면 보통 1년 2년 단위로따지는데 제재는 월단위로 따지니 말입니다. 지금이 힘들 때라 그렇겠지만 기대가 너무 큰 것같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대개 장관이된다는게 좋은 업적이 있어 그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이 있는데 저는 그런 케이스가 아닙니다. 열심히 일하라고 맡긴 자리라는 점을명심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부의 업무에 정보화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정통부의 업무는 크게 통신 우정 정보화 등 3개로 나눌 수 있는데그중 정보화가 가장 중요합니다. 정보화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가 선거구호처럼 내세우는 주제입니다. 대통령께서도정보화에 관심을 갖고 국가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정통부는 실무적 차원에서 정보화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미국은 디지털이코노미 보고서를 내는 등 정보화에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의 정보화는 어떻습니까.미국의 경우 정보화에 대한 비전제시에 치중해 있습니다. 물론 비전제시는 정부가 해야할 중요한 역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비전만제시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합니다. 당장 경제위기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디지털이코노미를 이야기하면 「정보화가 경제위기 극복과 무슨 관계가 있냐」 「너무 먼 얘기가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보화를 추진하되 당장급한 문제를 풀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경제위기라면 대표적인게 실업문제입니다. 정보화를 진행하면서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인가요.그렇습니다. 물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실업으로 비관에 빠져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합니다. 즉실업이 아닌 전업으로 봐야 합니다. 새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2~3개월 혹은 1년간 임시로 직장이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문제는 취직 자체가 아니라 어떤 직장을 찾는가입니다. 새로 취업하는 직장은 정보를 활용하는 일을 할수 있는 직장을 찾는게 중요합니다.▶ 정보관련 분야의 재취업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정부가 직업전환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할수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수 있는 방법도 있고요. 그러나 직접적 방법은 당장 효과를 볼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현재 실업인구가 1백37만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재취업될게 분명합니다. 정부가 할일은 이들을 경쟁력있는 산업에 재취업시키는 겁니다. 일자리가 생겼다고 아무 직장에나 취업하게 되면 개인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손해입니다. 앞으로 유망한 산업분야는지식정보산업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재취업하도록 돕는게 필요합니다.▶ 실업극복이 재교육인 셈이네요.국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게 다른게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경쟁력을 갖고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초점을 잘못 잡았습니다. 국가나 기업 뿐 아니라 각 개개인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항상 남탓만 했습니다. 그러다 현재의경제위기를 맞게 된 겁니다. 지금 모두들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외국 자본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개인이 잘돼야 하는 겁니다. 개개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쫓겨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위기도 끝납니다. 나라가 아무리 좋아지면 뭐합니다. 개인 스스로가 경쟁력이 없으면허사 아닙니까.변해야 하는 것은 실업자만이 아닙니다. 직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도 바뀌어야 합니다. 금융개혁은 결정한대로 추진하면 됩니다.문제는 금융개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해도 바로 개인의 경쟁력으로이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기회있을 때마다 재충전하며 변화에 대응할 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겁니다.이제 정보화는 선택이 아닙니다. 필수입니다. 정보화를 하거나 은퇴하거나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이 남은 겁니다.▶ 결국 우수한 인력을 지식정보산업에 종사토록 하는게 중요하다는말씀이군요.그렇습니다. 우수인력의 이동이 산업에 어느정도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한국 신발산업의 몰락을 예로 들겠습니다. 86, 87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운동화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들었습니다. 질이나 가격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사상공단에는 운동화공장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그 다음입니다. 주택 2백만호를 건설하겠다고 분당과 일산에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건축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그만큼 건설현장의 인력이 부족하게 됐고 건설노동자 임금이 올랐습니다. 당시 신발공장에서는 일당이 2만원이었는데 건설현장에서는 4만원이나 받았습니다. 그러자 신발제조에 상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건설현장으로 몰렸습니다. 밑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무를 색상별로잘라내 금형에 넣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상당한 노하우와 숙련이필요합니다. 고급기술을 갖고 있던 노동자들이 건설현장으로 이탈하면서 한국 신발산업이 무너진 겁니다. 고도의 숙련공은 없어지고일용잡직 노동자만 늘어난 겁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아직도 신발산업을 유지하며 고부가가치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일이 힘들고 근무조건이 안좋으면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 아닙니까.그렇지요. 소기업사장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는 불만이 있습니다. 실업대란이라지만 막상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럴 때면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합니다. 이미 세상은 3D를 감내하는시대가 지나갔습니다. 공장 작업환경을 좋게 바꾸고 임금도 많이주면 오지 말라고 해도 사람들이 일하겠다고 찾아옵니다. 사람들이3D업종을 기피한다고 비난하지 말고 사람들을 끌어들일만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제 한국은 선진국을 바라보고 있는 나라입니다. 빨리 정보화해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해야 할때입니다.벤처기업이 주목받는 것도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봅니다.그동안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벤처기업가들을 만나니 그런 가능성을 보게 됐습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히트상품 한두개입니다. 자동차 산업을 봅시다. 포드는 세이블 하나가 잘돼 GM과 맞먹게 됐습니다. 크라이슬러는 미니밴 하나로 성공한 겁니다.▶ 벤처기업육성을 위해 많은 지원대책이 나오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습니까.40년전 휴렛과 패커드가 HP를 창업할 때 정부 도움은 전혀 없었습니다. 휴렛패커드 하나가 성공하니까 뒤따라 우루루 성공하는 겁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에 미국 정부가 한 역할은 거의 없습니다.오히려 정부가 개입한 곳은 지지부진합니다. 정부주도로 1960년대부터 조성된 리서치트라이앵글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정부는 IBM과같은 굴지의 기업을 유치하고 적지않은 자금을 투입했는데도 아직도 성과가 미미합니다. 벤처산업은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마음대로하게 놔둘때 성공한다는 좋은 사례입니다.정부의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정부는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없습니다. 벤처기업투자란게10개투자하면 9개는 실패해도 1개 성공해서 이익을 남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9개의 실패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매년 감사를받아야 하는 정부기관으로서는 용인할 수 없는 투자입니다. 대신기술금융과 같은 산하기관을 통해서는 투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벤처기업의 성장단계별로 자금을 조달할수 있는 시스템이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벤처기업의 주요 투자기관인 창투사의 설립을 쉽게 할 예정입니다.또한 한국기술금융을 중심으로 외국 대형 벤처캐피털도 유치협상을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진전된 상태입니다. 선진 벤처캐피털이들어오면 창업노하우를 많이 배우게 될 것입니다. 또한 벤처기업에투자해 이익을 낸 사례를 보여줄 것입니다. 외국 벤처캐피털이 국내에 들어오려는 것은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해 이익내는게 자신이있기 때문입니다. 국내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생산만 하고 판매는미국이나 유럽에서 이뤄지는 기업이 많이 나올 겁니다.▶ 국내 통신산업도 구조조정이 필요하지 않습니까.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은 일단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 실업자가 상당수 발생한 상황에서 통신산업마저 움직이면 또 다른 실업증가 요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산업등의 구조조정이 어느정도이뤄질 때까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벤처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를 위해 한말씀 부탁합니다.사람은 성실해야 합니다. 공부만 잘해서는 소용없습니다. 스탠퍼드대학에 있을때 연구주제가 벤처기업의 성공요인이었습니다. 이때수많은 벤처기업가를 만났습니다. 그때 얻은 결론은 성실한 사람이성공한다는 겁니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나 고든무어와 같은 사람들을 보면 대단히 성실합니다. 머리가 좋고 재주가 있는게 아닙니다.겸손하고 맡은 일을 성의있게 처리합니다. 모든 것을 진실하게 대하는 사람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많이볼수 있습니다. 여건만 마련되면 성공할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요즘 젊은 벤처기업 사장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성공할 사람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