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수렁에 빠진 우리경제를 건지는 것이 전적으로 우리 하기 나름이라면 정부든 금융이든 기업이든 바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한줄기 빛이 구조조정이라는 점에는 동의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이구조조정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무언지는몰라도 우리가 크게 잘못했으니 힘을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하자는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조금 정신을 차리고 나더니또 다시 행동은 없고 말만 무성한 고질병이 나타나고 있다.이 와중에 구조조정의 순서 속도 그리고 돈에 대해 논쟁이 무성하다. 금융구조조정이 먼저냐, 기업구조조정이 먼저냐라는 이슈는 그자체로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또한 필자로서는 이 논쟁을 시작한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책임도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개혁을 회피하려는 논쟁으로 비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구조조정의 속도에대해서도 「빅뱅」이 필요한 것이냐, 아니면 여러개의 「스몰 뱅」이 좋은 것이냐를 두고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돈의문제인데 구조조정에 불가피하게 투입돼야 할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한 것인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깜깜하다.지금 우리나라에서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어떤 길을 갈 때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냐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이런 국난의 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깃발을 들고 앞장서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를 제외하고는 선구자의 역할을담당할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는 모두들 손을 놓고 있었으니 만시지탄이나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각오를 다짐하는 수밖에 없다.물론 정부가 선구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말이 정부가 무엇을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선구자가 필부와 다른 이유는 바로 지혜와 용기를 갖고 있으며 자신부터 버릴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정부도 지혜 용기 자기희생이 필요하다.그 중에서 용기와 자기희생은 고민과 결단에 관한 것이니 여기서는접어두기로 하고 지혜만이라도 갖출 수 없는지 살펴 보기로 하자.지혜를 경제학에서는 인센티브라고 부르기도 하고 시장원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의 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정부와 기업 사이의 갈등을 보면 필자는 정답과 오답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느낄 때가 많다.우선 빅딜 혹은 핵심능력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사업구조를 정리하는 과제를 보자. 우리 기업들이 과거의 시장환경 정책환경 기술수준 하에서 다각화를 추구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지만 이제 다각화된 구조가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따라서 빅딜이나 과감한 전문화가 정답이라는 결론에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데 누가 왜 하느냐에 대해서는 오답이 되풀이되는 점이늘 아쉽다. 전문화는 정부가 아무리 하라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돈이 되어야 전문화도 하는 게 기업의 생리이다. 따라서 선구자적인 정부라면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은행과 기업간의 재무구조개선협정이나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얼마 이하로 줄이라는 정부의 의사표시도 마찬가지 원리라고 이해된다. 이제 특혜금융이 없고 부채의 레버리지가 결국 도산을 의미하는 상황이 전개될수록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한 정답이다.그러나 이를 단순히 정부가 말로만 하는 것은 오답이다. 그보다 관치금융을 개혁하고 이제는 구제금융이 없으며 부실기업은 시장과법에 따라 처리되고 그 경영자는 민형사상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어느 나라든 기업들은 기회주의가 항상 우월한 선택임을 체득하고 있다. 팔리는 기업을 팔아야 한다는주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정답이다. 그런데 하고한 날 부모가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것은 오답이다. 어렵지만 그녀석이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도록 만드는 것이 부모가 할 도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