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25.4%) 말레이시아(18.1%) 중국(12.9%) 멕시코(11.9%)한국(0.93%)」.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초 발표한 국제금융통계(IFS)에 나타난 국내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 통계에서 알수 있듯이 92년부터 97년말까지 한국의 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의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공장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데 해외기업들이 직접 제공한 금액이1%도 안된다는 말이다. 싱가포르는 말할 것도 없고 말레이시아 중국 멕시코 등보다도 부족하다. 총투자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보니 국내 총생산(GDP)에 기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도 낮다.겨우 0.34%에 불과하다. 싱가포르(8.78%), 말레이시아(6.86%), 중국(4.57%)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외국기업들이나 해외자본이 지난5년간 한국에서 공산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외국인 직접투자가 부진하다보니 수출이나 수입에 필요한 자금은 대부분 시중은행이 해외금융기관이나해외자본시장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외국인 직접투자의 부진이 외환금융위기를 낳은 원인중 하나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최근 이같은 투자패턴에 다소 변화조짐이 보인다. 3월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이 합작기업을 1백%단독출자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한국합작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또한 국내기업의 유망사업부문을인수하고 있다. 이같은 투자결과로 3월들어 외국인직접투자자금이점증하는 추세다. 이것은 재정경제부가 지난달말 발표한 「’981∼3월중 외국인투자동향」에서도 확인된다. 외환위기의 급한 불이꺼지면서 3월들어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났다.3월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2억4천3백만달러(1백35건)로 2월에 비해투자액수로는 22%, 투자건수로는 55%가 증가했다. 재경부는 『1월,2월의 극심한 외환·금융위기를 벗어나면서 환율과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정부의 각종 외국인투자 활성화 방안 발표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투자내역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단독출자 전환이나 유망사업부문 매각자금의 유입에 따른 결과라는 것을 알수 있다..독일 최대의 화학업체인 바스프(BASF)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3월말 (주)대상의 라이신사업부문을 6억달러에 사겠다고 발표했고이보다 앞선 3월초에는 효성그룹과의 합작사인 효성바스프사의 지분 50%를 4천2백만 달러에 인수했다. 미국 화이자사가 한국측지분44%를 3천3백7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밖에도 일본 후지제록스사가5천만달러를 투자해서 코리아제록스의 합작사인 동화산업에서50%를 사들였다. 일본 화낙사도 한국화낙사의 지분 36%를 코오롱그룹에서 2천만달러에 인수했다.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케이만 군도에 본사를 둔 레전트 퍼시픽그룹은 1천만 달러를 투자해서 대유증권의 지분 13.2%를 인수했다.레전트 퍼식픽그룹은 10%의 지분 확보로 사실상 경영전권을 행사할수 있다는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사도 1천5백만달러를 투자해서 코오롱메트사의 한국측지분을 넘겨받았다. 모두 지분 확대를 위한 M&A투자다물론 M&A와 무관하게 직접투자를 발표한 기업들도 있다. 다국적 기업인 휴렛패커드는 한국에 대한 2억5천만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방한한 류 플랫 HP회장은 사옥구매와 금융회사 설립그리고 한국HP운용자금 등으로 모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이그 배렛 인텔사 사장도 3월말 방한하여 『삼성전자와 대규모 합작투자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안으로5억달러에서 10억달러 정도를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투자는 경영권보다 시세차익과 배당금 노려외국인들의 증권투자도 자본시장 완전개방으로 활발한 편이나 언제떠날지 모르는 투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그것마저 4월들어 다소주춤거리고 있다. 주식시장에 투자된 외국인자금은 3월말 현재 30억달러지만 이들 자금의 공급원은 주로 미국의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기금 등이다.대표적인 기관투자가들은 미국의 헤지펀드인 아팔루사, 타이거펀드그리고 뮤추얼펀드인 템플턴 오크마크 제네시스,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교원연금 등이다. 아팔루사사는 대우통신 한국타이어 등에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다. 템플턴은 자산운용규모만 3천억달러 가까운 세계적인 투자회사다. 홍콩의 「이머징마켓펀드」를 운용하는메비우스박사가 한국투자를 지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교원연금 등은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연기금이다. 헤지펀드와 달리 3년이상의 장기투자 패턴을 보인다.이들 외국주식 자금의 투자목적은 크게 2가지다. 한화증권 정대용증권팀장은 『외국인투자자금은 국내기업들의 경영권을 장악하기보다는 시세차익이나 배당 등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연기금이나 뮤추얼펀드 등은 내규로 경영권 장악을 위한 투자를 할수없게 돼 있어 투자가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금성격 때문에 국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경영성적이 좋은 대형우량기업들을 선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즉 증시에서 매매되는 주식물량이 적을수록 주가 변동위험이 줄어들기 때문에 국내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투자전략에따라 선호하는 종목이 삼성전자 SK텔레콤 한국전력 포항제철 LG전자 국민은행 등이다. 지난해 12월초 채권시장이 개방된후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도 꾸준히 증가했다. 이들 외국인투자자들은 대부분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채권과 산업은행의 1년만기 산금채를 선호하고있다. 1월에 3천2백50억원, 2월 8천40억원, 3월 1조6천7백억원이채권매매에 나섰다. 최근들어 외국인 증시투자도 주춤거리고 있다.금융기관 및 재벌개혁의 미비 그리고 증시의 조정 등을 기대하면서매도우위로 돌아선 상태다.외국인 직접투자와 증권투자의 활성화는 IMF한파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에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이다.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은 국내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기업의 신규투자 자금을 조달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외국인 직접투자의 증가는 국내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선진경영 기법의 도입이라는부수적 이익도 볼수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또한 주식과 채권 등 증시에 투자된 자금은 수시로 국내를 드나들기 때문에 환율불안을 야기할 수 있지만 적어도 1년이상 국내에 머무는 직접투자 자본은 이같은 위험성이 없어 이의 유치가 더욱 절실한 시점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