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대의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TESCO)사. 영국 전역에4백50개의 점포를 갖고 있는 테스코는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5∼6%에 육박한다. 웬만한 슈퍼마켓 체인의 마진율이 3% 수준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회사보다 2배의 이익을 남기는 셈이다. 테스코의 고수익 비결은 지난 8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 전자상거래(EC) 시스템. 1천4백여개의 제품공급업체와 전자 시스템을 통해판매와 재고정보를 공유하고 전자문서교환(EDI)으로 주문을 내고받아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한 것. 실제로 테스코는 재고물량을절반으로 줄였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 물건을 즉시 댈수 있는 가용률을 이전의 92%에서 98.8%로 높이는 등 생산성도 향상시켰다.미국의 조명기기 생산업체인 GE라이팅사. 전세계 45개 공장에서 연간 4천만달러 어치의 각종 부품을 구입하는 이 회사도 구매업무를전자화해 큰 성과를 올렸다. 평균 18∼23일씩 걸리던 구매기간을절반인 9∼11일로 단축해 10∼20%의 구매원가를 절감했다. 또 인터넷으로 구매입찰을 함으로써 부품 공급선을 전세계로 확대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가장 저렴한 가격에 제일 좋은 부품을 조달해 생산성을 크게 올렸다. GE라이팅은 현재 전세계 15만개 업체들을 상대로 인터넷 입찰에 부쳐 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모든 생산·판매 통합 관리… 생산성 올려영국의 테스코나 미국의 GE라이팅처럼 제품판매나 부품구매 등의업무를 전자화한 것은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의 전형적인 예다. 그러나 이것은 기업의 원자재 구매 - 생산- 유통 - 판매 등 일련의 활동중 한 부분만을 전자화해 생산성을높인 것에 불과하다. 생산성 향상의 정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기업의 모든 생산 판매활동을 통합 관리해 생산성을 최대로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이 점에 착안해 기업활동의전과정을 전자상거래화 하자는 게 최근 등장한 SCM(Supply ChainManagement), 총공급망 관리이다.? SCM이란 무엇인가사전적으로 정의하면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인 모든 기능을 조직 안팎을 망라해 하나의 단위로 보고 상품과 관련된 정보의 흐름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관리, 전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 쉽게말해 어떤 제조업체가 원료를 구매해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 유통시키는 과정의 모든 물류정보를 각각의 거래 당사자들과 함께 공유해 재고관리 등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최대화하자는것이다.여기서 정보를 공유하는 거래 당사자는 원료 공급자, 운송업자 생산업체 도매업체 소매업체 유통업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 따라서소매업체에서 A라는 상품이 얼마나 팔려 재고가 어느정도 남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항상 도매업체 제조업체 원료공급자에게 제공돼 이들은 각자 A라는 제품을 얼마나 더 생산해서 공급해야 할지, 또A제품의 원자재는 언제까지 얼마만큼 준비해야 할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언제 주문이 들어올지 몰라 항상 적정 재고를 안고 있어야 하는 부담도 없어진다. 이것은 일방적인 공급자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시대와 달리 소비자의 구매패턴을 그때그때 따라가야 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알맞는 경영관리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SCM의 효과는가장 큰 것은 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점. 생산 유통 판매정보가 항상 공유됨으로써 원료와 상품이 알맞은 시간에 막힘없이물 흐르듯 전달될 수 있다. 생산자 유통업자 모두 중간 중간에 재고를 갖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고 재고관리를 위한 비용이 줄어드는건 당연하다. 또 구매나 판매때 불가피했던 수작업의 서류업무가없어져 간접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대 종래엔 매번 원자재를 구매할 때마다 공급가격 납품시기 결재조건 납품 및 검품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류문서가 작성되고 이것에 결재업무가 뒤따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특히 결재자의 취향에 따라 업무가 수정·반복되는 일도 다반사다.그러나 SCM을 통해 전자거래를 하면 이런 서류업무가 모두 불필요하게 된다. 업무처리에 필요한 절차와 정보형식이 미리 정해져 있어 자동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미국 P&G의 경우 SCM을 추진해 소매점에서의 계산서 처리를 25∼75%나 줄이기도 했다. 이는 모두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으로 반영되고 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 SCM을 도입하려면최신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전자문서교환 등 전자상거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또 EPOS(전자판매시점관리)등 시스템도 갖춰져야한다. 사실 이런 도구나 수단들은 기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인드다. 무엇보다 SCM에 참여하는 원료공급자 제조업체 판매업자유통업자 등이 각자의 판매 재고는 물론 기술 사업경험 등 경영정보를 서로 공유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이와함께 SCM을 단순한 비용절감 수단이 아니라 회사의 전략과제로추진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의 중요성을 전사원들이 인식토록 해모두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SCM과 같은 프로젝트는 최고경영자가 의지를 갖고 직접 참여해 진두지휘할 때 성공할 수 있다.특히 SCM은 21세기 디지털 사회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란 점에서 최고경영자의 결단이 긴요하다. 게다가 비교적적은 투자로 당장 높은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경영혁신 방안이기 때문에 IMF(국제통화기금)시대에 한국기업들이 구조조정과 함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용어 설명전자상거래(EC;Electronic Commerce): 말 그대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거래를 하는 것. 상거래에 필요한 각종 정보나 문서들을 전자적으로 작성해 송수신하고 관리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종래의 서류에 의한 업무보다 처리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최근의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지역적인 거리나 시간 제약없이 상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 이를 위해선 전자메일 전자게시판 전자카탈로그 전자대금결제 등이 필수적으로 따라 붙어야 한다. 미국이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의 무관세를 적극 추진하면서앞으로 국제 비즈니스에서 전자상거래는 필수적인 도구가 될 전망이다.전자문서교환(EDI;Electronic Data Interchange): 전자상거래를 할때 문서나 정보를 전자우편 등으로 교환하는 것. 상거래에서 오고가는 정보와 문서는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보안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 이러한 보안을 위해 EDI는 표준화돼야 한다. 실제로 현재 EDI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사전 약속에 의한 상호 인증과 확인을통해 국제표준에 맞는 암호 등을 이용, 문서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렇게 보안이 유지된 형태로 상거래에 필요한 상품주문서 주문수락서 납품서 판매정보 지불요구서 등이 오고 가면 업무처리시간이 대폭 단축되는 것은 물론 인력도 크게 줄일 수 있다.EPOS(Electronic Point-of-Sale): 유통업체의 판매시점관리(POS)를전자화한 것. 종전의 금전등록기를 발전시킨 것으로 매장의 판매자료를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기기이다. 바코드를 이용해 상품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판매상황에 따라 가격변경도 쉽게 할 수 있다. 또 전자적으로 처리된 판매자료는 상품 공급업체에 전달돼 납품준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EPOS는 SCM구축을위한 최첨병이자 필수요건인 셈이다.◆ 'SCM' 구매정보화가 열쇠기업이 SCM(총공급망관리) 경영을 도입할 경우 1차적으로 가장 큰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구매 효율화다. 원자재나 부품 구매 시스템을 전자화할 경우 금세 눈에 보이는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그러나 이 부문을 전자거래화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구매의 경우 기업 입장에선 적지않은 「이권」이다. 때문에 전자거래화에 대한 구매담당자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 제조업체의 경우 ERP(전사적 자원관리) 등으로 생산과정의 전자화를 도입한 회사가 많고 판매업체는 유통단계의 전자상거래를 일반적으로 추진하고있지만 정작 구매부문은 전자거래에서 가장 뒤진 분야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따라서 기업의 구매 전자화는 비용절감 뿐 아니라 투명경영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기업이 전자구매 시스템을 구축하면 그 효과는 당장 나타난다. 우선 구매 소요기간이 크게 단축된다. 실제로 미국의 GE라이팅은 전자거래를 통해 구매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GE라이팅은 전자거래를 하기 전 A라는 부품을 조달하는데 평균 29일 정도가 걸렸다. 대상 부품업체를 물색해 견적요청서를 준비하고 이를통보해 입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하는데 이만큼의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그러나 GE라이팅은 지난 95년 인터넷전자구매를 시작하면서 이 시간을 4∼12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입찰 자격과 필요 부품의 사양 등을 인터넷에 띄우면 부품업체들이인터넷을 통해 입찰에 응하고 그 심사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져 소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게다가 불필요한 서류 업무가 없어져 생산성 증대 효과도 크다. 미국의 자동차부품업체인 텍스트론 오토모티브는 부품구매를 전자화해 원자재 구매 업무의 84%를 없애 버렸다. 즉 구매때 필수적인 견적요청서(RFQ) 작성 등의 수작업과 단순 반복업무를 아예 없애버리고 이를 표준화 전자화했기 때문이다.한편 GE라이팅의 전자구매 시스템을 개발한 GEIS(제너럴일렉트릭인포메이션 서비스)는 TPN(Trading Process Network)이라는 인터넷전자구매 시스템을 올초부터 한국에 판매하기 시작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봉기 GEIS코리아 사장은 『구매업무 전자화는 적은 투자로 즉각 큰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라며 『만약현대자동차가 이 프로그램을 사서 적용한다면 20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되고 인터넷 입찰 서비스만 이용할 경우 연간 1억원 정도의사용료만 들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