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중 금리인하만큼 시급한 것도 없다. 그렇다고 금리를 우리 마음대로 내릴수도 없다. 지난해 12월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면서 금리(콜금리기준)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높게 유지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도 이에 동의했기 때문이다.다행히 정부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IMF측과의 2분기 정례협의에서콜금리를 단계적으로 내리고 금리인하에 대한 정부재량권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오는 15일 열리는 IMF 정례이사회에서승인을 받아야 최종확정이 되겠지만 그나마 다행이다.그런데 당초 IMF가 고금리 유지를 요구하고 지금도 금리인하에 선뜻 동의하지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환율이 아직 너무 높고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가필요한 외화가 충분히 조달되지 못해 수급이 불안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IMF의 주장은 외화유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금리와 환율의 변동은 서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국내금리가 높으면 외국돈이 몰려 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돈이 몰려오면 환율은 떨어진다.금융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바꿔야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돈을 사는 것이다. 우리 돈을 사자는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우리 돈값이 올라가게 된다. 예컨대 1달러로 우리 돈 1천5백원을 사던 것이 1천3백원밖에 사지못하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1천5백원을 주고 1달러를 사던 것이 1천3백원만 줘도 1달러를 살수 있어 달러값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환율이 결정되는 것은 전적으로 금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제수지의 적자 또는 흑자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수입에 지출한 돈보다 많으면 우리나라의돈값은 올라가고 환율은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물가동향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우리 돈값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렇다면 환율이 변하면 금리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환율이오르게 될 경우, 즉 우리 돈값이 떨어지게 되면 국내금융상품에 투자했던 외국자본은 해외로 빠져나가게 된다. 예를들어 1억달러를투자한 외국인의 경우 국내은행에 원화로 바꿔 예금했을 때 당시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이었다면 원금만해도 1천3백억원이 될 것이다. 예금된 상태에서 갑자기 환율이 1천5백원으로 뛰었다고 하자.이때 예금을 찾아 달러로 바꾸게 되면 약 8천6백67만달러밖에 받지못한다. 가만히 앉아서 1천3백33만달러를 손해보게 된 것이다. 이를 환차손이라 한다. 때문에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외국자본은 하루라도 빨리 외화로 바꿔 해외로 빠져나가려 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투자하려던 외국인들도 계획을 취소하고 발길을 돌리게 된다. 우리가 지금 겪고있는 외환위기는 바로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그런데 외화가 빠져나간다는 것은 시중의 돈이 줄어드는 것이다.돈이 줄면 자금사정이 나빠지고 금리는 오르게 된다. 경제가 정상적인 상태라면 금리가 오르면 외자가 다시 들어와 환율이 안정되고금리도 다시 떨어져 안정상태를 보이게 된다. 이것이 개방체제하의시장경제원리이다. 그러나 그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원리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예컨대 노사갈등으로 사회가 불안하고 정부가 각종규제를 실시해 자금흐름이 자유롭지 못할 때는 그런 장점이 발휘될 수 없다. 오히려자금흐름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우리 경제에 대해 외국인들이신뢰를 갖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런 시장경제원리가 작동될 수있는여건이 성숙돼 있지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