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 메가 머저의 핵폭탄이 드디어 터졌다.』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간의 합병이 발표된 지난 5월7일 미국 디트로이트의 한 자동차분석가는 이렇게 말했다. 양사간 합병이 그동안 잠잠하던 자동차업계에 거대한 구조재편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라는 얘기다.실제로 벤츠-크라이슬러 합병 발표이후 그간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돼온 또다른 인수합병(M&A)논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시작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이탈리아 스포츠카 업체 람보르기니인수 추진, 이탈리아 피아트와 프랑스 르노의 상용차 부문 합병 추진 등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푸조와 르노 간의 거대합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른바 자동차 업계의 「서바이벌 게임(살아남기 게임)」이 무대 위에서 본격화된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 회장은 지난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에는 6개의 거대 M&A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메가 머저는 자동차 업계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미 금융 항공통신 제약업계 등에서는 대규모 M&A가 수차례 진행돼왔고 현재도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외신은 연일 이와 관련된 각종 시나리오들을 전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형 M&A 논의만도 수십개에 이른다』는 것은 M&A업계의 정설로 통한다.특히 앞으로 진행될 M&A는 기존 통념의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과 유럽 양대륙의 자존심인 벤츠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한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그러나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또다시 발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미국 번햄증권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힐리씨)◆ 도이체방크 - AXA 결합 가능M&A논의는 금융업계에서 가장 활발하다. 지난달 미국의 씨티코프와트래블러스가 합병한 이후 금융업계는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에촉각을 곤두세웠었다. 현재로선 꾸준히 나도는 설이 메릴린치와 체이스맨해턴간의 합병이다. 매출기준으로 각각 업계 2위와 3위이다.체이스맨해턴이 시장 석권을 위해 메릴린치를 상대로 그동안 끈질기게 추파를 던져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씨티그룹에 선수를 빼앗겼지만 이들이 합병할 경우 총자산은6천5백70억달러, 매출 6백20억달러, 순익은 56억달러에 달한다. 씨티그룹(총자산 7천억달러, 매출 5백억달러, 순익 75억달러)이라는 「골리앗」을 상대할 만한 또 다른 거인 하나가 탄생하게 되는셈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씨티코프의 합병이 성사됨으로써 체이스·메릴린치간 합병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다고 보고있다.모건 스탠리 딘위터와 JP모건의 재결합설도 나오고 있다. 은행과증권업을 겸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글래스스티걸법에 걸려 헤어져야했던 두 회사는 마찬가지로 씨티그룹 탄생과 맞물려 다시 합병논의가 나오고 있다. 월가는 미국정부가 씨티그룹에 대해서 이미 암묵적인 지지를 표명한만큼 사실상 법률적인 걸림돌은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와 프랑스 보험그룹인AXA간의 결합설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통신업계에서도 M&A는 활발하다. 이 분야에서 현재 진행중인 거대M&A는 미국 단거리 통신업체인 SBC커뮤니케이션과 아메리테크의 합병이다. SBC는 이미 지난 11일 아메리테크를 6백20억달러에 매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미국 정부의 반독점법에 걸려 승인을 받지는 못한 상태이다. 두회사간 합병이 이뤄질 경우 SBC는사실상 미국 전역에 영업망을 확보하게 돼 AT&T와 GTE 등 세계적인통신업체와 맞먹는 경쟁업체로 부상하게 된다.이외에 미국 장거리 전화업체인 월드콤과 MCI의 합병도 거대기업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두 기업이 합칠 경우 장거리 통신시장에서차지하는 비율은 60%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이 역시 반독점법에묶여 실행여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