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생각보다 늘지 않는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화의환율이 상승(평가절하)한 정도에 비춰보면 수출증가가 너무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기대만큼 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있다. 수출입에 따른 금융지원이 원활치 못한데다 주력시장중의 하나인 동남아지역이 우리와 마찬가지로 외환위기를 겪고 있어 수입수요가 격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출업체들의 채산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들은 같은 양을 수출하더라도 원화로 산출한 매출액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예컨대 수출가격이 1만달러인자동차 한대를 수출하면 환율이 달러당 1천원일 때는 우리돈으로1천만원을 벌어들이는 것이 된다. 하지만 환율이 1천3백원으로 올랐다면 똑같은 상품을 똑같은 값(1만달러)에 수출하더라도 국내기업들이 벌어들이는 것은 1천3백만원에 달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3백만원이 더 들어오는 셈이다.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려고 애를쓸 것은 자명한 일이다.문제는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외국 바이어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값을 깎아달라고 한다는 점이다. 환율상승에 따른 이득을 나눠갖자는얘기다. 수출을 계속하려면 어느 정도 그 요구를 수용해 줄 수밖에없고 따라서 수출단가가 내려가게 된다. 지난 1/4분기중 수출단가가 19. 4%나 내려간 것도 그런 사정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국제원자재 가격하락 등으로 원가가 낮아진 것도 한 원인이 될수있다. 지난 1/4분기중의 수입단가는 14. 7%가 떨어졌다.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수입가격이 떨어진 것보다수출가격이 더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를 교역조건이악화됐다고 말한다. 즉 상품수출·입에 따른 가격상의 조건이 우리입장에서 불리해졌다는 얘기다. 달리 표현하면 똑같은 양의 상품을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이 줄었다는얘기도 된다.교역조건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순상품교역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소득교역조건이다. 순상품교역조건이란 수출과 수입제품의 평균단가중 어느 것이 더 많이 오르고 내렸느냐를 따져보는 것이다.그러나 소득교역조건은 수출과 수입의 수량변화까지를 감안해보는것이다. 상품교역조건이 좋아졌다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예컨대 수출가격이 높아져 상품교역조건이 좋아졌다하더라도 수출물량이 오히려 줄어든다면 이득될게 없을 것이다. 반대로 수출가격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난다면 오히려 이익이늘어날 수 있다.현재의 우리나라 수출은 가격이 많이 떨어진 대신 물량은 많이 늘어났다. 한국은행발표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순상품교역조건은전년동기대비 5.5%가 악화됐는데도 소득교역조건은 오히려 27.5%가 개선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출단가는 떨어졌어도 같은 기간중의수출물량이 34. 9%나 늘었기 때문이다.교역조건은 수출가격과 수출물량을 지수화시켜 계산해 낸다. 현재우리나라는 지난 95년을 기준(100)으로 측정하고 있는데 지난1/4분기중 수출단가지수는 62. 8, 수입단가지수는 84. 1을 기록했다. 두가지 모두 95년에 비해 그만큼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다만수출단가가 수입단가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음을 알수 있다. 지난해에 비해 어떻게 변했느냐 하는 것은 지난해 지수와 올해지수를비교해 보면 알수 있다. 지난해 1/4분기의 수출단가지수는 77.9,수입단가지수는 98.6이었기 때문에 수출단가는 19. 4%, 수입단가는 14. 7%가 각각 떨어진 것이다.또 올 1/4분기의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단가지수 62.8을 수입단가지수 84. 1로 나눈 백분율로 74. 7이다. 전년동기의 79.0에 비해 5.5%가 낮아졌다. 소득교역조건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에 수출물량증가를 감안해 산출한다. 소득교역조건은 수출물량증가로 전년보다 27.5%가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의 우리수출은 한마디로 박리다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