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같다」는 말이 있다. 모델처럼 잘 생기고 쭉쭉 잘 빠져서 멋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모델같다」는 말은 의미가 좀 다르다. 최근 TV에서 뜨는 모델들은 잘 생기고 예쁜 미남 미녀들이라기보다는 그야말로 개성있게 생긴, 웃기는 「조연」들이기 때문이다.데이콤 국제전화 002에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지붕을 뛰어다니고들판에서 덤블링을 하는 전원주, OB라거 광고에서 흔들 흔들 엉덩이를 흔들다 어느새 스타가 돼버린 최종원, 이동전화 파워디지털017에서 자장면 배달원으로 한창 뜨고 있는 이창명. 여기에다 이동전화 016에서 「바, 바, 바꿀만하네」란 말더듬이 말투로 새로운유행어를 창조해낸 송강호, 대우 탱크냉장고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평범한 주부」 안문현, 약간 멍청한 표정으로 「최저요금 공공질서」를 외치는 국제전화 008의 이재포, 이동전화 011광고로 일약유명인이 된 권용운에 이르기까지. 요즘 「잘 나가는」 모델들은기존의 관념에서 볼 때 「모델같은」 외모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서민적인 이웃의 모습이다.옆집 아줌마, 아저씨같은 이들 「조연」들은 최근 안방극장을 좌충우돌 누비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돈벌이와 직결된 광고주들의 프로포즈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영화나 TV드라마 보다는오히려 광고로 「떴다」는 점에서도 기존의 미남 미녀 빅모델과는차이가 난다.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다가 IMF시대에 「발딱」 일어선 이들 「모델같지 않은 모델」들의 인기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IMF시대라는데 있다. 조연급 모델들은IMF시대에 환영받을 만한 조건을 「삼박자」로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게 광고업계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첫째는 유머 연기를 통해 폭소탄을 무차별로 투하, IMF로 우울해진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는 점이다. 평범한 아줌마와 아저씨의 모습으로 등장, 기발한 표정과 행동으로 펼치는 개성연기는 사람들의 시선과 배꼽을 앗아가기에 충분하다.둘째로는 이들 모델이 무대 가장자리를 맴돌던 만년 「조연」에서무대 중앙으로 진출한 「대기만성형」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오랫동안 빛을 못보고 지내다가 뒤늦게 전성기를 맞았다는 점에서이들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음지가 양지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는 실례로 IMF시대에 좌절한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셈이다.셋째는 광고주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은 모델료가 저렴하면서도 효과는 높은 「저비용 고효율」의 IMF형 모델들이다. 오리콤의 조원규부국장은 『최진실이나 한석규, 이승연 등 이른바 빅모델의 경우IMF이전보다 몸값이 떨어졌다 해도 최소 5천만∼1억원은 줘야 한다』며 『이에비해 조연급 배우들은 7백만∼1천5백만원으로 훨씬 저렴한 편』이라고 말한다. 물론 광고에 출연했다가 인기를 끌어 유명인이 된 경우 모델료가 3천만∼4천만원으로 뛰기도 한다. 그래도빅모델에 비해서는 싼 편이라는게 광고업계의 설명이다.그렇다고 절대 「싼게 비지떡」은 아니다. 모델료는 저렴하지만 광고효과면에서는 빅모델에 못지 않거나 오히려 빅모델을 능가하기도한다. 조부국장은 『광고에 기용되는 조연들은 연기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나름대로 확고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품에 맞게이미지를 재창조하기가 쉽고 시청자들의 웃음을 끌어내기도 쉬운편』이라고 지적한다. 조연 연기자들은 탄탄한 연기력과 독특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유행하는 유머광고에 꼭 알맞다는지적이다.무명의 설움을 딛고 IMF시대의 웃음 전도사로 전성기를 구가하고있는 IMF형 인기모델들. 오랜 기다림과 인고 끝에 신세대 스타들을제치고 인기와 부를 한몸에 얻고 있는 「빛나는 조연」 7명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