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이 왜 지방보다 서울에서 더 비싼지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휘발유 1ℓ보다 생수 한 병이 더 비싼 이유는또 무엇일까. 휘발유보다 물을 추출하는 작업이 더 어렵기 때문일까. 똑같은 물건을 부산에서 미국으로 배달시키는 것보다 부산에서서울로 운반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같은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다.소매업체들의 마진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업체의 원가와 제품 가격에는 너무 큰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바로 물류다. 물류라는 용어는 유통이라는 협소한 의미로 이해되거나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물류는 원래 영어의 로지스틱스(Logistics)를 번역한 말인데 영어원뜻의 의미를 다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물적유통(物的流通)의 준말이라해서 물건의 수송에 관련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최근에는 물류보다는 더 포괄적 의미를 갖는 「공급체인관리(Supply Chain Management)」라는용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공급체인이란 제조업체가 생산한 물건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거치게 되는 여러 가지 단계를 의미한다. 공급체인관리란 이런 각단계를 관리한다는 의미인데 즉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의 각 과정에 관여하는 이해 당사자와 물건의 흐름 등 여러 가지 사항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공급체인관리에는 창고관리와흐름(Traffic) 관리, 적재 및 하역, 분류, 재고관리 등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된다.◆ 물류 관리의 효율성 따라 기업 성패 갈려물류란 오래전부터 이미 존재해온 개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물류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전쟁에서의 승패가 좌우되는 사례가 많았다.가장 대표적인 예가 나폴레옹을 주축으로 한 프랑스 군이 러시아원정에 실패한 것이다. 프랑스군은 전력에서는 우세했지만 물자 수송에서의 실패로 러시아군에 완패했다. 이 전쟁에서의 패배는 곧프랑스 제국의 몰락으로 이어졌다.최근의 예로는 미국이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물리친 것을 들수 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보기좋게 누를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보면 미국이 보유한 현대식 무기나 기술 그 자체라기 보다는 효율적인 공급체인관리를 통해 적시에 군수물자를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류 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라질 수 있다.과거의 한국처럼 공급자 위주의 시장에서는 물건을 배달하는데 드는 물류 비용을 고객들이 떠맡아야 하는 것이 받아들여졌다. 다시말해 사려는 사람은 많고 물건은 부족하기 때문에 물류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서라도 물건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요자(소비자)가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기업은 물류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을게을리 할 수밖에 없었다.물류에 대한 무관심은 GNP(국민총생산)의 17%라는 엄청난 물류 비용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높은 물류 비용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 기업의 발목을 붙잡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몇년내에 GNP 대비 물류 비용이 20%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높은 물류비는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에 피해를 입힌다. 소비자는물건을 살 때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제조업체로서는 높은물류 비용으로 인해 마진 폭이 줄어드는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물류 비용 감축은 현재 한국 기업의 경쟁 우위 확보에 있어 가장중요한 요소로 논의되고 있다. 그런만큼 물류비를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책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결국 물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즉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반적인 물류 인프라를 확충, 재구축하고 기업은 물류 표준화 및 공동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