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회장인 김우중 대우회장이 자본금 40억달러규모의 초대형 합작은행을 만들자는 구상을 내놨다. 그것도 연내에최소 1개 많게는 3개를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계획대로만 되면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난을 눈에 띄게 완화시킬 수 있다. 또 이 은행이 리딩뱅크(Leading Bank:선도은행)역할을 할 경우 금융산업의선진화도 조기에 가능하다.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은 이구상에 대해 대환영이었다. 전경련 사무국에 조기에 현실화시킬 수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 쏟아졌다. 금융당국조차 재원조달이 문제일 뿐 되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외국에 매각을 앞두고 있는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쪽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평소 사업 아이디어가 풍부하기로 소문난 김 회장이 또 한번 「히트」를 친 것이다.그러면 김회장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리딩뱅크 역할을 할 초대형은행의 설립을 주장했을까. 초대형 은행 얘기가 공식화된 것은 지난 9일 군산종합자동차공장에서 열린 대우그룹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였다. 김회장의 발언을 그대로 쫓아가 보자.그는 『우리는 지난 30여년 동안 돈을 벌어 1조달러어치의 설비를갖추고 있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설비는 돌리면 황금알이고 세우면 고철』이라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스템이 급속히 마비되면서 이 설비를 고철로 만들 위기에 놓였다는 설명을 붙였다. 정상 영업을 하던 업체들이 줄줄이 흑자도산 위기를 맞고 있고 판매를 잘하는 업체들도 고금리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 여기다 우리의 유일한돌파구인 수출이 수출금융마비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회장의 지적이었다.김회장은 특히 현재의 금융개혁은 속도가 늦고 성과가 적을 것이란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금융시스템을 단번에 복구하고 금융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위한 긴급 방안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여기서세워진다. 자본금 40억달러가 넘는 초대형 은행을 설립하는 것만이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런 은행이 3개 정도만 되면 IMF체제의 조기 졸업도 가능하다는 것이 김회장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갖고 있다.김회장은 『우선 4대 그룹이 20억달러를 내고 씨티뱅크 체이스맨해턴 은행과 같은 미국계 은행이 20억달러를 출자해 기존 서울은행이나 제일은행을 인수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미국계 은행과의 합작이 잘되면 이후에 재계는 스위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5개국 은행, 일본계 은행등과도 50 대 50으로 합작, 모두 3개 정도의 리딩뱅크를 국내에 운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합작은행의 경영방식과 관련, 『국내 대기업은 경영에는 참가하지 않고 투자가로 남게 되며 2~3년뒤 대기업 지분 50%를 합작파트너인 외국은행이 사는 조건을 걸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김회장은 『5대 대기업 뿐만 아니라 규모가 적은 업체도 지분 참여를 할수 있고 전경련 회원사에서 자본을 추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해 범재계 차원에서 초대형 은행을 설립하자고 제의했다.『나서는 이가 아무도 없다면 대우 단독으로라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연내에 이 같은 초대형 은행이 생겨나 금융구조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제2의 환난이 올 수도 있다』며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김회장의 이같은 구상은 그러나 11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공식 의제로 채택되지 못했다. 『외국은행의 국내 진출을 유도하기위한 김회장의 아이디어』(손병두 상근부회장 공식 브리핑)로만취급됐다. 범재계 차원으로의 확산은 사실상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나 김회장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초대형은행 설립 구상은 어떻게든 구체화될 전망이다.재계 일각에서 김회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정부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