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기업에는 반드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사연이있다. 하지만 그 요인이란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인간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 덕목에 충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독특한 경영상의 노하우나 테크닉, 비법 등이 있는지궁금해하지만 결론은 늘 그렇듯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기본적 덕목이 회사 조직내에 강물처럼 흐르게 만드는 주역은 다름아닌 경영자 자신이다.전형적인 한 예를 영진출판사(대표 이문칠·55)에서 본다. 컴퓨터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영진출판사는 「영세」라는 말과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에 있는 출판업계에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웅변해주는 대표적 기업이다. 창업 11년째인 영진출판사는 지난해70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올해는 1백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 정도 매출이라면 이 계통에서는 가히 신화적이다. 그것도 순 단행본만으로 일군 실적이기에 더욱 경이롭다.최근 수개월동안 주요 대형서점이 발표하는 컴퓨터 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1위에서 10위까지 서너개만 빼고는 영진출판사서적이 휩쓸고 있다. 교보문고에서는 6월중순 현재 한권을 제외한나머지 모두를 영진출판사 책이 차지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역사상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무했고 후무할 기록이라는 것이다. 비결이 있느냐는데 대해 이사장은 별 달리 할말이 없는표정이다. 『질좋고 값싸고 배우기 쉽게 만들려고 한 것 외에는…』 정도가 답변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은 겸허에 지나지 않았다.영진출판사를 3천여개 동종 업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존재로 만든 배경에는 이사장의 「기본이 되어 있는 인간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시장의 흐름을 읽는 경영자적 자질과 번뜩이는 아이디어, 직원들의 헌신 등이 덧붙여져 오늘날 컴퓨터 서적부문에서의「절대강자」를 탄생시키게 된다.평양이 고향인 이사장은 6.25때 남으로 내려와 낯선 곳에서 생존을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사회에 진출한 뒤의 첫 직업은 자동차 부품 영업. 10년 가량을 종사하다 출판사 영업직으로 옮긴다. 다시이곳에서 7∼8년을 보냈다. 해외출장이 잦았던 이사장은 80년대 중반 홍콩이나 일본 미국 대만 등지를 다니다 컴퓨터 시장의 장래를보게 된다. 출판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간행서적 1천종… 1천여만부 팔려『귀국한 뒤에, 잘하면 없는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애플 8비트 컴퓨터만이 들어와 있었으나 미국에서는 이미 16비트 IBM 호환기종이 팔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컴퓨터 문화가 급속하게 퍼질 것이라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또 이왕 할바에는 1등 하는 출판사를 만들어보자는 각오도 다졌구요.』87년 드디어 회사를 세웠다. 그러나 마땅한 필자가 없었다. 초창기이니 그럴만도 했다. 이사장은 할수 없이 컴퓨터를 잘 안다는 소문만 들리면 무조건 찾아가 저술을 부탁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처음 빛을 본 책이 이었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무려 80만부 가까이 팔림으로써 영진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작용한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베이직 프로그램 designtimesp=8065>이 또 한번 공전의 히트를 기록, 영진측을 크게 고무시켰다.그 뒤를 이은 결정타는 워드프로세서 자격 획득을 위한 수험서 발간. 92년 처음 시행될 당시 이사장은 컴퓨터 보급 및 인식 확산을위해서는 이 자격증이 활성화되어야한다고 보고 사전 마케팅과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회 시험때 무려 20만명이 넘게 몰리는 예상밖 대성황을 이루면서 영진의 인지도도 확산, 수험서 시장의 70∼80%를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그후 매년 2배씩 응시자가늘어나 지금은 1백50만명 가까이 참여하고 있다. 영진은 지금껏 이시장에서 최고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최근의 히트작은 「할수 있다」 시리즈. 지난 97년초부터 나오기시작한 이 시리즈는 총 40종 간행에 70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는 단연 발군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컴퓨터라면 너무 어렵다고만 인식되어 있어 가급적 쉽고 실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념을 갖고 출발한게 적중한 것이다. 동시에 IMF라는 점을 감안, 가격도 최대한 낮춘게 주효했다. 컴퓨터 책은 CD를 포함해 통상 1만원대를 넘지만 영진의 책은 7, 8천원대가 주종이다. 게다가 출판사최초로 애프터 서비스 제도를 도입, 인터넷홈페이지(www.youngjin.co.kr)를 통해 독자의 문의에 답하고 각종정보도 제공하는 등 지속적인 고객관리를 하고 있다.영진이 창업 이래 지금까지 간행한 서적은 1천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아직 살아있는 서적은 5백여종. 이사장은 전부 합해 1천여만부가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일본 등 해외교포에게도 수출을 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97년에는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5개국에 「비주얼 C++ 프로그래밍 바이블」 등을 수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과 수출협상을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물론 이 모든 업적들이 이 사장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회사일을 진정 자기일처럼 생각하는 직원들의 땀과 노력이 큰 힘이 됐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구성원들을 나서도록한 것은 결국 이사장의 몫이었을테고 그것은 그가 갖고 있는 독특한 인간미에 기인한다고 봐야할 것 같다.이사장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무한한 신뢰다. 그는 직원 채용시 착한 사람이냐를 가장 먼저 살펴보며 일단 뽑았으면 전적으로 믿는다. 「인성이 되어있으면 결코배반하지 않는다」는게 그의 신념이다. 이러한 사고방식과 행동양태가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그 자신 바로 그런 품성의 인간이기때문일 것이다.4층 건물인 영진출판사의 1층은 사원 복지공간이다. 1층은 그 건물의 얼굴이지만 이사장은 이곳에 탁구장과 독서실, 학습 공간, 인터넷카페 등으로 꾸며놓았다. 박찬호 경기가 열릴 때 직원들이 함께중계를 지켜보는 것은 얘깃거리조차 안된다. 주 5일 근무를 줄곧지켜오다가 서점측에서 『영진은 왜 주말에는 주문을 안받느냐』는불편을 호소해 와 최근 자율로 바꿨다. IMF 이후에도 매출이 괜찮아 여러번 특별 보너스가 지급됐다. 직원 70명의 조그마한 조직에10쌍의 사내결혼이 있었고 퇴직이나 결혼 뒤 재입사한 케이스도10여명 가량 된다. 조직이 분명 구성원의 사기를 먹고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사장은 상황을 더할 나위없이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이다.세금을 정직하게 신고해 두번이나 국세청장상을 받았고 IMF체제 극복을 위한 「할수 있다」 주제의 수기 공모사업도 벌였다. 지금은기업이 사원 더 뽑아줘야할 때라며 직원충원도 준비중이다. 부채는하나도 없으며 아직껏 단 한번도 어음발행을 하지 않은 기업가. 이면지를 쓰고 퇴근 때는 소등을 챙긴다. 그런 이사장을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진정한 프로는 그 성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