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막강한 구매력과 많은 점포 수를 무기로 세력을 크게 확장해가고 있다. 이런 덩치 큰 유통업체사이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내세우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작은 거인」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지바현과 이바라기현 등에 7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란도로무재팬이 그 주인공.란도로무 매장에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것은 입구에 세워진 점장(매장내 최고 책임자)의 전신 사진과 「일본 최고의 고객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습니다」라고 쓰여진 간판이다. 입구에 세워진 점장의 등신대 사진에도 「일본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장면은 점원들이 손님 옆을 지나갈 때 반드시 웃는 얼굴로 『어서 오십시오』라고 공손하게 머리숙여 인사한다는 점이다. 선반에 상품을 진열하고 있던 점원도 고객이 가까이 다가오는 낌새가 있으면 바로 뒤를 돌아보고 인사한다.웃는 얼굴과 인사 뿐만이 아니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카운터에 계산하러 오는 경우 카운터 점원은 쏜살같이 뛰어나와 쇼핑 가방을계산대 위로 대신 들어올려 준다. 손님이 어린아이를 안고 쇼핑을하는 경우에는 점원이 옆에서 상품을 비닐봉지에 넣는 작업을 도와준다. 상품이 진열된 장소를 묻는 손님이 있으면 점원이 직접 그장소까지 안내해준다. 여러 개를 한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는 야채나 과일을 낱개로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이 있으면 묶음 포장을 뜯어 몇 개라도 상관없이 낱개로 살수 있도록 해준다. 고객이 자동차열쇠를 잃어버렸을 때 점원이 여분의 열쇠가 있는 자택까지 손님을직접 차로 데려다줬던 일도 있었다.◆ 가격 출혈경쟁에서 고객 서비스로 선회란도로무가 「일본 제일의 고객 서비스」를 선언한 것은 지난해10월 가나가와현 류가사키시에 새 매장을 열면서부터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기존의 야치마타점(지바현 야치마타시)을 새로 단장하고 이 매장에서도 「일본 제일의 서비스」를 선언했다. 란도로무는앞으로 나머지 5개 점포에 대해서도 서비스 교육을 강화, 개선된서비스 체제를 도입할 예정이다.란도로무가 고객 서비스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야치마타점의 실적 부진 때문이었다. 야치마타점은 95년에 개점했지만 주변에 잇달아 6개의 슈퍼마켓이 생겨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구 7만명의 작은 도시에 식품 전문 슈퍼마켓만 7개가 존재하다 보니 당연히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은 극심해졌다. 어떤 업체는 란도로무의 인테리어와 상품 분류 및 진열 방법을 그대로 모방한 뒤 가격만란도로무보다 싸게 했다. 란도로무도 경쟁업체의 이런 가격 할인에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보니 서로 상대 점포의 가격을조사한 뒤 자사 매장의 상품 가격을 상대 업체보다 낮추는 식의 출혈경쟁이 시작됐다.란도로무는 창업 이래 순조롭게 성장해왔다. 97년 실적(98년4월까지 1년간의 실적)은 매출액이 1백41억엔, 경상이익은 약 6억엔으로5년전보다 각각 2배와 8배씩 성장했다. 그러나 태평성대가 계속될수는 없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출점을 규제해왔던 대규모 소매점포법의 폐지로 인해 대형 유통업체들의 점포 확장이 본격화된다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란도로무의 무라코 료이치 사장은 결국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이 아니라 고객 서비스에 승부를걸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품 진열이나 매장 인테리어는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다른 업체에 쉽게 모방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가격경쟁에 휘말려들면 수익성이 떨어져사업을 할수 없게 된다. 다른 유통업체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소형 업체가 선택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으로는 고객 서비스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점포가 생기면 소비자들은 새 점포의 할인판매에 끌려 한번쯤은 가보게 되지만결국은 기분좋은 쇼핑이 가능한 점포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무라코 사장은 즉시 야치마타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한 서비스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회사내에서 교육을 담당하면 기존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 스튜어디스 교육 등을 담당하는 서비스 컨설팅회사에 교육을 의뢰했다. 교육 내용은 단정한 몸가짐과공손히 말하는 태도, 머리 숙여 인사하는 방법 등의 기본에서부터웃는 표정을 만드는 방법, 점포 내에서 안내하는 방법, 상품을 추천하는 요령 등의 응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그러나 의외로 종업원들의 저항이 적지 않았다. 야채나 과일 등을판매하는 매장 직원들을 중심으로 「왜 이제 와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정한 환경에서계속 일하다 보면 슈퍼마켓이란 「이런 것」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이 생기게 되는데 이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기란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라고 무라코 사장은 회상한다.「일본 제일의 서비스」를 외칠 수 있으려면 어중간하게 괜찮은 서비스로는 안된다. 무라코 사장은 『웃는 얼굴로 공손하게 인사하지않으려면 회사를 그만둬 달라』고 말할 정도의 강한 각오로 직원들에게 고객을 맞아들이는 서비스 연습을 반복시켰다. 야치마타점은「일본 제일의 고객 서비스」를 선언하는 동시에 과도한 가격 할인행사는 그만뒀다. 그러나 매출액이나 고객 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추세라고 무라코 사장은 말한다.고객 서비스를 너무 중시하다 보면 인건비가 올라가 상품의 가격도덩달아 상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무라코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직원 숫자를 늘린 것은 아니다. 손님을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맞이하는데는 단 한푼의 돈도들지 않는다. 그러나 손님을 끄는데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실제로 란도로무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9%로 다른 슈퍼마켓들과 비슷한 수준이다.란도로무의 직원들은 이제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하는 것이 좋을까」라고 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완전히 몸에 익혔다. 예를 들어 계산대가 붐비는 시간에는 생선 매장 담당자가 자발적으로 카운터에 와서 작업을 도와주는 식이다.「일본 최고의 서비스」를 선언한 이후 직원들의 의욕도 크게 높아졌다. 어떤 한 파트타이머(시간제 직원)는 『일을 하고 있으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일본 최고의 서비스」라는 간판을 보게 된다.그러면 손님 앞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말하야겠다는 긴장감이 생긴다』고 말한다.란도로무는 지금까지 서비스 경영으로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올 4월에는 한 고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편지를 받았다. 내용은 「바쁜 시간에 카운터 직원들이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것을 보면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에 마음이 초조해져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두고 집에 가버리고 싶은 생각이든다」는 것이었다. 카운터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서는 교육 시간에배운대로 인사를 한 것 뿐이다. 그러나 바쁜 시간에는 고객들이 친절한 인사보다는 민첩한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어야 했다. 직원들로서는 교육받은 내용을 그대로 실천만 할 것이아니라 고객으로부터 어떤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는지 순간 순간 판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작은 개선 쌓여 높은 효과 창출직원들이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도 비슷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과 매장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고객이 있다고 하자. 맛과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이쪽 사과는 가격이 조금비싸지만 당도가 높아 맛이 좋다」고 좋은 사과를 권해 줄수 있어야 한다. 무라코 사장은 『상황에 따라 최선의 서비스 방법을 선택해 실천할 수 있는 직원들은 아직 극소수 뿐』이라고 인정한다.무라코 사장은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정기적으로 서비스 연구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컨설팅회사가 예고없이매장을 방문해 서비스가 교육한대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일본에서는 올해부터 이도요카도와 쟈스코 등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 계획이 줄줄이 계획돼 있다. 거대 업체들의 공격으로 중소 유통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그러나 무라코 사장은 『서비스 부문에서 작은 개선점을 계속 축적해 가다보면 결국은 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큰 유통업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며 투지를불태우고 있다.닛케이 비즈니스 최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