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기관과 기업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우리경제의 중장기 진로를결정할 뿐만 아니라 당장 하반기 경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예상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전혀 겪어보지 않은 과정인데다 아직구조조정의 모양이 어떻게 될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그 영향을 가늠하기는 매우 어렵다.다만 단기적으로는 금융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색이 심화될가능성이 있고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기업의 시장퇴출 등으로 기업부도와 실업이 더 증가하고 불안한 환경속에서 기업투자가더 위축될 것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이라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내수위축과 고금리가 지속될 경우 결국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경제는 또다시 구조조정의 홍역을 치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내수위축과 금융경색은 더 심화될 것이다. 결국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에 의해 고금리와 내수침체라는 고리를 끊지 못하면 우리경제는 구조조정의 악순환에 빠지게되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은 계속 늘어나게 될 것이다.IMF도 기본적으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했고 시중금리도 소폭이나마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아직 단기간내에큰폭의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IMF가 내걸고 있는금리인하 조건은 외환시장의 안정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불안감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물환이 달러당 1천4백원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과 달리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는 1년물 선물환이 달러당 1천7백원대에서형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용외환보유고도3백61억달러(6월15일기준)로 단기외채 6백억 달러(기업의 현지단기차입금 포함)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스스로 외환시장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을 위해 본격적으로 통화를 늘리거나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기에는 아직 위험부담이 크다.그러나 대외여건에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4/4분기를 전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가용외환보유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단기외채는 연초에 비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상반기중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경상수지 흑자는 하반기중에도 1백50억∼2백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수출부진이 계속되고 있지만 내수경기가 침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반기에만 경상수지는 1백80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욱이 기업 및 금융기관의 외자유치도 점차 늘어나고 있어 연말께엔거의 단기외채 수준에 달하는 외환보유고 축적이 가능할 예상이다.이러한 기대를 바탕으로 3/4분기말이나 4/4분기초부터는 외환부족에 따른 위기감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외화유입을 촉진하고 이탈을 막기 위해 처방되었던 IMF식 긴축과 고금리 정책의당위성이 그 수명을 다하게 됨을 의미한다.오는 4/4분기부터 긴축 완화를 통한 경기의 부양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그 당시의 경기 상황과 금융시장의 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또 경기부양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 정도의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따라서 3/4분기는 물론 4/4분기에도 경기의 하락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4/4분기부터 정책기조가 경기부양으로 선회한다 하더라도 실제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시기는 내년 중반이 되어야 할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