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가 미처 완성하지 못한 집을 지으러 다시 돌아온 셈이죠.』지난달말 취임한 김동관 증권예탁원 사장의 소감이다. 김사장은 증권감독원 부원장을 끝으로 증권업계를 떠난지 14년만에 증권예탁원의 최고책임자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한보철강 초대사장과 자민련충북 괴산군 지구당 위원장 등을 두루 거친후 다시 친정으로 돌아온 것이다.김사장이 증권업계를 떠난 것은 한보철강의 초대사장을 맡으면서다. 그는 84년부터 3년간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3백억원의 누적적자를 해소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경영방침을 둘러싸고당시 정태수 한보그룹회장과 갈등을 빚어 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어린 시절부터의 꿈인 정계입문을 시도했으나 14대· 15대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 배지는 달지 못했지만 증권시장과 실물경제에 정통한 능력을 인정받아 야당시절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 국무총리서리의 경제담당특보를 역임했다. 특히 지난15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단일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을 맡았다.김사장은 정치권의 낙하산식 인사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지난68년 한국투자개발공사(현 증권감독원)가 발족할 때 초대사무국장으로 취임했고 이후 부원장까지 역임하는 등 20년 가깝게 증권계에몸담은 정통 증권맨』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기업최고경영자시절자본시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다며 자본시장 발전에기여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증권예탁원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무대의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하지만 증권산업의 발전을 위해필수불가결한 증권예탁원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할 생각입니다.』◆ 임직원 사기진작도 급선무김사장이 임기중 역점을 두는 사업중 하나는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의 안전관리체계 확립과 집중예탁비율을 높이는 것. 3백조원에달하는 유가증권을 안전하게 예탁보관하는 증권예탁원의 고유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다. 특히 최근 본격 가동에 들어간 증권예탁원 일산센터는 유가증권을 화재나 수재 그리고 인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최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사장은 일산센터같은 첨단시설에서 유가증권이 안전하게 관리된다는 사실이널리 알려지면 70%(주식)와 75%(채권)선에 머물고 있는 유가증권의집중예탁비율을 90%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중예탁률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이 실물보관에 따른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살 경우 매수종목과 매수량, 금액만 통장에 표시된다. 고객이 증권사를 통해 산 주식을실물로 가져가지는 않는다. 대신 증권예탁원이 보관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금고에 보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발행한 기업이 유·무상증자나 배당 등을 실시한 경우 이같은 권리변동 상황을 기록한다. 그런다음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알려준다.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주식을 보관할 경우는 이같은 혜택을 누리기힘들기 때문에 증권예탁원에 맡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게 김사장의 설명이다.김사장은 이같은 증권예탁원의 업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힌다. 특히 자신이취임하기전에 이미 구조조정이 끝나 좋은 방향으로만 전력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전체 인원의 30%인1백80여명이 떠났고 임금도 최고 20%나 삭감됐습니다. 반면 증권시장의 개방화 등으로 업무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일손이 부족한게사실입니다. 이같은 현실에서 임직원들이 최대한 생산성을 발휘할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할 생각입니다.』충북 괴산 출생인 김사장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후 현 행정자치부의 전신인 국무원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부인 김숙자씨와의사이에 4남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