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환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다. 실세금리는 연13∼14%에서, 미달러당 원화의 환율은 1천3백원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연초에 비해 금리는 8% 포인트, 환율은 달러당 5백원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양대 금융지표가 본격적인 하향안정국면에 접어든 것이다.그동안 외환위기 해소를 위해 IMF가 강력히 권유해 오긴 했지만 고금리-고환율구조는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된게 사실이다.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경우 막대한 환차손과 함께 외화원리금 상환부담 증가에 시달려왔다.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위기와 맞물려 원화의 가치는 항상 불안하게만 느껴졌다. 「살인적」으로 일컬어졌던 고금리도 지난 1/4분기중 1만여개의 기업들을 쓰러뜨리며 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대기업들도 부채가 많으면 여지없이 부도가 났다.이에따라 언제부터인가 고금리-고환율구조의 극복은 외환위기 해소의 대전제로 여겨져왔다. 경제개혁의 요체는 구조조정이었지만 성공적인 구조조정이후의 밑그림은 금융시장의 안정적인 흐름이었다.이런 측면에서 금리와 환율의 하향안정세는 분명 바람직스런 일이다.그러나 최근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은 어딘지 석연치않은 느낌을 주고 있다.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일찌감치 고금리-고환율구조에 균열이 생긴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의기초체력이 IMF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는데도 금리와 환율은실물부문과 상관없이 시장내의 협소한 수급구조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중소기업들의 돈가뭄이 극심한 상태에서 금리하락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과연 그 금리가 대표성이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경상수지(5월까지 1백88억달러)의 대폭적인 흑자에 힘입은 환율안정도 현재 동남아 통화위기의 진행을 감안하면 그토대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금리·환율 하락의 배경과 문제점금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극심한 금융경색이 하향안정세의 바탕이됐다. 서울은행의 서종한차장은 『현재 자금시장은 우량기업들만을대상으로 자금이 공급되는 파행이 빚어지고있다』며 『이에따라 돈이 돌아가는 곳을 중심으로 한 지표금리는 떨어지지만 나머지 기업들은 아무리 높은 금리를 제시하더라도 돈구경하기가 어렵다』고말했다. 실제로 회사채 발행금리는 연14%대에 형성돼 있지만 재무구조가 건실한 30대그룹을 제외하고는 연20%에도 회사채발행이 불가능한 지경이다. 또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렸다고는 하지만 이는 우량대기업들에만 해당될 뿐, 웬만한 기업들은 연20%이상을 줘야 돈을 만져볼 수있다. 한마디로 수급면에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있는 반면에 금리구조에서도 초고금리-초저금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형적인 구조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대기업을제외하고는 정부의 정책금융-예를 들어 대출금의 일괄적인 만기연장-에 목숨을 의지해야할 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생력을 저해함으로써 두고두고 경제회생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지적이다.환율하락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국제금융시장의 흐름과 관계없이서울외환시장의 단기수급구조에 의해서만 움직이다 보니 원화의 시세가 환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체이스맨해턴은행의 이성희부장은 『상반기중 경상수지흑자가 2백억달러에 달하고 기업 및 금융기관의 외자유치가 활발해지면서 달러공급물량이폭주하고 있는게 환율하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소비위축에 따른 수입감소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외채(기업부문 포함)가 2천억달러에 달하고가용외환보유고는 이제 겨우 3백70억달러(6월말기준)에 머물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원화의 절상(환율하락)속도는 지나치게 빠르다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나아가 환율의 조기하락으로 수출주력품목의 해외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경상수지 흑자기조마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향후 전망정덕구 재정경제부 차관은 지난 10일 국제금융국 실무자들에게 함구령을 내렸다. 환율과 관련, 어떠한 전망이나 의견도 외부에 제시하지 말라는 지시였다. 그만큼 현재 환율의 움직임이 미묘하다는증거다. 사실 정부는 IMF체제이후 단 한번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 그러나 환율급락으로 실물부문, 특히 무역쪽에 가격교란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산업은행의 문성진딜러는 『정부가 어느 수준을 적정환율로생각하느냐에 달렸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동남아국가들의 통화절하폭이 크고 원화의 고평가가 경상수지관리에 부담이 된다면 정부는 가차없이 매입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IMF와도 올해4/4분기 평균환율을 달러당 1천3백원으로 정해놓은만큼 개입에는아무런 문제가 없다.이에반해 올하반기 금리전망은 유동적이다. 금융경색이 여전하겠지만 구조조정의 속도와 정부의 자금수요 등에 따라 상당히 가변적이라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의 강호병 책임연구위원은 『은행 및기업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3/4분기에는 금리가 오를 여지가 많고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4/4분기에는 내림세로 돌아설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우선 금리하락 요인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들수 있다. 정부는 금융경색을 단기에 풀기는 어렵다고 보고 실세금리를 인하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들의 여수신금리를 매일 재경부장관에게 보고토록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금자들이 수익성보다는 안전성을 위주로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것도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8월부터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신인도가 낮은 금융기관의 고금리상품은 맥을 못출 것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지속적인 진행은 시장에 불안심리를 확산시킴으로써 금리하락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예상된다. 아직까지 투자대상을 결정하지못한 자금들이 대기하고있는 상태에서 이들 자금이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은 금융권에 유입될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재정적자를 메우기위해 하반기에 대규모의 국공채를 발행할 경우 구축효과로 인한 금리인상도 예상된다.★ 증권ㆍ건설주 금리하락 최대수혜주최근 금리와 환율이 잇따라 떨어지면서 증권시장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아직까지 지수에 반영되지는 않고 있지만 금리와 환율의하향안정기조가 정착될 경우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와 환율이 하락하면 금융부채가 많고 외화자산이 많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다고 한다. 기업 채산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한화증권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하락의 최대수혜주는증권주와 건설주로 예상됐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수신고증가가 예상되는 삼성 대우 LG 현대 동원증권과 현대 한진 LG건설 등이 꼽혔다. 과거 금리하락기때 주가가 많이 올랐던 한전 포철 등도 민영화라는 호재를 타고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경색 구조 아래서 금리하락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5대그룹 계열사들의 주식도 상당한 강세가 예상된다.한편 환율하락에 따른 기대주로는 외화부채가 많은 한전과 대한항공 등과 함께 일부 해운회사들이 거론되고있다. 이에반해 연초 환율상승기에 상대적인 호황을 누렸던 수출관련주들은 약세를 면치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조선 철강 반도체 등의 업종은 외자유치 등 특별한 호재가 없는한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종우 연구위원은『환율안정은 장기적으로 경기안정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원화의 시세가 고평가됐다고 느끼는 외국인들이 잇따라 자금을 철수시킬 경우 주가 전체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연초 달러당 1천7백원∼1천8백원대에서 주식시장에 뛰어든 외국인들은 현재의 환율이아무래도 부담스러울게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