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경제의 경기침체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인하여 생산이 격감하고 가동률이 급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월에 산업생산의 감소세가 13%로 확대되었으며 수출도 5월이래 감소세가 확대되고 있다.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여 KDI는 최근 금년도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4.2%로 하향 조정하는 한편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설비투자가 급감하고 있고 이는 성장기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느냐하는 주장과 아울러 대대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문제가 된다.우선,한 두해 설비투자가 급감한다고 성장의 기반이 붕괴되는 것은아니다. 현재의 설비투자의 감소는 일차적으로 과잉투자와 이에 따른 고부채구조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조정이다. 또한 투자의 감소가 아무리 많아도 그 규모가 자본의 감가상각량보다 많은한 경제내의 자본스톡은 줄지 아니한다. 올해의 경우 투자가 40∼50% 감소되어도 자본스톡은 줄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금년 가을에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금융중개기능의 정상화와더불어 내년에는 투자의 감소가 멈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물론 신용경색으로 인해 현재의 투자감소가 과도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부실기업의 정리가 지연되고 기업의 과다부채 및 채산성 악화로 부도위험이 증대되는 가운데 BIS비율 충족을 위한 금융기관들의 대출 기피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도한 투자감소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기부양보다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일이다.구조조정이 신속히 추진되면 금융의 중개기능이 정상화될 뿐 아니라 대외신인도 회복에 따른 외자유입으로 신용경색이 해소되어 투자가 촉진된다. 경기하강에 대한 염려에 압도되어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대외신인도의 회복이 더욱 지연될 것이다.최근 환율과 금리 등 금융시장의 가격변수가 하향 안정되고 있으나이는 내수위축에 따른 자금수요가 없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지,대외신인도의 회복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산업은행채권이 해외시장에서 발행될 때 5% 수준의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요구되는현실은 구조조정의 지연, 노사불안 및 주변국가들의 환율·금융불안 등 우리경제의 불안정성을 반영하는 것이다.특히 최근 정부의 강력한 구조개혁 의지가 천명되어 외국투자자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진 상태에서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투명성과일관성이 결여될 경우 외국투자자들의 불신이 확산되면서 자금의해외이탈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경기의 급강하를 방지하기 위하여재정통화등 거시 경제정책기조가 확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추가적 경기부양에는 여력이 없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재정이나 통화를 확대하는 방식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해쳐 시장의 인플레심리를 자극하지 아니하는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인플레뿐 아니라 디플레이션의 방지도 중앙은행의 책임임을 부언하고 싶다.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으나 실업자 지원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므로각 지원책의 실효성 제고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현재 이러한 경기급락의 방지를 위한 제2차 추경안과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공채발행을 하기 위하여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아직국회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경기부양의 논의보다는 제2차 추경예산의 통과등 이미 하기로 한 일을 빨리 집행하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