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나 제품을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운반하는 과정, 즉 물류는 기업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에 있어서 물류는 수익을 가져다 주는 「목표 사업」 그자체는 아니다. 단지 최종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부서일 뿐이다. 잘 해야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의 핵심 인력과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란 말이다.즉 투자 대비 효율을 따져봤을 때 과연 어떤 물류 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것이 최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상황이 어떤 부문에서든 아낄 수 있는한 최대한의 비용을 아껴야 하는 IMF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물류와 물류아웃소싱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공동물류란 여러 업체들이 물류 시설을 공유하고 제품을 함께 배송함으로써 비용을 절약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말하자면 한 슈퍼마켓에 A, B, C란 회사가 각자의 트럭으로 각각 제품을 갖다 줄 것이 아니라 한 트럭에함께 싣고 한번에 운송하면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류 부문에서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윈-윈(Win-Win:양쪽에 모두 이익이 되는)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기업 물류 3단계 거쳐 발전물류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 위탁)이란 물류업무를 사내에서분리, 전문 물류회사에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지원업무라고 할수도 있는 물류를 전문가에게 위임함으로써 시간과 비용 품질 등에서고효율을 노리는 것이다. 기업은 물류 아웃소싱을 통해 자사의 핵심역량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전체적인 생산성이 함께 상승하는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류 아웃소싱은 특수 관계가 없는 제3의 전문기업에 물류를 맡긴다는 의미에서 제3자 물류(Third PartyLogistics)라고도 불린다.물류에는 크게 3가지 형태가 있다. 기업이 물류관리팀을 두고 스스로 물류를 담당하는 자사 물류(First Party Logistics)와 사내 물류관리팀을 별도 회사로 분리하는 자회사 물류(Second PartyLogistics), 전문회사에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제3자 물류(ThirdParty Logistics) 등이다.기업의 물류 업무도 대개 위의 3가지 경로를 거쳐 발전한다. 기업이 물류 업무를 사내에서 스스로 처리하다가 사내 물류팀이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회사로 분리, 물류를 하나의 사업으로 시도한다. 이 자회사가 물류업계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고객을확보할 경우 본격적인 제3자 물류회사로 성장하는 것이다. 제일제당이 올 3월에 설립한 물류전문회사인 CJ GLS는 이 경로를 차례로밟아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기업이 물류를 아웃소싱하는 과정도 결국은 위의 3가지 경로를 비슷하게 거친다. 사내에서 물류 업무를 처리하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물류 자회사를 세우거나 아니면 외부전문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물류비 절감이 아웃소싱의 가장 큰 효과물류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물류 업무는 대부분 사내 물류 혹은 자회사 물류에 머물러 있다. 최근 몇년간 국내 물류에서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물류부서를 별도 회사로 독립시키거나 다른업체와 공동물류회사를 설립하는 일종의 자회사 물류였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들어서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제3자 물류를 시도하거나 또는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물류 아웃소싱이 기업의 일반적인 경영전략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의 로버트 리브 교수가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천 designtimesp=8229>이 선정하는 세계 5백대 기업을 대상으로 제3자 물류회사 이용도를 조사한 결과 이용 기업이 91년의34%에서 95년에는 60%로 증가했다. 또 제3자 물류회사를 이용하지않는 기업의 15%는 앞으로 제3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는 약 1천여개의 제3자 물류회사가 활동하고 있으며 라이더(Ryder) 멘로(Menlo) 롤스(Rols) 엑슬(Exel) 슈나이더(Schneider) 리즈웨이(Leaseway) 페덱스(Fedex) UPI허브(HUB)그룹 등이 상위업체로 꼽힌다.유럽의 경우에는 미국보다도 제3자 물류가 훨씬 더 활발하다. 앤더슨컨설팅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유럽 12개국 기업의 자사물류 대 제3자 물류 비중은 평균 35:65로 나타났다.미국과 유럽에서 제3자 물류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기업의 핵심역량인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영업 등에 자원과인력을 집중시킬 수 있고 △물류시설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수 있으며 △물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물류비 절감과 물류 서비스개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국에서 제3자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7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류 아웃소싱의 효과로물류비 절감, 서비스 향상, 인력 감축, 핵심 부문에 대한 집중력강화 등이 꼽혔다. 제3자 물류와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공동물류가가져다주는 효과도 비슷하다.그렇다면 왜 공동물류나 아웃소싱이 한 기업이 단독으로 물류 업무를 처리하는 것보다 물류비 절감이나 물류 서비스 개선에 효과가있는 것일까.우선 물류비 절감 측면부터 살펴보자.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적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다. 물류센터나 전산 시스템 등 선행 투자돼야 하는 고정비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1천평 규모의물류센터를 세울 경우 최소한 40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물류 효율을 위해 이 정도의 고정비를 지출하는 것은 투자 리스크가 너무크다. 물류를 사업화하지 않을 경우 물류는 소위 「돈을 벌어다 주는 업무」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통센터를 설립한 뒤에도 문제다.한 기업의 물동량이 일정량 이상이 되지 않을 경우 유통센터의 공간이 놀게 되고 이것은 모두 자원 낭비로 연결된다.그러나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유통센터를 설립한다고 가정해보자.투자 자금을 분배할 수 있어 한 기업에 돌아가는 부담은 훨씬 줄어든다. 유통센터를 설립한 후에도 여러 업체의 제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이나 시설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외부 업체에 물류를 맡길 경우에는 아예 유통센터에 투자할 필요가없어진다. 물류 대행에 따른 수수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유통센터 설립 등으로 인한 고정비 투자를 모두 변동비로 바꿀 수가 있게 된다. 그만큼 대규모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운송 과정에 필요한 트럭이나 제품 하역과 적재 등에 필요한 물류인력도 마찬가지다. 취급하는 제품의 양이 많을수록 비용은 줄어든다.물류비 절감은 그렇다 하더라도 유통업체에 대한 서비스 수준은 왜향상되는 것일까. 소매점에서 반품이 생길 경우를 가정해보자. 작은 유통업체의 경우 대개는 한 제조업체에 대해 하루에 2∼3개 정도의 반품만이 발생할 것이다. 제조업체가 이 2∼3개의 반품을 받기 위해 트럭을 보낼 경우 트럭 운전사에 대한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낭비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반품이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기다리거나 새로운 물건을 수송하는 길에 반품을 가지고와야 한다. 유통업체로서는 그 때까지 반품을 보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재고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그러나 공동물류회사나 물류전문회사의 경우에는 취급하는 제품의양이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유통업체가 반품을 원할 때 더 자주,그리고 더 효율적으로 반품을 받아줄 수 있게 된다. 또 여러 업체의 제품이 한꺼번에 배송되기 때문에 유통업체로서는 한 기업씩 수십번을 상대해야 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대여섯개 기업 혹은 수십개의 기업을 단 몇번만 만나면 된다. 제조업체를 상대하는 시간이 훨씬 절약돼 유통업체는 그 시간만큼 본연의 업무인 판매에 집중할수 있게 된다.그러나 공동물류와 물류 아웃소싱이 이런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이 전략들을 시도해도 되는 것일까. 제3자 물류에 여러 가지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3자 물류 서비스를이용하는 미국의 7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물류 아웃소싱의 문제점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 기능에 대한 통제력이 저하되고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없으며 △시간및 노력이 감소되지 않았고 △고객 불만이 높아졌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물류기능 통제력 저하 우려도그렇다면 물류 업무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릴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기업의 다른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물류에서도 중요한 것은 결국 전략적인 사고와 태도다. 물류가 기업의 역량과 업무 영역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먼저 파악, 그 기업에 가장 적합한 물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두가지 질문에 대해 먼저 대답할수 있어야 한다.첫째는 물류가 그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인가에 관한문제다. 만약 자체 물류망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면 그 기업은 물류 업무를 사내에 보유하고 있든지 아니면 아웃소싱하더라도 운송이나 하역 등 단순 업무만 외부에 맡기고 프로세스 통제권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둘째는 과연 물류가 그 기업의 핵심역량인가 하는 문제다. 만약 경쟁력 있는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오랜 경험을 통해 물류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면 물류를 하나의 사업 분야로 인식, 물류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수 있을 것이다.물류 전문기업을 지향하지 않는한 물류가 기업의 핵심적인 사업영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물류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우선 원자재 구매와 완제품 판매의 영역이 전세계로 확대되면서 물류의 범위 역시 더욱 넓어지고 물류 흐름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둘째,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요구하게 되면서물류 부문에서의 비용 절감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셋째,소비자들의 기호가 빠르게 변함에 따라 제품 주기가 단축되고 있다. 넷째, 주문한 제품을 적시에 배달하는 것이 기업의 주요한 경쟁력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이런 추세에 따라 물류 혁신은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앞으로 그 중요성을 더해갈 것이다. 공동물류와 물류 아웃소싱에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 물류 업무의 효율성을 꼼꼼하게 검토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