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매운 맛을 보여주자.』 이 말은 전통음식, 김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다지 김치를 많이 먹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의 젊은이들이 김치를 더 잘 먹는다고 한다. 세계 김치시장의 78%를 일본이 점령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치 종주국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다.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김치 문화의 산실로 각광을 받아왔던 김치박물관이 전통음식 종합박물관으로 거듭난다. 김치박물관은 86년 (주)풀무원이 우리 전통음식문화의 계승·발전을 위해 서울 중구 필동에 설립, 기업의 문화사업으로 운영하던 곳. 88년 서울 올림픽때 현재 위치인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센터내로 이전했다.풀무원은 이번 무역센터 지하상가가 전면 개보수공사에 들어감에따라 이번 기회에 김치박물관을 확장키로 결정했다. 김치박물관은2000년3월 무역센터 지하 2층으로 이전, 그동안 협소했던 장소 문제를 해결해 현재의 약 2배인 1백50평 규모로 다시 문을 연다.새로 개관하는 박물관은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전통음식 종합박물관으로 탈바꿈할 것이라는 것이 김치박물관 김경미 연구실장의설명이다. 단순히 전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요리를 하고 강좌에 참석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또한 사찰김치 전시회, 한국떡·병과 전시회, 복중음식강좌, 북한김치 30선 등 그때그때마다 흥미로운 특별전시회를 기획하고, 아울러 알려지지 않은 고유의 음식들을 발굴·보존할 계획이다. 이를위해 박물관 내부체제를 새롭게 정비하고 전시물도 더욱 풍부히 갖추는 등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을 생각이라고 김실장은 포부를 밝힌다.『이미 일본의 「기무치」는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사실 「김치」를 아는 외국인보다는 「기무치」를 아는 외국인이 더많은 편이지요. 또 그 종주국이 일본인줄 잘못 알고 있구요. 저는저희 나라를 찾는 관광객이나 주한외국인을 대상으로 강좌도 개설해 직접 만들어보고 먹어보면서 「기무치」가 아닌 「김치」를 느끼게 할 생각입니다.』지금까지 김치박물관에서 펼쳐왔던 활동을 더욱 확대하고 활성화해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것이 김실장의 각오이다.사실 김치박물관은 그동안 다채로운 전시회와 기획으로 김치 문화보급에 힘써왔다. 이색박물관으로 언론에서도 자주 소개되면서 관람객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치에 관련된 각종 문헌과도구의 전시 외에도 향토김치를 조사하여 영상화한 것을 비롯하여주부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김치강좌도 개설했다.김실장은 김치를 유난히 싫어하는 요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김치를 담고 김치를 이용한 요리강좌를 개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어린이김치교실을 처음 개설했을 때만 해도 잘 될까 하는 걱정이앞섰습니다. 햄버거나 피자 같은 음식만을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이김치교실에 참가하려 할까 하는 의구심이었죠. 그러나 의외로 호응이 뜨거웠습니다. 등록을 원하는 부모들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정도였으니까요.』풀무원은 재개관할 때까지 김치 관련 홍보활동은 계속한다. 광주에서 열리는 김치축제 등 각종 행사 참가 외에도 방송과 언론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우리 김치를 알리겠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언론을통한 홍보에 역점을 둘 예정이다『우리의 먹거리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시점입니다. 음식문화의 유구한 전통과 의의를 저희 박물관에서 앞장서서 알린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겠습니다.』김치마냥 매운 김실장의 각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