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성장 둔화 등 세계 경제 감속 영향...국내 비용절감으로 맞서

최근 2주 동안 새로 발표된 경제 정보는 밝은 쪽보다는 나쁜 쪽이더 많았다. 미국의 주가가 하락했고, 일본의 엔 값이 다시 떨어지고있다. 중국은 홍수 피해와 겹쳐 홍콩 달러가 매도 압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주가가 떨어졌고 루블화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에서 달러 이외의 화폐를 갖고 있는 투자가들이 모두 달러로 바꾸고 있는 중이다. 각국 통화 당국은 자국 화폐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갖고 있던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있다. 대신 투자가들이 팔려는 자국 통화를 사들이거나 자국 통화의 금리를 올려 자국 통화의 매도 압력을 낮추려고 애쓰고 있다.세계 각국의 환율이 불안한 것은 아시아 경제권의 성장 속도가 낮아지고 있고, 아시아 경제의 회복 시나리오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경제권의 감속이 미국 기업의 수익에 나쁜 영향을 주어 미국의 장기 성장 곡선이 이제 하강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항상 그러하듯이 경기가 나쁘면 악순환의시나리오는 쉽게 만들어지는 반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돌릴 힘을 찾기는 어렵다.지금 세계 경제는 실물분야에서 디플레의 시나리오 속에 들어가 있다. 세계 금융시장은 안전한 통화인 달러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수입이 정체하고 있고, 일본은 수입이 10% 이상 줄어들고 있다. 만약 미국의 주가가 떨어져 미국의 소비가 줄어든다면 미국도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 미국마저 수입을 줄이면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아시아는 더욱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또한 금융시장에서 각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을 막는데 정책의중점을 두게 되면 수입과 투자가 줄고, 금리가 올라가는 등 한국의실물 경제는 더욱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물 경제의 위축이 심화되면 다시 한국의 화폐인 원화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실물과 금융이 서로 악순환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의 악순환이 두려움을 주는 것은 과거와는 달리 금융자본의 비중이 실물에 비해너무 거대하고, 미국의 주가하락이 미국의 소비에 주는 영향이 너무 크며 기업의 글로벌화로 한 지역의 불황은 곧 전세계의 불황으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가운데 국내 상장회사의 올해 상반기 영업실적이 발표되고 있다. 13일까지 상장회사협의회를 통해서 4백23개사의 영업실적이 공시됐다.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올해 상반기의 기업 실적은 이익이 감소한 회사보다 이익이 늘어난 회사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추정된다. 4백23개사만으로 실적을 합해서 보면 매출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15.2%나 늘어났다. 예상외로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에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그러나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하는데 영향을 준 은행과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4백4개사만을 보면 매출은 17.2%가 늘어나고 영업이익은 30%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60%나 감소했다. 특히 은행들은 손실을 내거나 순이익이 급격히 감소했다.이런 추세는 전체 상장사에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단,올해 상반기중에 협조융자를 받은 회사나 부도난 회사들까지 다 포함하면 실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매출액은 흑자…순이익은 적자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상반기 중에 금리가 폭등했는데도기업이익이 일반인의 예상과는 달리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큰이유는 두 가지다 . 하나는 환율 효과다. 내수가 물량 기준으로10% 이상 감소했는데도 매출액이 20% 가까이 늘어난 것은 수출매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 총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정체했지만 환율이 작년 상반기보다 70% 이상 올라서 원화표시 매출은 환율변동폭만큼 늘어날 여지가 생겼다.둘째는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성 비용의 감소다. 지난 상반기 동안가동률이 65%로 아주 낮은 수준인데도 이익이 늘어나는 회사가 많다는 것은 경비성 비용을 얼마나 줄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아직 정확하지는 않으나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 관리비가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때문에 여기서 20% 전후의 비용 감소는 매우 큰 효과를 갖는다.특히 인건비의 감소는 장래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앞으로도 기업 수익률 개선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요소로는 원재료가격이 매출이 늘어난 것만큼 늘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작년 하반기에 낮은 환율에서 구입해 두었던 원료를 올해 상반기에 사용했기때문이다.이런 요인은 올해 하반기에는 사라질 것이다. 많이 걱정했던 금융비용은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 경색으로자금이 잘 흐르지 않아 유동성이 문제이지 일시적인 금리 상승은그 기간이 짧으면 기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1백6개사중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흑자 전환하거나 아니면 1백% 이상 증가한 회사들이 있었다.이를 정리한 것이 다음 표다. 그 요인은 앞에서 본 것처럼 환율 상승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났거나,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감소했거나 또는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여 특별이익이 발생한 것이었다.◆ 환율 효과 사라져 기업 수익 줄어들듯그럼 올해 하반기와 내년의 기업 수익은 어떻게 될까. 우선 내년에는 환율 효과가 사라진다. 그리고 물량 기준으로도 판매가 내수와수출에서 올해보다 더 늘어나기 어렵다. 국내 물가도 올해보다 더적게 오를 것이다. 환율과 금리는 변동이 심해서 예측하기 힘드나현재 수준으로 놓고 보면 그 효과는 중립이다. 매출 정체를 흡수할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자산의 매각이나 인건비를 포함한 경비를줄이는 것이다.내년에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토지, 인건비, 금리 등 생산요소 가격이 올해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 지금의 전망으로는 내년까지 생산 요소 가격이 더 낮아지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이2000년부터 이익을 내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이런 그림이라면 주식 시장은 내년 상반기까지는 계속 바닥을 찾고,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될 것이다. 상승이 있더라도 약간의 상승에 머물 것이다. 이러한 시기의 투자 전략은 자기가 잘 알고 있는회사, 정보 공개가 잘 되어 있는 회사 몇개만을 선택하여 일정한주가 범위 안에서 매매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