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증권사 제휴·디스카운트 브로커 전환 등 생존법 다양

IMF(국제통화기금)체제이후 증권업계가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있다.주가가 3백선 근처까지 추락, 증권사들이 주식영업에만 의존할 수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주식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한 외국인은신용리스크 때문에 국내 증권사와의 거래를 대폭 줄였다. 기관투자가들은 계속해서 주식보유물량을 줄이고 있으며 예탁금도 2조원대수준으로 격감, 주식영업만으로는 증권사의 생존자체가 위협받는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또 세계적 사이버증권사인 E트레이드사(미국)와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손잡고 인터넷 주식시장의 문을 열게 되면 기존 증권업계 밑그림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년 4월부터는 수수료를 깎아주는 디스카운트 브로커(discount broker 주식중개전문 증권사)설립이 허용돼 기존 증권사들을 위협할 전망이다. 손복조 대우증권이사는 『조만간 주식위탁매매 수수료 인하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증권사들이 과거 주식에만 기대고 있던 영업스타일을 과감히 수술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 높은 부문 특화 차별화이에따라 증권사들은 제각각 수익성 높은 부문을 특화하는 차별화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수익증권 판매 △선물영업 강화 △채권중개업무 특화 △국공채 판매 전문화 △주식매매 중개전문화등이 눈에 드러나는 차별화 윤곽이다. 이외 일부 증권사들이 사이버 증권사와 제휴, 디스카운트 브로커로의 전환을 모색중인 것으로알려져 있다.수익증권 판매로 수익구조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곳은 대우 LG 현대 삼성등 대그룹 계열증권사와 동원증권. 13일 현재 수익증권 수탁고를 보면 △현대 13조원 △대우 12조1천억원 △삼성 12조원 △LG 8조5천억원 △동원 3조8천억원등. 5개사 전체적으론 50조원에달한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 7월부터 현재까지 한달반 남짓 무려30조원이 넘는 돈을 유치했다.증권사들이 수익증권을 팔게 되면 판매금액(수탁고)의 1% 정도를 수수료로 받게 된다. 이에따라 현대 대우 삼성등 3개 증권사는98회계연도(98.4.1~99.3.31)에 1천억원 넘게 수수료 수입을 챙기게된다. 최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LG증권도 1천억원 정도의 수입은 무난해 보이며 동원증권도 4백억원은 문제없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민광식 LG증권 이사는 『대형사의 경우 1천억원의 수익증권수수료를 올리면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를 충당하고도 남는다』며『주식위탁매매 수수료가 줄어드는 것을 수익증권으로 보충한다는게 대형증권사들의 전략』이라고 말했다.현재 대형증권사들은 올 한해 수익증권 판매 목표액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현대증권이 2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으며 대우증권은 내부적으로 23조원으로 목표를 2배 가까이 올려잡았다.삼성과 LG도 밝히진 않았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조정한 것으로전해진다.이와함께 대형증권사들은 영업망을 수익증권 판매위주로 재편하는작업을 진행중이다. 사령탑이 오호수사장으로 바뀐 LG증권은 8월초 지점영업본부제를 6본부제에서 9본부제로 개편, 수익증권을 비롯한 소매영업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올들어 17개의 점포를 설립한삼성증권은 영업점의 인력비중을 수익증권과 주식을 동수로 가져가고 있다. 동원증권은 올초 지점별로 목표를 수익증권 영업을 자율적으로 추진케 하는 방식으로 수익증권 판매확대를 유도하고 있다.한편 업계 4위증권사인 대신증권은 선물영업을 특화시킨 케이스다.대신증권의 경우 올 회계연도 들어 선물약정 점유율을 무려 21%수준으로 높였다. 선물부문 2위사의 4%와 비교했을 때 「선물부문의 리딩컴퍼니」로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다. 대신증권은 7월 한달만 선물 수수료수입으로 1백90억원을 올렸다. 연간 베이스로 2천억원은 무난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대신과 함께 서울증권도 선물분야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이미 선물옵션분야를 선물옵션팀, 법인선물팀, 금융공학팀등 3개 부서로 세분화했으며 올들어 선물딜러를 2배 가까이 보강했다. 또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선물투자상담사 자격증을 따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선물에 운용하는 회사자금 규모를 늘려나갈 계획이다.동아증권 등 일부 소형증권사들은 채권전문 증권사로의 탈바꿈을꾀하고 있다. 최근 동아그룹으로부터 동아증권을 인수한 박덕준 세종기술투자 회장은 『동아증권을 채권전문 증권사로 육성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이를 위해 세종기술투자는 채권파생상품 개발을서두르고 있으며 다른 증권사의 채권전문가 스카웃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영업정지중인 산업증권과 장은증권도 내부적으로 퇴출대신 채권전담 증권사로 거듭나기를 시도중이다.◆ 규모·노하우 맞는 생존 길 모색해야동양증권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국공채 판매에 힘을 기울이고있다. 지난4월이후 현재까지 6천억원 어치를 매출, 국공채 매출분야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까지 달성한 수익은 약 40억원. 이를 수익증권 판매와 환산하면 2조원을 판 것과 비슷하다는게 동양증권의설명이다. 유준열 동양증권 상무는 『국공채는 부도위험이 제로에가까운 상품이어서 고객에게는 안전성을, 회사에는 리스크관리차원에서 국공채 분야를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증권사는 올하반기 국공채가 50조원이 발행되는 등 국공채 시장이 확대되는만큼 시장선점 차원에서 국공채 판매전략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유화 대유리젠트 한양증권 등은 주식매매 중개에 전념함으로써 생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중 일부 증권사는 미국 E트레이드사와 업무제휴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처럼 증권사들은 IMF를 맞아 제 살길을 찾아가고 있다. 자신의규모와 노하우에 맞는 생존전략을 채택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방향이 어느 쪽이든 과거처럼 무리한 약정고를 정해놓고 「주먹구구식 경영」을 지속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 확실하다.증권사들은 금융권중 구조조정 일정이 가장 늦게 잡혀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치열한 구조조정을 진행중임을 알수 있다. 현재 다시 그리는 밑그림이 완성되면 증권업계는 현재보다 몇배 강한 경쟁력을 가진 금융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기대된다.★ 용어설명◆ 영업용 순자본비율증권사의 종합적인 재무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지표. 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와 유사한 개념이다.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하며 부채상환에 충분한 재무유동성의 확보여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영업용순자본은 자기자본에서 고정성자산을 뺀 수치이다. 또 총위험은 보유유가증권과 지급보증 판매관리비 등에 위험가중치를 감안해 산출한다. 이비율이 1백50%이상이면 정상적인 증권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1백50%를 밑돌 경우 금융감독위원회는 경영개선권고나 개선명령등단계적으로 시정조치를 내리고 투자자 보호조치도 취하게 된다.◆ 디스카운트 브로커(Discount Broker)디스카운드 하우스(discount house)로도 불린다. 보통 증권거래의집행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증권사. 스스로 증권을 사거나 파는 등거래에 개입하지 않고 고객으로부터 받은 주문을 신속히 처리해주는 증권사를 말한다. 대신 수수료가 매우 싸다.◆ 랩구좌(Wrap Counter)미국의 대형증권사인 스미스바니사가 개발한 증권종합관리구좌 상품이다. 고객이 맡긴 자산을 단순히 채권과 증권에 투자하는 것이아니라 예금성이 높은 MMF 등 여러 가지 금융상품에 넣어 고객의 전체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제도다. 따라서 고객의금융자산을 맡기는 금융상품의 종류와 투자자문서비스가 늘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