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IMF이후 금융시스템 붕괴의 여파가 증권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증권사들이 부도나는가하면 자진 영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정부로부터 강제적으로 퇴출될운명에 놓인 증권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확대일변도의 경영을해온 국내증권사들이 IMF체제를 계기로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그동안 국내증권사들은 종합증권사 혹은 종합금융사를 목표로 규모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확대경영전략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내실위주의 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명예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이거나 퇴직한 직원을 영업사원으로 활용, 임금과 관리비를 대폭 절감시키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해외현지법인과 해외사무소도 폐쇄하는 등 뼈를 깎는 조직슬림화를 단행하고 있다. 조직개혁과 함께 사업내용도 내실위주로 바꾸고 있다.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보유유가증권상품을 과감히 팔아치우고 있다. 부채를 줄이거나 운용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재무건전화를 위해 단기차입금도 줄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이제 바뀌지 않으면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는 세상이 돼버렸다.이제 증권사들은 생존을 위한 탈출구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증권사들 사이에 자본유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몸부림이다. 외국사와의 합작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선진경영과투자기법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경험이 일천한 국내증권사로서는새롭게 선보이는 파생상품에 대한 투자기법과 자산운용방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업내용도 내실위주로 변화국내에서는 최초로 대유증권이 외국회사와 합작, 대유리젠트사로이름을 변경했다. 최근에는 한화 쌍용 한진증권 등이 외자유치에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한일 보람증권 등도 외자유치를 검토하는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증권은 홍콩과 미국계 증권사와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중순에 실사를 완료할 정도로 상당히 진행된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여러 외국기관들과도 협의중에 있어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쌍용증권도 미국계 투자은행과의합작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합작파트너의 책임자들이 각부서 부장급들과 면담을 완료,향후 영업전망 등 전반적인 사항들에 대해 밀도있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한진증권은 캐나다의 증권사와 접촉하고 있는 중이다.최근 국내자금시장의 급격한 이동속에 증권사들이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 판매에 나서는 것도 IMF이후 달라진 대표적인 모습이다.증권사의 기존영역인 주식 채권의 매매를 통한 수탁수수료가 급감하자 수익증권이란 새로운 금융상품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5대그룹에 속한 재벌계열 증권사들은 이미 10조원대의 수익증권을판매, 대행 수수료가 증권수탁수수료를 크게 웃돌고 있다.일부 증권사들은 자신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특화전략을구사하고 있다.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이나 채권 등 일정분야에서전문성을 쌓는 노력이 경주되고 있다.증권업계가 급변하면서 이제 투자자들도 증권사를 어떻게 선정하고이용할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안전성은 물론 수익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안창희 한화증권 이사는『요즈음같은 불안기일수록 안전성있는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한가지 지표만으로는 증권사의 안전성을 정확히측정할 수 없다. 금융감독위원회가 퇴출여부의 잣대로 사용하는 영업용 순자본 비율 이외에도 손익 자산부채비율, 지급보증잔액 순차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그렇다면 국내증권사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수수료 자유화가 증권산업 변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손복조 대우증권 이사는 『내년부터 어떤 형태로든 수수료 자유화가 실시될 것으로 보여 증권업계가 한바탕 수수료인하 경쟁에 휘말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대형증권사는 자산관리업무 위주로, 소형사는디스카운트 브로커 등 전문증권사로 탈바꿈할 것이다. 여기에서낙오되는 증권사는 자연스럽게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수수료 자유화가 본격 실시되면 우선 소형증권사들은 특정분야를서비스하는 증권사로 탈바꿈할 것이다. 조사보고서나 투자자문을하지 않고 오로지 아주 저렴한 수수료로 거래를 해주는 증권사에서부터 투자에 관한 모든 자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에 이르기까지 차별된 증권사가 등장할 것이다. 수수료의 분화가 디스카운트브로커 등 거래전문 증권사의 탄생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얘기다.디스카운트 브로커는 싼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에 파고들 것이다.한걸음 더 나가 온라인 브로커 및 인터넷 브로커 분야에 뛰어드는증권사도 나올 수 있다.◆ 경영자 결단력 요구되는 시대또한 자신있는 분야만을 취급하는 증권사도 나타날 것이다. 증권거래만을 대행해주거나 단순한 청산업무만을 대행해주는 등 특정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탄생할 것이다. 특정분야에대한 수요가 발생하면 해당증권사와 업무제휴를 맺는 사례도 증가할 것이다. 즉 리서치를 행하지 않은 증권사는 우수한 리서치전문회사로부터 리서치를 사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전문성을 사는 동시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증권업무가 여러가지 요소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이용한 전략이기도 하다. 동시에 여러분야의 전문증권사들이 네트워크로 연결해 증권거래를 원활히 추진할공산도 있다.대형증권사들은 자산관리업무를 중시하는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자산관리업은 거래에 따른 수수료가 아니라 고객이 맡긴 자산에 대해 연간 1~2%의 수수료를 받고 관리해주는 업이다. 증권사로서는 고객의 자산을 최대한 부풀려줌으로써 고객들을 끌수 있고 고객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자산을 부풀릴 수 있다. 자산이늘어난다는 것은 자산관리 수수료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럴 경우단순히 주식과 채권 혹은 투자신탁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금융자산 전체를 취급하는 쪽으로 나갈 공산이 크다. 고객의자산을 부풀릴 수 있는 금융상품의 확대와 이에 수반되는 투자상담으로 업무가 급격히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미국 대형증권사인 메릴린치사의 CMA(증권종합관리구좌)와 스미스바니의 랩구좌(WrapCounter)가 대표적인 자산관리 상품들이다.『현재 국내증권업계는 구조조정 퇴출 혹은 금융혁신 기관화 증권화 자유화 정보화 국제화란 단어가 유행하는 대변혁의 시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변혁기에는 미래에 펼쳐질 경영환경을 정확히 예측하고 자신에게 맞는 경영전략을 과감히 추진하는 경영자의 결단력이요구된다』고 안이사는 강조한다.